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프 AI 시대를 여는 KAIST, ‘1조 간선’을 품은 GFlux 공개

GFlux의 전체 실행 구조를 나타내는 아키텍처. 스케줄링 계층, 실행 계층, 저장 계층(HGF)의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사진=KAIST 제공)
GFlux의 전체 실행 구조를 나타내는 아키텍처. 스케줄링 계층, 실행 계층, 저장 계층(HGF)의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사진=KAIST 제공)

텍스트, 이미지, 음성의 분류를 넘어서, 이제 AI는 데이터들 사이의 맥락을 이해하고 추론하고 결정하려 한다. 이 흐름의 중심에 그래프(Graph)가 있다. 현실 세계의 구조와 관계를 가장 유연하고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식.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기술은 또 한 번의 장벽을 만난다. 너무 크고, 너무 복잡하다.

그래프 AI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며, 업계는 수억, 수십억, 그리고 마침내 ‘1조 개의 연결(간선)’을 가진 네트워크에 도달했다. 이건 단순한 수치가 아니다. 전 세계 인구가 각자 1000명과 연결돼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것이 바로 1조 간선의 세계다. 인공지능이 그런 거대한 네트워크 위에서 지식과 판단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연산을 실시간으로 감당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

KAIST가 개발한 ‘GFlux(지플럭스)’는 이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한 첫 사례다. 이 기술은 기존에 25대의 컴퓨터가 2000초 걸려 처리하던 복잡한 그래프 연산을 단 한 대의 GPU로 1184초 만에 끝내는 성능을 입증했다. 단순히 연산 속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비용, 에너지, 인프라 복잡성 이 모든 것을 절반 이하로 줄인다는 얘기다.

기술의 디테일은 흥미롭다. GPU 메모리의 물리적 한계를 소프트웨어 구조로 극복했고, 3바이트 주소 체계를 세계 최초로 실제 연산에 적용했다. 통합 메모리 시스템 없이도 오류 없는 초대형 연산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진짜 핵심은, 이 기술이 우리 사회가 향하고 있는 ‘관계’를 이해하는 지능에 닿아 있다는 점이다.

생성형 AI도, 검색 기반 생성(RAG)도, 지식 그래프도 결국은 방대한 연결망 위에서 작동한다. 기업은 고객과 제품 사이의 수십 가지 변수 관계를 빠르게 이해해야 하고, 검색 시스템은 클릭, 시간, 위치, 맥락을 실시간으로 조합해야 한다. 이 모든 ‘연결의 연산’은 그래프 위에서 펼쳐진다.

‘1조 개의 간선’이라는 말은 한때는 상징처럼 들렸지만, 이제는 실질적인 기술적 요구가 됐다. 그리고 우리는 그 수치를 현실화할 수 있는 기술적 실마리를 쥐기 시작했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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