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삼성·애플의 기술 전략은 모두 '눈앞 2cm'에서 갈린다
메타, AR 안경에 디스플레이를 입혔다
메타는 2025년 9월, '레이밴 메타 스마트글래스'의 디스플레이 탑재 모델을 공식 발표하며 본격적인 AR 시장 진입을 알렸다. 기존 모델은 음성 AI와 카메라 기능에 집중했지만, 이번 제품은 화면까지 탑재하며 실질적인 증강현실(AR) 안경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메타는 이를 ‘AI + AR 융합 기기’로 정의하며, 일상 속에서 정보를 확인하고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삼성, ‘프로젝트 무한’으로 MR 시장에 진입한다
삼성은 2025년 10월 출시 예정인 MR(혼합현실) 기기 ‘프로젝트 무한’을 통해 애플과 메타가 선점한 XR 시장에 정식으로 발을 들일 예정이다. 삼성은 그동안 XR 기기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MR 기기의 형태와 기능 모두를 포괄하는 다목적 플랫폼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는 삼성의 하드웨어 최적화 능력과 디스플레이 기술을 기반으로 단숨에 XR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애플, OLEDOS로 MR 디스플레이의 기준을 세우다
애플은 2024년 출시한 비전 프로(Vision Pro)를 통해 XR 시장을 가장 먼저 열었고, 이 기기에 올레도스(OLED on Silicon) 기술을 적용해 주목받았다. 올레도스는 실리콘 기판 위에 OLED를 증착한 자발광 디스플레이 기술로, 완벽한 블랙 표현과 빠른 응답 속도를 제공한다. 이는 외부 빛을 차단한 환경에서 가상 콘텐츠를 선명하게 구현해야 하는 MR 기기에 최적화된 선택이었다. 애플의 선택은 이후 XR 디바이스 설계에 있어 디스플레이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
메타가 택한 LCoS, AR 안경에 딱 맞는 기술
메타가 새로 선보인 레이밴 메타 글래스에는 엘코스(Liquid Crystal on Silicon) 방식의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엘코스는 외부 광원을 반사해 이미지를 형성하는 기술로, 특히 레이저와 결합할 경우 매우 높은 밝기와 낮은 전력 소모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이는 야외에서 사용해야 하는 AR 안경의 특성과 배터리 지속 시간을 고려한 선택으로, 메타의 전략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효율성의 균형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의 무기, LEDoS가 될 수 있을까
삼성이 준비 중인 ‘프로젝트 무한’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또 다른 기술은 레도스(LED on Silicon)다. 레도스는 실리콘 기판 위에 마이크로 LED를 직접 배열해 극도로 밝고 선명한 화면을 구현할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이론적으로는 XR 디스플레이의 '완전체'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초소형 LED의 정밀 배치, 특히 빨간색 LED의 효율 저하 등 해결 과제가 남아 있다. 삼성의 기술력이 이 장벽을 넘는다면 시장 판도를 바꿀 카드가 될 수 있다.
도파관, XR에서 빛을 전달하는 또 하나의 핵심
XR 기기의 디스플레이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는 도파관(Waveguide)이다. 도파관은 화면에서 생성된 빛을 사용자의 눈까지 운반하는 투명한 광학 부품으로, 실제 XR 경험의 선명도와 시야각에 큰 영향을 미친다. 도파관에는 얇고 가벼운 회절형과 고효율의 반사형이 있으며, 각 디스플레이 기술과의 궁합도 성능에 큰 차이를 만든다. 예를 들어, 엘코스는 직진성이 강한 레이저 빛을 사용해 도파관 손실이 적고, 레도스는 빛이 퍼지는 특성 때문에 손실이 클 수 있다. 이처럼 도파관과 디스플레이 기술의 조합은 XR 기기 최종 성능을 결정하는 숨은 변수다.
기술의 우열보다 중요한 것은 '기기의 목적'이다
지금의 XR 디스플레이 경쟁은 단일 기술의 우열이 아닌, 기기 형태와 목적에 따라 최적 기술이 나뉘는 다원적 전선으로 흘러가고 있다.
MR 헤드셋에는 명암비와 반응속도가 뛰어난 'OLEDOS'
AR 안경에는 밝기와 전력 효율이 높은 'LCoS'
차세대 기술로 떠오르는 'LEDoS'는 고성능을 갖췄지만 상용화의 문턱을 넘는 중이다.
2025년 하반기, XR 시장은 단순한 기기 경쟁을 넘어 디스플레이 기술의 궁합과 선택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는 시기다. 그 승자는 하드웨어의 완성도가 아니라, 눈앞 2cm를 어떻게 구현하느냐에 달렸다.
테크인싸 칼럼니스트 tlswnqo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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