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칼럼] 'AI 지각생' 벗어나려는 애플의 승부수는 성공할 수 있을까?

보수 탈피, AI 전면전에 나선 팀 쿡

애플 CEO 팀 쿡은 최근 분기 실적 발표 직후 컨퍼런스콜에서 “AI 경쟁을 위해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기존의 보수적 재무 전략에서 벗어난 전략적 전환으로 읽힌다.

애플은 현재까지 2025년 한 해 동안 7개의 소규모 AI 스타트업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쿡은 “필요하다면 더 큰 규모의 인수도 고려하겠다”며 대형 AI 기업 인수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이 수십억 달러 규모로 AI 인프라와 파트너십에 투자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AI 경쟁에서 뒤처진 위치를 탈피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AKI 팀 출범, ‘애플판 챗GPT’ 본격 추진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2025년 초 비공개로 AKI(Answers, Knowledge and Information) 팀을 조직했다. 이 팀은 과거 시리(Siri)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롭비 워커 수석 이사가 총괄하며, 애플 AI 책임자 존 지아난드레아 부사장 직속이다.

AKI 팀은 웹을 기반으로 일반적인 질문에 응답할 수 있는 ‘답변 엔진(Answer Engine)’을 개발 중이며, 이는 향후 시리·사파리·스포트라이트 등에 통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애플은 그간 부정적이던 챗GPT 스타일 AI 기능 개발에 사실상 본격 착수한 셈이다.

AI 인프라 독립 선언,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

팀 쿡은 “AI 전환을 위해 자체 인프라를 강화할 것”이라며 기존 제3자 클라우드 의존에서 벗어나 자사 데이터센터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예고했다. 애플은 그간 iCloud 등 일부 서비스에서 AWS 및 구글 클라우드 인프라를 병행 사용해 왔으나, AI 시대의 민감한 연산과 데이터 주권 문제를 고려할 때 완전한 독립 인프라 구축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전환이다.

애플 CFO 케반 파레크 역시 “AI 관련 지출이 급격히 증가하지는 않겠지만, 상당한 규모로 예산이 확대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AI 강화된 브라우저·시리의 변신 예고

현재 애플은 AI 기반의 새로운 사파리 브라우저를 고려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애플이 AI 검색 스타트업 퍼플렉시티(Perplexity) 인수를 검토한 정황이 있었다는 보도도 나온다. 이는 향후 애플이 독립적 검색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또한 시리는 2025년 내 대규모 업데이트가 예고돼 있다. 기존 ‘애플 인텔리전스’는 텍스트 재작성, 이미지 생성, 요약 기능에 한정되어 있었지만, 앞으로는 메시지 번역·통화 요약·검색 대응 등으로 기능 확대가 예상된다.

구글과의 제휴 흔들리나? 검색 패권 전쟁 조짐

현재 애플은 구글 모회사 알파벳으로부터 연간 200억 달러 규모의 검색 기본 설정 비용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iOS 디바이스 기본 검색 엔진은 구글이다. 그러나 미 법무부의 반독점 소송 결과에 따라 이 계약이 흔들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애플도 대비책으로 자체 AI 검색엔진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애플이 AI 검색엔진을 개발하지 않았던 이유는 기술력보다는 20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수익 손실을 우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먼저가 아닌 최고' 전략 유지하며 후발주자 반격 시도

애플은 그동안 ‘먼저가 아닌 최고(Not first, but best)’ 전략을 고수해왔다. AI 분야에서도 같은 전략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챗GPT, 구글 제미나이보다 늦었지만, 기존 제품군에 강력한 AI 기능을 통합해 사용자 경험을 획기적으로 바꾸려는 전략이다.

이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최적화를 통해 폐쇄형 생태계 내에서의 압도적 경험 제공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인력 유출, 경쟁 업체들의 과감한 투자를 이겨내고, AI 후발 주자로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