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하고 창피한 일” 비판하던 시리 총괄 워커, 10월 퇴사 예정
내부 AI 검색 프로젝트 'Knowledge' 개발 차질 우려
애플의 인공지능(AI) 프로젝트가 다시 한 번 인력 유출이라는 변수에 직면했다. 시리(Siri) 기반의 AI 검색 시스템 ‘Knowledge’를 총괄하던 로비 워커(Robby Walker) 수석 이사가 다음 달 회사를 떠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미 루오밍 팡, 프랭크 추 등 AI 핵심 인재 6명이 메타 산하 슈퍼인텔리전스랩(MSL)으로 이직한 가운데, 이번 워커 이사의 퇴사는 AI 조직 전반의 불안정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리 통합 실패 후 AI 검색 'Knowledge' 총괄
워커 이사는 올해 초 예정됐던 시리 통합형 업그레이드 출시가 지연되며 내부 비판의 중심에 섰다. 그는 내부 회의에서 해당 사태를 “추하고 창피한 일”이라 언급하며, 준비되지 않은 제품을 홍보한 마케팅 부서와 크레이그 페더리기 부사장을 간접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후 그는 시리 프로젝트에서 배제됐으나, 오픈AI의 챗GPT와 경쟁하기 위한 AI 검색 시스템 ‘Knowledge’ 프로젝트를 이끌며 중책을 계속 수행해왔다. 해당 프로젝트는 애플이 iOS 차기 버전에 통합할 계획인 온디바이스 AI 검색 기능으로, 구글 검색을 대체하려는 전략의 핵심이다.
워커 이사 포함 최소 6명, 메타 MSL로 이적
워커 이사의 이탈은 단순한 인력 이탈 이상으로 해석된다. 이미 루오밍 팡(Foundation Model 팀 리더), 프랭크 추(검색 서비스 책임자) 등 애플 AI 고위 인력 최소 6명이 메타 산하의 슈퍼인텔리전스랩(MSL)에 합류한 상태다.
워커 이사 역시 2013년, 다니엘 그로스(현 MSL 리더)와 함께 Cue라는 스타트업을 애플에 매각하며 애플에 입사했던 이력으로 인해 향후 MSL로의 합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형 LLM 포기하고 ‘온디바이스 모델’로 선회?
이와 맞물려 애플 내부에선 대형 언어모델(LLM) 개발을 구글과의 제휴를 통해 외부화하고, 자체적으로는 온디바이스 소형 모델만 개발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했다는 말도 돌고 있다. 이는 전통적으로 ‘프라이버시 중심’이라는 애플의 철학에 부합하지만, 장기적으로는 AI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플 AI 전략, 변곡점에 서다
AI 분야에서 애플의 존재감은 그간 다소 미미한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 iOS에 생성형 AI 기능을 도입하고, 구글 및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속도를 높이려는 행보를 보여왔다. 그러나 핵심 인력의 연쇄 이탈은 개발 차질과 기술 내재화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애플의 AI 전략이 중대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