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첫 양산 본격화… 中·日도 발빠르게 캐파 올려
초고해상도·초경량 디스플레이로 XR 대중화 열쇠 쥔다

확장현실(XR) 시장이 본격 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핵심 부품인 올레도스(OLED on Silicon, 이하 OLEDoS) 패널을 둘러싼 한·중·일 3국의 기술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갤럭시 XR용 패널 양산에 들어가며 본격적인 시장 재편이 시작됐다. 일본은 여전히 기술 우위를, 중국은 정부 주도 양산 속도로 승부수를 던지는 가운데 한국은 OLED에서 뒤처진 점유율을 OLEDoS로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갤럭시 XR' 체험 중인 고객. 사진=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첫 양산 돌입… 갤럭시 XR 공급 ‘신호탄’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삼성전자의 XR 헤드셋 ‘갤럭시 XR’에 탑재될 1.3인치 4K OLEDoS 패널 양산을 시작했다. 이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첫 OLEDoS 양산으로, 디스플레이 경쟁 구도를 바꿀 수 있는 상징적 사건이다.

이번 패널은 4032PPI, 4K(3552×3840), DCI-P3 95% 색재현율을 갖춘 고사양 소형 패널로, 실리콘 웨이퍼에 유기물을 직접 증착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업계에 따르면 까다로운 신뢰성 평가를 통과하며 삼성전자 납품 승인을 받았고, 기존 소니 패널과 일부 물량을 나눠 공급할 전망이다.

다만 시장 초기 물량은 제한적이다. XR 시장이 아직 확실한 대중화 단계는 아니기 때문에 삼성의 첫 양산은 기술력과 공급 신뢰성 확보에 가까운 ‘전략적 시작’으로 평가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AWE USA 2025’에서 전시한 최신 올레도스 제품.  사진=삼성 디스플레이 제공

일본·중국, 이미 돌입한 ‘올레도스 전쟁’… 캐파 경쟁 치열

올레도스 시장은 현재 소니가 독주 중이다. 소니는 애플 ‘비전 프로’에 4K 올레도스 패널을 단독 공급하며 강력한 기술 우위를 입증했다. 고해상도·고휘도 구현 능력은 소니가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중국은 ‘패널 굴기 2라운드’를 선언하며 中 BOE·Seeya, 정부 지원 앞세워 공격적 확장에 나섰다.

▲Seeya → DJI 고글2 공급 (FHD OLEDoS) ▲BOE 자회사 BMOT → 2026년 메타 ‘퀘스트’ 시리즈 공급 전망 ▲Sidtek → 12인치급 생산 라인 구축, 캐파 경쟁 본격화

중국 기업들은 기술보다 양산 능력(캐파) 우선 전략, 즉 “선 캐파·후 수요” 전략으로 XR 패널 단가를 빠르게 낮추고 있다.

한국·일본이 기술 중심이라면 중국은 속도·가격 중심의 방식으로 시장 점유율 확장을 노리는 셈이다.

한국, OLED 뺏긴 시장 되찾기… OLEDoS로 기술 반등 노린다

한국이 올레도스를 전략적으로 바라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글로벌 OLED 시장에서 한국은 지난해 중국에 처음으로 점유율을 역전당했다(옴디아). OLED 기술 격차가 좁혀지면서 새로운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OLED는 중국이 한국과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OLEDoS는 아직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며 “미세 패턴·발열 제어·수율 확보 등이 난도가 높아 한국 기업이 반전할 수 있는 시장” 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디스플레이는 미국 RGB OLEDoS 기업 ‘이매진’(Imagine)을 인수해 차세대 기술 확보에 나섰고, 올해 5000PPI·2만니트 시제품을 공개하며 기술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스마트워치용 OLEDoS 시제품까지 공개했음에도 XR 성장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치자 본격적인 생산을 하고 있지 않다. 다만 내부 투자는 계속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XR 시장 확대의 열쇠는 ‘가격 하락’… 올레도스가 판도 바꾼다

현재 XR 패널 시장 규모는 연 6억 달러(약 8200억 원)에 불과하다. OLED 시장이 수십조 규모인 것과 비교하면 초기 시장에 가깝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올레도스 가격 하락 → XR 기기 단가 하락 → 시장 대중화라는 선순환을 예상한다.

키미 린 옴디아 연구원은 “0.49인치 OLEDoS 가격이 2024년 25달러 → 2025년 20달러 → 2026년 17달러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 소니, BOE 등 주요 플레이어가 확대되며 자연스러운 가격 경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중·일 3국의 기술 전쟁… OLEDoS가 XR 시대의 승부처

XR 시장은 헤드셋 중심 초기 시장에서 향후 스마트글라스·산업용 AR 등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OLEDoS는 이 과정에서 가볍고 선명하고 밝은 디스플레이를 요구하는 ▲XR 헤드셋(메타·애플·삼성·PICO) ▲산업용 AR 글라스(조립·정비·군사용) ▲의료용 시각기기 ▲차세대 웨어러블 등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XR 콘텐츠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면, 디스플레이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첫 양산 돌입은 XR 디스플레이 패권전의 본격적인 시작을 의미한다.

OLED에서 중국에 밀린 한국이 OLEDoS에서 기술 반등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XR 산업 전반의 대중화 속도와 함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테크인싸  tlswnqo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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