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산업 바로보기] ①
‘메타버스 거품론’, 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서 기인

연재순서

① 누가 메타버스 산업의 침체를 논하는가
② ‘우상향 그래프’ 그리는 메타버스의 미래
③ 한국 메타버스의 발전을 위한 제언

이미지=ChatGPT(DALL.E) 생성
이미지=ChatGPT(DALL.E) 생성

결론부터 이야기한다. 현 시점에서 누가 메타버스 산업의 침체를 말하는가. 메타버스는 지속적으로 성장 중이고 범위를 점점 확장하고 있는데 말이다.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나무를 보고 생사 여부를 논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메타버스는 분명한 현재진행형의 산업이다. 그리고 그 효용성과 잠재력을 봤을 때 분명 육성과 관심이 필요한 산업이다. 그런데 최근 메타버스 산업, 혹은 시장에 대한 국내 언론들의 박한 평가가 눈에 띈다. ‘침체기’ ‘거품’ 같은 단어들을 사용해 산업의 현재를 평가절하를 하는 기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전문가, 혹은 매체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이른바 ‘메타버스 거품론’을 뒷받침 하는 논리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이른바 ‘팬데믹’이 촉발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온라인 상에서 사람들끼리의 네트워킹이 가능한 메타버스 플랫폼들에 관심이 모아졌지만 엔데믹이 되면서 성장세가 둔화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메타버스에 뛰어들었던 기업들이 수익 부족과 이용자 수 정체현상으로 인해 사업방향을 수정하거나 투자를 줄이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시선도 나타난다.

그런데 이같은 논리는 메타버스 산업과 개념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즉, 플랫폼만을 마치 산업의 전체인 것처럼 침소봉대하는 측면이 존재한다. 마치 몇 그루의 나무를 보면서 숲 전체를 평가하는 격이다.

코로나 이전에도 이후에도…계속 성장해 온 메타버스 산업

수십 년간 메타버스를 연구해 온 유지상 메타버스얼라이언스 의장(광운대 전자공학과 교수‧전 총장)은 “제페토나 로블록스 등 게임형 플랫폼이 아바타를 이용한 가상 세계라는 이유로 메타버스 서비스의 전부인 것처럼 잘못 인식되었다”며 “엔데믹과 함께 이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메타버스 산업 전반이 침체되는 듯한 부작용을 겪었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전이나 이후, 메타버스의 진행 상황은 크게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이 유 의장의 견해다.

현직 개발자인 김명현 올림플래닛 CTO(최고기술책임자)의 시선도 유 의장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메타버스라는 개념은 단순히 가상 공간에서 활동하는 놀이형 플랫폼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제페토나 이프랜드, 로블록스 같은 서비스가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메타버스의 한 부분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메타버스 산업이 침체기라는 평가도 있지만 이는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만을 바라본 시각에서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전문가의 말을 종합하면 언론이나 대중적으로 흔히 인식되는 메타버스의 개념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메타버스의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되는 네이버의 제페토나 메타의 호라이즌 같은 경우 이른바 ‘소셜형 메타버스’로 정의할 수 있고 로블록스는 ‘게임형 메타버스’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쯤되면 ‘올바른 메타버스의 개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메타버스의 명확한 정의를 언급할 필요가 있다.

메타버스는 ‘초월’ 혹은 ‘가상’의 의미가 담긴 메타(meta)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말 그대로 현실 세계와는 다른 ‘가상 세계’를 의미한다. 이 단어의 첫 등장은 무려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2년 미국 작가 닐 스티븐슨의 공상과학 소설 ‘스노우 크래시’(Snow Crash)에서 처음 쓰였다. 현실 세계와 평행하게 존재하는 가상공간이다.

ICT 필드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가상세계’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용어가 있을 것이다. 맞다, VR(Virtual reality). 유지상 의장은 “메타버스는 VR, AR(증강현실), XR(확장현실) 등의 몰입형 기술(Immersive Technology)과 서비스가 그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일부 언론이나 대중적으로 마치 메타버스와 다른 범주인양 여겨졌던 가상현실이 진정한 메타버스 개념의 중심에 위치한 셈이다. 유 의장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최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기반한 NFT(Non Fungible Token, 대체 불가 토큰) 등 가상경제 구현을 위한 서비스도 메타버스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정한 메타버스의 정의는 무엇인가

국내 IT업계 1세대로 불리는 문효은 ATC 파트너스 대표(前 카카오 부사장)는 “메타버스는 디지털 환경에서 인간의 경험을 확장하는 기술과 생태계 전체를 의미한다”며 “단순한 3D 가상 공간이 아니라 산업과 의료, 교육, 엔터테인먼트, 커머스 등 현실과 가상이 융합된 새로운 사회·경제적 공간”이라고 봤다.

법률상으로도 그 개념은 다르지 않다. 메타버스 산업 육성을 위해 지난해부터 시행중인 ‘가상융합산업진흥법’ 제 2조를 보면 ‘가상융합세계(메타버스)란 이용자의 오감을 가상공간으로 확장하거나 현실공간과 혼합하여 인간과 디지털 정보 간 상호 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회적‧경제적‧문화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한 가상의 공간이나 가상과 현실이 결합한 공간을 말한다’고 정의돼 있다.

굳이 전문가들에게까지 질문할 필요 없이 이 법의 조문만 봐도 대중적으로 메타버스에 대한 정의가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The Metaversen Hype Cycle.(자료, 도표=Avi Bar-Zeev)
The Metaversen Hype Cycle.(자료, 도표=Avi Bar-Zeev)

메타버스가 결국 ‘미래의 인터넷’이 될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나타난다. 오랜 시간 메타버스를 연구해온 류철균 경북연구원장(필명 이인화)은 저서 ‘메타버스란 무엇인가’를 통해 “궁극적으로 메타버스는 구글 같은 데이터 검색 위주의 2차원 웹 포털을 대체할 ‘3차원 웹포털’로 진화할 것”이라고 봤다.

류 원장은 “이 3차원 웹 포털은 3차원 공간에 아바타를 통해 문제가 되는 상황을 재현함으로써 다양한 모드의 콘텐츠를 모으고 분배한다”며 “수합과 분배의 이 콘텐츠 통합자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현실에서 가상으로 접속하고 가상에서 현실로 접속하는 ‘유비쿼터스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인 딜로이트는 2022년 ‘메타버스와 웹3: 넥스트 인터넷 플랫폼’(The metaverse and Web3: The next internet platform)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보고서는 “메타버스와 Web3는 강력한 ‘변화의 바람’이 될 것”이라며 “비즈니스 리더들은 이를 통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기업이 이 새로운 인터넷 플랫폼의 혜택을 누리려면, 메타버스 및 Web3 이니셔티브를 기반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이승환 국회 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이 주최한 한 웨비나에서 “과학, 기술분야에서 디지털화된 방식들을 다 빼고 과학기술 분야에서 연구를 한다고 생각하면 사실 거의 불가능하지 않느냐”며 “우리는 메타버스를 인터넷의 다음 세상으로 보고 있는데 변화된 환경 속에서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기존 방식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 생산성이 굉장히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문용필 기자 eugene@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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