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챗GPT에 도입한 ‘그룹 채팅’ 기능이 협업형 AI 시대를 여는 전략적 실험임에도, 글로벌 이용자 사이에서 “너무 시끄럽다”는 불만과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는 호평이 동시에 나오며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AI 협업 시대를 겨냥한 오픈AI의 승부수
오픈AI는 21일(현지시간) 챗GPT의 그룹 채팅(Group Chat) 기능을 전 세계에 정식 출시하며 기존 ‘1:1 챗봇 활용 방식’을 넘어 다자간 협업 AI 플랫폼을 지향하는 전략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사용자는 대화창 우측 상단의 사람 모양 아이콘을 눌러 그룹을 만들고, 이메일 또는 링크로 최대 20명까지 초대해 하나의 AI 비서와 공동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오픈AI는 챗GPT가 임의로 대화에 끼어들지 않도록 설계했다며, 사용자가 직접 “챗GPT” 또는 “지피티”라는 호출어를 언급했을 때만 GPT-5.1 오토 모델이 응답하도록 제한했다. 질문에 필요한 토큰 역시 방 개설자 계정에서 차감돼, 비용 구조도 협업 형태에 맞춰 조정됐다.
이 기능의 핵심 목표는 단순한 대화 기능이 아니라 “AI 중심 공동 작업 공간”을 만들려는 확장 전략에 있다.
“대체 왜 넣은 기능이냐” 글로벌 유저 혹평…‘과잉 개입’이 핵심 불만
그러나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기능 출시 직후부터 부정적 반응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레딧·X(옛 트위터)에는 “갑자기 튀어나와 대화를 끊는다”, “모든 글에 장황하게 답해 채팅 흐름이 망가진다”, “SNS가 되려는 것처럼 불편하다”는 의견들이 다수 올라왔다.
미국 IT 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체험기를 통해 “챗GPT가 거의 모든 대화에 반응하려는 과잉 개입 때문에 인간 간 대화가 흐트러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 이용자들은 기존 SNS에 대한 피로감과 개인정보 이슈에 민감한 탓에, 오픈AI가 더 많은 대화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하는 분위기다.
구글의 제미나이 3.0이 이미지·영상·PDF 처리 성능에서 GPT-5.1을 앞선다는 평가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사용자 경험(UX)에서까지 호평을 받지 못한 점은 오픈AI로서는 뼈아픈 지점이다.
반면 한국·일본은 ‘실사용 특화’ 호평…챗GPT MAU 격차가 분위기 갈랐다
한국과 일본 등을 중심으로는 정반대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가족 여행 계획을 AI와 함께 수립할 수 있어 편리하다”, “팀 회의에서 챗GPT가 요약해주니 생산성이 높아졌다”, “카카오톡처럼 쉽게 쓰면서도 AI 기능은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는 실사용 중심의 호평이 다수다.
한국에서는 챗GPT의 10월 MAU가 1304만 명, 제미나이는 6만 8000명으로 약 190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한국 사용자들은 이미 챗GPT를 실생활 챗봇·업무 도구로 폭넓게 활용하고 있어, 여러 사람이 동시에 AI를 사용하는 그룹 챗 형태에 적응도가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글 제미나이 3.0의 추격 속에서 나온 ‘전략적 전환점’
전문가들은 이번 기능 출시를 단순 기능 확장으로 보지 않는다.
구글이 발표한 최신 모델 제미나이 3.0의 글로벌 MAU가 6억 5000만 명을 돌파하며 분기마다 급증하고 있고, 톰스가이드 비교 테스트에서는 11개 항목 중 7개에서 제미나이가 GPT-5.1을 앞섰다는 분석도 나왔다.
내부적으로도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최근 사내 메모에서 “구글의 AI 발전이 회사에 일시적 경제적 역풍을 가져올 수 있다”고 언급하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즉 오픈AI 역시 경쟁 심화 속에서 챗GPT의 역할을 단순 ‘문답형 챗봇’에서 ‘협업형 AI 비서’로 전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챗GPT의 다음 성장 전략은 협업” 그러나 UX 개선이 승부
챗GPT 그룹 채팅 기능은 오픈AI가 AI 기술력을 넘어 플랫폼 전략에 진입하겠다는 신호탄이다.
AI를 개인 도우미에서 확장해 팀 기반 협업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려는 시도이며, 그 자체로는 충분히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과도한 개입 ▲장황한 응답 ▲기존 SNS와의 경계 혼란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뚜렷한 반감을 만들고 있어, UI·UX 개선 없이는 기능의 확장성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AI 협업 도구’에 대한 수요가 높아 실제 활용 가치는 분명 존재한다.
AI 생태계가 개인을 넘어 팀·조직 단위로 확장되는 변화 속에서, 챗GPT의 그룹 채팅 기능은 그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 실험적 기능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