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탐색부터 대화형 학습까지, TV는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까. 삼성전자가 생성형 AI를 본격 탑재한 2025년형 디스플레이 제품군을 선보이며, 생활 플랫폼으로서의 TV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TV에서 ‘코파일럿’을 부른다
삼성전자는 28일, 2025년형 TV와 스마트 모니터에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생성형 AI ‘코파일럿(Copilot)’을 탑재한다고 밝혔다. 대상 모델은 ▲TV: 마이크로 RGB, Neo QLED, OLED, 더 프레임, 더 프레임 프로 등 ▲모니터: M7, M8, M9 모델로, 사실상 프리미엄 라인 대부분에 AI 도우미 기능이 도입된다.
기존 빅스비(Bixby)와 함께 탑재되는 코파일럿은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사용자의 요청을 인식하고 맥락을 반영한 정보를 제공한다. 단순 음성 명령 수준을 넘어, 감정 위로, 콘텐츠 추천, 외국어 학습 지원 등 사용자 경험 전반에 걸친 AI 대응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서울 코엑스 주변 주말 날씨는 어때?” 혹은 “요즘 힘든데 위로해줘”와 같은 자연어 요청에 반응하고, 사용자의 질문 의도나 상황 맥락까지 고려한 응답을 제공하는 식이다.
AI TV ‘디스플레이 기반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
삼성전자가 AI 탑재를 단순한 기능 업그레이드가 아닌 ‘플랫폼 확장’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2025년형 모델에는 ▲타이젠(Tizen) OS 홈 화면, ▲삼성 데일리 플러스(Samsung Daily+), ▲클릭 투 서치(Click to Search) 기능 등 다양한 UI 진입점에서 코파일럿을 호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클릭 투 서치’는 영상 내 인물이나 배경을 터치하면 관련 정보를 AI가 자동으로 탐색해 제공하는 기능으로, 시청 중심의 TV를 정보 탐색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대표 사례다.
이상욱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은 “코파일럿 도입은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 필요한 정보와 기능을 더 빠르고 직관적으로 연결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AI 홈’ 전략, 삼성의 다음 수
한편 삼성은 AI TV를 ‘AI 홈(AI Home)’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최승범 디바이스플랫폼센터 센터장은 최근 미국 경제지 포춘 기고문을 통해, AI가 전기·수도처럼 생활 인프라로 자리 잡는 미래상을 제시했다.
그는 AI 홈 실현을 위한 3대 조건으로 ▲산업 간 협력, ▲보안 설계 내재화, ▲사용자 중심 설계를 제시했다. 특히 보안 측면에선 삼성의 ‘녹스 볼트(Knox Vault)’를 언급하며, 기기 자체에서 민감 데이터를 보호할 수 있는 하드웨어 기반 보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단순히 기기 간 연동이 아닌, 보안과 신뢰를 전제로 한 생활 밀착형 AI 플랫폼 구축이 삼성의 핵심 방향이다.
MS와의 AI 전략 동맹…AI 생태계 본격 진입
이번 코파일럿 탑재는 단일 기기 기능 추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생성형 AI 주도권을 두고 글로벌 IT 기업들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삼성은 자체 AI 시스템 고도화와 동시에 외부 기술 제휴를 병행하는 ‘오픈 파트너십’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데이비드 워싱턴 마이크로소프트 AI 파트너 총괄 매니저는 “TV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장비를 넘어 정보를 묻고 공유하고, 일상을 나누는 인터페이스로 바뀌고 있다”며 “삼성과의 협력은 새로운 디스플레이 경험을 구현하는 기회”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업이 삼성의 자체 AI 플랫폼 개발과 병행해,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AI 기업들과의 생태계 참여 폭을 넓히는 전략적 시도라고 보고 있다.
IFA 2025 출격…삼성, ‘AI 홈’을 현실로
삼성전자는 오는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에 참가해 ‘AI 홈, 미래 일상을 현실로’를 주제로 신제품과 기술 비전을 공개할 예정이다.
삼성은 IFA 무대에서 ‘AI는 기술이 아니라 일상의 기준이 되는 인프라’라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코파일럿을 포함한 AI 탑재 제품군과 스마트홈 전략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