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26》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가 《트렌드 코리아 2026》을 발표하며 AI 시대 기업과 조직이 직면한 생존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AI를 다루는 핵심 인재상을 ‘호모 프롬프트(Homo Promptus)’로 규정하고, 피라미드형 조직과 관리자 중심 리더십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호모 프롬프트, AI 시대 인재의 새로운 기준
김 교수는 “AI 시대 인재는 단순한 명령어 입력자가 아니라 AI를 지배하고 통제하는 존재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AI 활용 기술을 넘어, 본질을 이해하는 AI 리터러시, 깊이 있는 전문 지식, 그리고 동료와의 설득·협력 능력까지 요구하는 개념이다.
그는 특히 “AI가 만든 결과물은 표면적 데이터에 불과하다”며, 인간이 데이터 너머의 통찰을 도출하는 능력이 기업 경쟁력을 가른다고 강조했다.
피라미드형 조직의 붕괴, 피자형 구조의 부상
조직 구조 변화는 필연적이다. 김 교수는 “속도의 시대에 중간관리자의 결재 라인을 거치는 피라미드 조직은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며, 모든 구성원이 동일한 판 위에서 협력하는 ‘피자 파이형 조직’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AI와 협업 툴이 중간 관리자 기능을 대체하는 만큼, 의사결정의 중심이 실무자에게 이동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테크 기업이 앞다퉈 플랫 구조와 애자일 방식을 도입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관리형 리더에서 선수형 리더로, 리더십의 재정의
AI 시대의 리더십은 과거와 달라진다. 관리·조정에 머무는 리더는 퇴출되고, AI 도구를 활용해 직접 실무에 뛰어드는 ‘선수형 리더’가 각광받는다.
김 교수는 최근 MZ세대 직장인 사이에서 퍼지는 승진 거부 현상(‘언보싱 트렌드’)을 “실무 경쟁력을 잃고 싶지 않은 세대의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했다. 궁극적으로 AI가 만들어내는 할루시네이션과 허상을 걸러내고, 데이터 이면의 의미를 통찰하는 비판적 사고가 리더십의 핵심 역량으로 떠오른다.
아날로그 디바이드, 기업의 숨은 경쟁력
김 교수는 디지털 전환의 역설로 ‘아날로그 디바이드(Analog Divide)’를 제시했다. 모든 기업이 AI를 도입하는 환경에서 차별화는 오히려 아날로그적 경험에서 비롯된다.
책의 원전을 직접 읽고, 현장 체험을 통해 통찰을 얻으며, 예술과 자연 앞에서 경외감을 느끼는 경험이 새로운 격차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은 결국 인간의 깊이 있는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테크 업계에 던지는 전략적 메시지
김 교수의 발언은 기업 전략 차원에서 네 가지 시사점을 남긴다.
첫째, 인재 선발 기준은 ‘호모 프롬프트형’ 역량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둘째, 조직은 피자형 구조로 전환해 의사결정 속도를 극대화해야 한다.
셋째, 리더십은 관리자가 아닌 실무형 리더로 재정의해야 한다.
넷째, 기업 문화는 디지털 효율성을 넘어 아날로그 경험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진화해야 한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