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을 벗어나, 무대가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갤럭시XR’ 헤드셋을 착용한 한 사용자는 치지직XR 앱을 실행하자 깜짝 놀랐다. 걸그룹 트리플S의 멤버가 눈앞 30cm 거리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본능적으로 한발 물러서게 되는 ‘몰입형 현실’.
네이버가 XR 기술을 통해 만들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3D 콘텐츠’가 아니라 사용자와 디지털 세계가 상호작용하는 실감형 미디어 생태계다.
XR 플랫폼으로 진화한 ‘치지직’
네이버의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Chzzk)은 지난 10월, 삼성전자 갤럭시XR 전용 앱 ‘치지직XR’을 출시했다. 이는 기존 웹·모바일 중심의 스트리밍 플랫폼을 3차원 공간 중심의 미디어 경험으로 확장한 첫 사례다.
치지직XR의 핵심은 이머시브(Immersive) 인터랙션이다. 이용자의 시선, 제스처, 이동 방향에 따라 영상 속 오브젝트가 반응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고개를 돌리면 아티스트가 시선을 맞추거나, 손짓에 따라 무대 연출이 바뀌는 등 양방향 반응형 경험이 가능하다.
이러한 설계는 단순한 ‘시청’에서 벗어나 콘텐츠와 사용자가 공존하는 실감형 인터페이스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멀티뷰·이머시브 뷰어”…XR 시대의 새로운 UX
XR 환경은 2D 디스플레이의 한계를 완전히 벗어난다.
치지직XR은 ‘이머시브 뷰어’ 기능을 통해 180도~360도 뷰로 시야를 감싸는 공간형 화면을 구현했다. 비비지(VIVIZ), 트리플S 등 K-POP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실제 콘서트 현장처럼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멀티뷰’ 기능을 통해 하나의 가상 공간 안에 여러 콘텐츠를 동시에 띄우는 시청 경험을 제공한다. 사용자는 시야를 이동하며 각 콘텐츠를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다.
이 UX는 기존 모바일의 세로 스크롤 구조를 대체한다. 대신 사용자의 시선 이동, 손 제스처, 거리감을 중심으로 콘텐츠가 펼쳐지는 Z축 기반 탐색 구조로 설계됐다. 이는 ‘눈으로 스크롤하는’ 새로운 미디어 인터페이스의 실험이라 할 수 있다.
‘일상 속 XR 미디어화’
네이버는 치지직XR을 통해 XR 기반 콘텐츠 소비의 일상화를 추진 중이다. 단순히 하드웨어를 활용한 실험이 아니라, XR을 미디어 포맷으로 정착시키는 장기 전략을 그리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치지직은 XR 앱 출시를 시작으로 치지직 전용 이머시브 콘텐츠를 지속 확대할 예정”이라며, “기술 고도화와 이용자 피드백을 통해 몰입형 미디어 환경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XR이 여는 새로운 크리에이터 생태계
네이버의 전략은 단순한 플랫폼 확장이 아니다. XR 기술로 크리에이터 생태계의 새로운 무대를 연다.
K팝 아티스트뿐 아니라, 스트리머·게임 크리에이터·인플루언서가 자신만의 3D 인터랙티브 공간을 제작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는 네이버가 추구하는 ‘사용자 생성 기반 XR 미디어 생태계’의 초석이다. 향후 네이버는 자체 스튜디오와 AI 기반 콘텐츠 제작 툴을 연계해, XR 환경에서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소통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XR, 메타버스를 다시 부른다
2021년 ‘메타버스 열풍’ 이후 산업의 초점은 현실 세계로 돌아온 듯했지만, 네이버의 행보는 메타버스의 실감형 진화를 다시 촉발시키고 있다. XR은 가상의 세계를 ‘보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삼성과 손잡은 이번 XR 프로젝트는 한국형 메타버스 기술의 리부트를 의미한다.
AR·VR을 거쳐 XR로 이어지는 확장현실 기술이, 다시 ‘경험 중심 미디어 산업’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트렌드다이버 칼럼니스트 wiki_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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