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서 20종 돌풍, 공통 키워드는 ‘AI’

트렌드 전망서도 AI 관련 주제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미지=챗GPT 생성
트렌드 전망서도 AI 관련 주제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미지=챗GPT 생성

2025년 가을, 출판계는 내년 소비와 사회 변화를 전망하는 트렌드서(書) 출간 러시로 뜨겁다. 9월 말 현재만 해도 20종이 넘는 책이 쏟아졌고, 그중 상당수는 이미 베스트셀러 자리를 꿰찼다. 김난도 교수팀의 『트렌드 코리아 2026』은 출간 3일 만에 교보문고 종합 1위에 올랐고, 송길영 작가의 『시대예보: 경량문명의 탄생』, 『머니트렌드 2026』 등이 뒤를 이었다. 흥미로운 건 이들 책의 공통 키워드가 단연 ‘AI’라는 점이다.

AI, 생활 깊숙이 스며들다

AI가 일상에 스며든 속도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트렌드 코리아 2026』은 신혼부부가 다툼 끝에 AI에게 잘잘못을 묻는 사례를 인용한다. 단순한 검색이나 번역을 넘어, 가정 갈등이라는 은밀한 문제까지 AI가 개입하는 모습은 “이제 사람이 할 일은 남아 있겠느냐”는 우려를 낳게 한다.

사실 이런 흐름은 예고돼 있었다. 한국은 이미 챗GPT 사용량 세계 2위라는 기록을 세웠고, 개인 점사에서부터 업무 자동화까지 AI는 빠르게 인간의 삶을 대체·보완해왔다. 송길영 작가는 이를 두고 “개인들이 AI로 무장하면서 조직과 경쟁하는 구도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휴먼 인 더 루프, “AI와 분업이 핵심”

하지만 전문가들은 ‘휴먼 인 더 루프(Human in the loop)’라는 개념을 강조한다. AI의 출력이 완벽하지 않은 만큼, 인간이 반드시 개입해 정확성과 윤리적 판단, 창조적 감성을 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난도 교수는 “AI가 내놓은 답을 인간이 의도적으로 개입해 다듬을 때, 비로소 완성도가 높아진다”며 ‘AI와의 현명한 분업’을 제안한다.

정치·경제·사회 전반으로 확산

AI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 권력의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카이스트 미래전략연구센터가 펴낸 『카이스트 미래전략 2026』은 ‘AI 권력’을 키워드로 내세운다. 뉴질랜드에서는 AI 정치인 ‘샘(SAM)’이 등장했고, 일본에서는 실제 지방선거에 AI 후보가 출마했다. 데이터 기반 정책 설계와 SNS 소통 능력을 무기로, AI가 전통 정치의 문법을 뒤흔들고 있다.

경제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은 “AI의 석유”라 불리는 데이터를 차지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경쟁 중이다. 동시에 ‘피지컬 AI 로봇’이 등장해 배달·이동·돌봄 영역에서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나는 인간이다”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

『라이프 트렌드』는 “AI와 봇이 일상에 퍼지면서 인류가 처음으로 ‘내가 인간임’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한다. 특히 Z세대를 겨냥한 『Z세대 트렌드 2026』은 태어날 때부터 AI와 함께 성장한 ‘AI 네이티브’ 세대의 소비와 행동 패턴을 집중 조명한다.

기술이 곧 트렌드가 되기까지

사실 트렌드 전망서에서 AI가 전면에 등장한 건 최근 일이 아니다. 202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메타버스’와 ‘NFT’가 유행을 이끌었으나, 단기간에 거품 논란에 휘말리며 무너졌다. 반면 AI는 챗GPT의 등장을 기점으로 실질적 효용을 증명해내며, 트렌드 분석의 ‘메인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일상의 AI화’가 단순 예측을 넘어 확실한 현실이 되면서, 출판계는 AI를 빼놓고는 내년을 설명할 수 없다는 공감대에 도달한 셈이다.

2026, ‘압도적 AI’ 시대의 개막

『마켓 트렌드 2026』, 『글로벌 테크 트렌드 2026』, 『IT 트렌드 2026』 등 줄줄이 출간되는 책들 모두가 AI를 중심축으로 내년을 전망한다.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영역에서 AI는 더 이상 보조 기술이 아닌, 주도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6년을 향한 트렌드 키워드는 단 하나, ‘AI’. 그리고 그 키워드는 앞으로 우리의 선택과 삶의 방식에 어떤 질문을 던질지, 이제 막 새로운 서막이 열리고 있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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