정부가 수능 문항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인공지능(AI) 개발에 착수하며, 한국 대표 고부담 시험의 출제 방식이 근본적인 전환점을 맞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최근 ‘AI 기반 수능 자동 문항 생성 기능 개발을 위한 정보전략계획(ISP)’ 사업을 발주하며, AI 기반 출제 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전 설계 작업에 돌입했다.
1달 이상 합숙하던 ‘격리 출제 시스템’, AI가 바꾼다
현재 수능은 매년 1달 이상 출제위원들이 비밀 보안시설에 합숙하며 제작된다.
이 과정은 수능 보안 유지에 효과적이지만, ▲출제 인력 섭외 어려움 ▲합숙 기간 확보 ▲높은 운영 비용 등 여러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평가원은 이번 사업 추진 배경에 대해 “AI 기술 발전으로 자동 문항 생성 연구와 실제 활용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신뢰 가능한 AI 기반 출제 시스템을 구축해 보다 지속 가능한 출제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AI가 만들 문항, 어떻게 검증할까
ISP의 핵심은 타당성 검토다.
수능은 수험생의 인생 경로를 좌우하는 ‘고부담 시험’이기 때문에, 출제 방식 변화는 매우 높은 수준의 안전성과 공정성 검증이 필요하다.
특히 평가원은 이번 사업에서 ▲보안 수준 강화: 폐쇄형 환경에서 운영 가능한 시스템 설계 ▲안정성 확보: 재해복구(DR) 포함 장애 대응 체계 마련 ▲문항 품질 검증: AI 생성 문항의 난이도·적합성·오류 여부 평가 프로세스 정립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 ISP 결과물은 향후 본 사업인 ‘AI 기반 수능 자동 문항 생성 기능 개발’을 추진하기 위한 예산안의 기반이 된다.
연내 사업자 선정…AI 출제, 2026년 이후 현실화될까
평가원은 12월 4일 제안서 접수 마감 후, 올해 안에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사업 기간은 약 3개월로, 빠르면 2026학년도 이후 실제 개발 사업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후 평가원은 ISP 최종결과를 바탕으로 기획재정부에 예산을 요청하고, AI 기반 출제 시스템 구축 방향을 확정하게 된다.
AI가 만드는 수능, 공정성·보안·책임이 핵심
전문가들은 수능 AI 출제가 “문항 생산 구조를 혁신하고, 장기적으로는 비용·시간·보안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AI의 편향·오류 문제, 문항 난이도 통제, 보안 유출 가능성, 책임 소재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정부의 이번 ISP 발주는 “수능 AI 시대의 필수 기초 작업”이며 “AI 출제를 전제로 한 국가 평가 체계의 기준을 새로 세우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