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전 스트레스 없는 무선 이어폰” 꿈이 현실로
무선 이어폰 시장은 지난 10년간 급격히 성장했다. 애플 에어팟을 시작으로 삼성, 소니, 보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에 뛰어들며, 배터리 용량과 충전 효율은 가장 큰 혁신 포인트였다. 하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은 매일 충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난제를 정면으로 파고든 기업이 영국 스타트업 솜니(Somni)다. 솜니는 수면용 무선 이어폰 ‘솜니버즈(Somnibuds)’를 개발해 충전 없는 이어폰 시대의 문을 열었다.
■ 자기공명 기술로 전력 전송… ‘배터리 프리’의 비밀
솜니버즈의 핵심은 자기공명 무선 전력 전송 기술이다. 이어버드에는 배터리가 아예 없다. 대신 베개나 매트리스에 부착하는 얇은 패드가 전력과 음향 신호를 전달한다.
이 패드는 스마트폰·태블릿과 블루투스로 연결돼 오디오 신호를 받고, 자기장을 통해 이어폰으로 곧장 전송한다. 충전 케이블도, 무선 충전 패드도 필요 없다. 사용자는 그저 침대에 눕는 순간 음악이나 백색소음을 편하게 들을 수 있다.
■ 3mm 초슬림 설계… 옆으로 누워도 거슬림 없는 착용감
무선 이어폰의 또 다른 과제는 ‘수면 시 착용감’이다. 일반 이어폰은 크기가 커서 옆으로 누우면 귀가 눌려 불편하다. 솜니버즈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3mm 두께의 초슬림 디자인을 적용했다.
동전보다 약간 두꺼운 수준으로, 귀 안에 밀착돼 걸리적거림이 없다. 폼 이어팁이 귀를 편안하게 감싸고, 최대 37dB의 소음 차단 효과를 제공한다. 비록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은 없지만, 숙면을 위한 백색 소음 재생과 차음 기능으로 충분히 목적에 부합한다.
■ ‘수면 전용’ 한계도 명확… 모노 오디오와 거리 제약
물론 완벽하진 않다. 솜니버즈는 스테레오 대신 모노 모드만 지원하며, 매트 범위를 벗어나면 소리가 급격히 줄어든다. 즉, 침대 밖에서 음악을 즐기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제품 자체가 수면 전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도된 설계라 할 수 있다.
■ 크라우드펀딩 도전… 얼리버드 가격 231달러
솜니버즈는 현재 킥스타터에서 후원자를 모집 중이다. 정가는 300달러(약 41만 원)지만, 얼리버드 후원자는 231달러(약 32만 원)에 구매할 수 있다. 정식 출시는 올해 말로 예정됐다.
이 제품은 단순한 이어폰을 넘어, ‘수면 테크(sleep tech)’ 시장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수면 보조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8%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특히 ‘수면용 웨어러블’은 차세대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 무선 이어폰 역사 속 새 장… ‘충전 없는 시대’ 열릴까
무선 이어폰은 등장 초기 “배터리가 몇 시간이나 갈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이제는 “충전 자체를 없앨 수 있을까”라는 단계에 이르렀다. 솜니버즈는 그 답을 제시한 첫 상용화 제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애플과 삼성 등 거대 기업이 지배해온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영국 스타트업의 실험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만약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향후 ‘충전 없는 웨어러블’ 혁신이 이어폰을 넘어 스마트워치, 헬스 밴드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테크인싸 칼럼니스트 tlswnqo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