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는 엔비디아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AI 반도체 패권 변화에 대한 기대가 강화되면서 상승 마감했다.
특히 메타가 구글 TPU 도입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엔비디아 중심이던 AI 칩 생태계가 다극화되는 흐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구글 TPU 도입 검토에 시장 구조가 흔들리다
엔비디아 주가가 하루 동안 7% 넘게 빠지며 강한 충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는 빠르게 반등했다. 그 배경에는 메타가 2027년부터 구글의 텐서 처리 장치(TPU)를 데이터센터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자리하고 있다.
메타는 그동안 엔비디아의 GPU를 대량 구매해온 대표 고객이었기 때문에, TPU 전환 가능성만으로도 AI 칩 시장 구조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보도 직후 엔비디아 뿐 아니라 AMD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지만,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메타 주가는 각각 1%, 3.78% 상승했다. 비용 효율성을 강점으로 내세운 TPU가 GPU 중심의 AI 생태계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이 즉각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TPU 밸류체인 확대 기대감에 브로드컴도 상승 랠리
메타의 TPU 도입 가능성은 곧바로 TPU 생태계 전반의 수혜 기대감으로 번졌다.
특히 맞춤형 AI 칩(ASIC) 시장의 강자인 브로드컴이 2% 가까운 상승세를 기록하며 AI 칩 경쟁 구도에서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브로드컴의 시총은 이미 1조 8천억 달러를 넘어서며 테슬라와 메타와도 격차를 벌리고 있다.
AI 칩 시장이 엔비디아·AMD 양강 체제에서 벗어나 ‘GPU+TPU+ASIC’의 다중칩 구도로 확장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엔비디아 외 기업들로 분산되는 양상을 보였다.
엔비디아만 빠진 M7…AI 칩 패권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
이날 미국 ‘매그니피센트 7(M7)’에 속한 7개 기술기업 중 엔비디아만 하락한 채 마감했다. 알파벳, 메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는 모두 상승하며 엔비디아와 대비되는 흐름을 만들었다.
특히 지난주 설비투자 부담으로 20% 가까이 하락했던 메타가 이번 TPU 호재로 강하게 반등한 것은 시장이 ‘AI 성장=GPU 독점’이라는 기존 공식을 더 이상 고정된 진리로 보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론 알바하리 LNW CIO는 “컴퓨팅 비용이 낮아지면 AI 서비스의 소비량이 폭증하는 구조”라며, “메타의 TPU 도입 검토는 더 낮은 비용의 AI 인프라로 생태계가 이동하는 흐름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 기대까지 겹치며 투자심리를 지지
미국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예상치에 부합했고, 소매판매는 예상보다 낮아 소비 둔화가 확인됐다. 물가와 소비가 모두 가라앉은 흐름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였다.
시장에서는 12월 기준금리 인하 확률을 80% 이상으로 반영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이런 환경에서 전통 산업주와 우량주 위주의 매수세도 확산됐고, 다우지수는 구성 종목 30개 중 엔비디아와 셰브론을 제외한 28개 종목이 상승하며 1% 이상 뛰어올랐다.
GPU 중심의 ‘엔비디아 시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번 뉴욕증시는 단순히 하루의 등락을 넘어 AI 인프라 기술 경쟁의 축이 재편되는 흐름을 보여주는 장이었다.
GPU 중심의 엔비디아 생태계는 여전히 막강하지만, 메타·구글·브로드컴으로 확장되는 TPU·ASIC 기반의 다극화 흐름은 AI 칩 시장의 전략 지도를 다시 그리게 만들고 있다.
엔비디아가 가파르게 빠지고, TPU 밸류체인이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간 이날의 움직임은 “AI 칩 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한다.
투자분석가 yoian@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