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인재 확보를 위한 대기업의 전략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LG를 필두로 SK, 현대자동차 등 주요 그룹들이 사내 AI 대학원 설립을 본격화하며, 국내에서 석·박사급 인재를 직접 육성하는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해외 빅테크 중심의 인재 유출 흐름에 대응하고, AI 기술 내재화를 가속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LG는 2022년 출범한 ‘LG AI대학원’을 오는 9월 교육부 인가를 받은 정식 대학원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인공지능학과 전임교원 채용을 마감했으며, 국내 유수 AI 연구자들이 대거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는 이 대학원을 통해 자체적으로 석·박사 학위를 수여할 예정이며, 인가가 완료되면 기업이 학위를 수여하는 세계 첫 사례가 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같은 기업 주도의 고등교육 수요에 대응해 2023년 ‘첨단산업인재혁신특별법’을 마련했으며, LG 사례가 사내 대학 설립 정책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와 SK그룹도 최근 교육 공간 확보 및 제도적 요건 검토를 마친 것으로 전해지며, LG 모델을 벤치마킹할 가능성이 크다.
AI 관련 인력 재편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AI 담당 임원을 1년 만에 7명에서 20명으로 대폭 확대했다. 글로벌 리서치 조직과 반도체(DS) 부문 산하 AI센터를 강화하고, 국내외 유수 대학 출신 석·박사 인재를 대거 영입했다. 조혜경 한성대 AI응용학과 교수를 포함한 사외 전문가의 참여도 눈에 띈다.
업계는 이러한 대기업의 움직임이 단순한 교육 투자 차원을 넘어, AI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해외 주요 기업들이 박사급 인재에게 연 5억 원 이상의 보수를 제시하는 반면, 국내 기업은 평균 1억 원 수준에 그치는 현실에서, 대기업이 인재 양성과 연구 여건을 동시에 보장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다.
신진우 카이스트 AI대학원 석좌교수는 “해외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처우뿐 아니라 GPU 인프라와 같은 실질적인 연구 기반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주요 그룹의 AI 대학원 설립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단기적으로는 현장 맞춤형 고급 인재 수요를 충족하고, 장기적으로는 국내 AI 생태계 자립 기반을 다지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계의 ‘AI 내재화’ 전략이 인재 육성과 어떻게 맞물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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