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설전, AI 주도권 경쟁의 상징으로 번지다

일론 머스크와 샘 올트먼 CEO의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미지=챗GPT 생성

■ 다시 불붙은 앙숙전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CEO와 샘 올트먼(Sam Altman) 오픈AI CEO가 다시 한 번 온라인에서 충돌했다.

이번 논쟁은 단순한 말싸움을 넘어, 인공지능(AI) 산업을 주도하는 두 인물의 ‘철학적 대립’이 재점화된 사건으로 해석된다.

지난 10월 30일(현지시간), 올트먼은 자신의 X(옛 트위터)에 “테슬라 로드스터 예약을 취소하고 싶다”는 내용의 이메일 캡처를 올렸다. 그는 “2018년에 이 차를 예약했지만, 7년 넘게 기다리는 건 너무 길다”며 머스크의 ‘지연된 혁신’을 조롱했다.

머스크는 즉시 반격에 나섰다. 11월 1일, 그는 올트먼의 게시물에 “너는 비영리 단체를 훔쳤다(You stole the nonprofit)”는 짧지만 강한 비난을 남겼다. 이는 오픈AI가 비영리 구조에서 영리법인으로 전환한 일을 꼬집은 것이다.

■ “오픈AI는 배신했다” vs “테슬라가 인수하길 원했잖아”

머스크의 주장은 일관된다. 그는 오픈AI 공동 설립자로 참여했지만, 2018년 이사회에서 물러나며 “AI의 안전한 발전”을 위한 비영리 원칙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후 오픈AI가 챗GPT 성공을 기반으로 거대 자본 중심의 영리 구조로 재편되자, ‘초심을 잃은 조직’이라 비판해왔다.

올트먼은 이에 맞서, “당신이 버려둔 오픈AI를 인류 최대의 비영리 단체로 발전시켰다”며 반격했다.

그는 또한 “머스크는 과거 오픈AI를 테슬라가 인수하길 원했다. 그땐 우리가 성공할 확률이 0%라 했던 사람이 지금 와서 비판하고 있다”고 반문했다.

결국 올트먼은 “이제 당신에겐 훌륭한 AI 회사가 있고, 우리에게도 있다. 그냥 앞으로 나아가면 안 될까?”라는 메시지로 대립을 마무리하려 했다.

■ AI 주도권을 둘러싼 ‘철학의 전쟁’

이번 논쟁은 단순한 개인 감정싸움이 아니라, AI 산업의 방향성과 윤리를 둘러싼 철학적 충돌로 읽힌다.

머스크는 ‘오픈AI의 영리화’가 인류 전체의 이익보다 투자자의 수익을 우선시한다고 비판한다. 반면 올트먼은 대규모 자본 투입 없이는 안전하고 강력한 AI를 개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두 사람의 논쟁은 내년 3월로 예정된 오픈AI와 머스크 간 소송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머스크는 오픈AI의 영리 전환이 설립 당시 약속 위반이라며 법적 조치를 취했고, 오픈AI는 이에 “성장을 막기 위한 악의적 전술”이라 맞소송을 제기했다.

■ “AI의 방향, 누가 옳은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AI 주도권을 둘러싼 철학적 경쟁의 표면화”라고 분석한다.

테슬라는 자율주행과 로봇 ‘옵티머스’를 통해 AI 하드웨어 중심의 혁신을 추진 중이며, 오픈AI는 챗GPT를 중심으로 AI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표준화를 선도하고 있다.

즉, 머스크가 지향하는 ‘피지컬 AI(로봇, 차량)’와 올트먼이 구축한 ‘인지적 AI(언어모델, 플랫폼)’이 서로 다른 길 위에서 충돌하는 셈이다.

■ AI 시대의 ‘정의’는 누구의 손에

머스크와 올트먼의 설전은 개인 감정보다 더 깊은 문제를 드러낸다.

AI가 인류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 아니면 혁신의 속도를 위해 자본과 기업의 논리를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번 ‘로드스터 환불 논쟁’은 결국 AI의 미래를 누가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논쟁이 숨어 있다. 머스크의 비전이 ‘인류의 안전’을 강조한다면, 올트먼의 길은 ‘인류의 진보’를 향한다.

AI 산업의 주도권 싸움은 이제 기술 경쟁을 넘어, 윤리와 이상을 놓고 벌어지는 새로운 전쟁터가 되고 있다.

테크풍운아 칼럼니스트  scienceaza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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