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는 ‘AI폰’, 현실은 ‘완성형 반복’…팀 쿡의 무대에도 ‘인공지능’은 없었다
“가장 얇고, 가장 빠르지만 가장 놀랍지 않은”…애플 2025년 가을 이벤트
한국시간 9월 10일 새벽, 애플이 ‘Awe Dropping’ 이벤트에서 아이폰17 시리즈·초슬림형 ‘아이폰 에어’·애플워치 11·에어팟 프로3를 공개했다. 하드웨어 완성도는 높아졌지만, AI를 전면에 내세운 새로운 발표나 대형 데모는 없었고 기존에 예고된 기능을 간략히 재확인하는 수준이었다.
이날 팀 쿡 CEO는 디자인·완성도·생태계를 강조했지만, 생성형 AI나 ‘Apple Intelligence’의 신규 공개는 없었다. 다만 라이브 번역 등 일부 AI 기능은 짧게 언급됐으며, 전반적으로는 하드웨어 중심 발표에 무게가 실렸다.
삼성과 구글이 올해 상반기 AI 중심 스마트폰 경쟁을 이끌며 사용자 경험을 전면 혁신한 것과 대조된다.
아이폰17·에어·프로…스펙은 좋아졌지만, 놀라움은 없다
아이폰17은 디스플레이 밝기(3,000니트), 120Hz ProMotion, A19 칩셋(3nm), 카메라 성능 개선 등 완성도 측면에서 진일보했다. 프로 라인은 ‘베이퍼 챔버’ 냉각 구조, 항공우주급 알루미늄 바디, 최대 2TB 저장공간 등으로 고사양 유저를 겨냥했다.
아이폰 에어는 두께 5.6mm, 무게 165g으로 기록상 가장 얇고 가벼운 아이폰이지만,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AI 전용 기능은 없었다. AI 처리용 A19 Pro 칩, 자체 설계한 무선·통신 칩(N1, C1X) 등이 탑재됐지만, 실제 사용자 경험으로 이어지는 AI 인터페이스는 소개되지 않았다.
팀 쿡의 키노트…‘AI’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다
이날 팀 쿡 CEO는 “오늘은 애플의 디자인 철학이 가장 극대화된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생성형 AI’, ‘시리 리뉴얼’ 같은 상징적 키워드는 완전히 빠졌다. 6월 WWDC에서 iOS 18과 함께 공개됐던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는 이번 하드웨어 발표에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이는 경쟁사들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삼성은 갤럭시 AI, 구글은 제미나이(Gemini) 기반 기능을 통해 이미 AI 스마트폰 내러티브를 강하게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은 AI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면서 오히려 ‘기능 업그레이드’ 중심의 발표에 그쳤다.
에어팟과 애플워치…건강 기능은 늘었지만, 역시 AI는 없다
애플워치 11은 혈압 알림, 수면 점수, 5G 연결성 등 건강·연결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으며, SE3는 상시표시(AOD) 디스플레이와 S10 칩 탑재로 성능을 개선했다.
에어팟 프로3는 심박수 측정(PPG 센서)과 라이브 번역 기능이 새롭게 추가됐다. 다만 이는 생성형 AI 기반의 실시간 기능이라기보다는, 기존 소프트웨어 확장의 성격이 강하다.
결국 이번 발표에서는 AI에 대한 전략적 방향이나 장기적 비전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 뚜렷하게 부각됐다.
시장은 냉담…“완성도 높지만 놀랍지 않다”
발표 당일 애플 주가는 장중 소폭 하락했다. 시장은 “예상 가능한 발표였다”, “AI에 대한 메시지가 없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표했다. 투자자들은 애플이 WWDC 이후 본격화한 AI 전략을 이번 발표에서 이어가지 않은 이유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 입장에서도 가격 인상과 성능 개선 외의 체감 혁신이 부족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아이폰17 기본형이 799달러(한화 약 129만 원), 에어는 999달러(159만 원), 프로는 1,099달러(179만 원)부터 시작되며, 부담은 더 커졌다.
'AI 시대' 애플의 침묵…전략인가, 공백인가
애플은 이번 발표를 통해 '기술 완성형 브랜드'로서의 입지는 재확인했지만, AI 시대에 대한 명확한 비전은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팀 쿡의 키노트에 'AI'라는 단어조차 등장하지 않은 점은 실망스러웠다.
WWDC에서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를 선언한 이후, 3개월 만의 발표에서 이를 이어가지 않았다는 건, 기술의 준비 부족 혹은 출시 지연 가능성을 의미할 수도 있다. 반면, 기기 중심의 보수적 전략으로 사용자 데이터를 보호하며, 느리지만 정제된 방식의 AI 통합을 추구하는 것일 수도 있다.
결국, 이번 가을 이벤트는 디자인과 성능은 예측을 넘었지만, 혁신은 기대를 넘지 못한 무대였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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