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울 신한투자증권 AI솔루션부 선임, 글로벌 유명 AI 학회서 논문 발표
(연합뉴스) "금융은 어느 분야보다 소비자 반응이 가장 민감한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기대치도 높고, 결과에 대해서도 예민하죠."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글로벌 인공지능(AI)학회 'ICLR(International Conference on Learning Representations) 2025'에 다녀온 신한투자증권 이한울 AI솔루션부 선임은 증권업계에 발을 들이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1996년생으로 고려대학교에서 사회학·금융공학을 전공한 그는 엔씨소프트에서 AI 연구원으로 일하다 지난해 10월 신한투자증권에 입사했다.
이 선임은 이번 학회에서 트레이더의 시장 예측 패턴을 알고리즘화해 이를 AI 투자에 활용하고 실제 트레이더의 투자 결과와 비교하는 연구, 한국어로 된 금융 언어를 통한 검색 모델 연구 등 두 가지 논문을 발표했다.
국내 유명 오픈소스 언어모델 연구팀인 해례(HAERAE)에서 리서치 리드를 맡는 등 AI 연구 최첨단에 있던 개발자가 증권업계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그는 "과거에는 증권사 AI 조직이 전략 차원이었다면 이제는 실제 서비스 적용 과정에서의 구체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최고 수준으로 개인화된 AI 금융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것이 저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했다.
이어 신한투자증권이 오는 7월께 출시하는 AI PB 서비스를 언급하며 고객들이 증권사 서비스에서 AI 기술 발전을 체감할 시기가 곧 올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국내 금융기관, 증권사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앞으로 금융 AI 분야에서도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음은 지난 15일 엽합뉴스와 진행된 이한울 신한투자증권 AI솔루션부 선임과의 일문일답.
- AI 중에서도 금융, 특히 증권사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소비자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금융 분야에서 AI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보고 싶었다. 금융은 투자 수익률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치가 매우 높고, 결과에도 예민하지 않나. 특히 증권사는 수익성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조직 문화를 갖고 있다. 이런 도전적인 환경에서 AI 기술이 실제로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검증하고 싶었고, 그 과정에서 의미 있는 혁신을 끌어내고 싶다는 생각에 신한투자증권에 입사하게 됐다.
- 증권업계 AI 기술 수준과 변화 의지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 테크 기업 수준의 AI 인프라를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실제로 경험해보니 금융권의 AI 연구개발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생존과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해 첨단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는 내부 시스템 개선과 업무 효율화 측면에서 AI가 많이 활용되고 있어 고객들이 직접적으로 체감하기는 어려운 과도기적 단계라고 생각한다.
- 이번에 발표한 논문을 소개해달라.
▲ 첫 번째 논문은 주식 트레이더의 시장 예측 과정에 AI와 머신러닝을 활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논문이었다. 시장 예측을 AI가 보조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지 실험했는데, 비슷하거나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AI 활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여겨졌던 부분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또 다른 논문은 한국어로 된 금융 언어를 다루는 검색 모델 연구로, 기존의 검색 모델로는 금융업계 특유의 언어를 제대로 다루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금융전문가들이 느끼는 언어의 미묘한 차이를 AI가 인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평가체계와 모델을 만드는 방법을 같이 연구했다.
- 글로벌 금융 AI 학회에서 느낀 점은?
▲ 이번 학회에서는 국내외 금융사들의 참여가 많이 늘었다는 게 인상 깊었다. 특히 한국 금융권의 AI 적용에 대한 문제의식이 크게 성장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보니까 이게 잘 안되던데?'라는 실질적인 문제 인식에서 나오는 해결책과 구체적인 방법론, 사례가 공유되고 있다.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금융 산업 특성에 맞는 고도화된 AI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느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학술대회에서 여러 한국 연구자가 주요 세션을 이끌고, 혁신적인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앞으로 금융 AI 분야에서도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됐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