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 연합 선언 3년 만에 드러난 실체…삼성, ‘무한’으로 다시 무대에 오르다

삼성전자가 2025년 10월 공개 예정인 첫 XR(확장현실) 헤드셋 ‘무한’이 하와이에서 열린 퀄컴 스냅드래곤 서밋 2025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제품 티징을 넘어, XR 시장에 대한 삼성의 전략이 본격적으로 실행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퀄컴 스냅드래곤 서밋 2025 행사장에 전시된 프로젝트 무한 XR 헤드셋.  사진=공동취재단
퀄컴 스냅드래곤 서밋 2025 행사장에 전시된 프로젝트 무한 XR 헤드셋.  사진=공동취재단

삼성은 2023년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무대에서 퀄컴·구글과의 XR 3자 협력을 전격 발표했다. 애플이 Vision Pro로 혼합현실 시장에 포문을 열고, 메타가 오큘러스 시리즈로 생태계를 구축하는 동안 삼성은 침묵을 지켰지만, 그 이면에서는 하드웨어-칩셋-OS 삼각 편대를 조용히 조율해왔다. 그리고 마침내, 그 결과물이 ‘무한’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스냅드래곤 XR2+ Gen2 탑재…AI 기반 공간 인식과 트래킹 능력 ‘레벨업’

무한에 탑재된 퀄컴의 스냅드래곤(Snapdragon) XR2+ 2세대(Gen2) 칩셋은, 기존 XR2 Gen2 대비 GPU는 15%, CPU는 20% 향상된 성능을 자랑한다. 이 칩은 특히 온디바이스 AI 처리 능력이 강화돼, 헤드셋에 장착된 12개 이상의 동시 카메라를 통해 사용자 움직임, 시선, 손 제스처, 환경의 깊이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력은 단순히 고사양 게임이나 영상 재생을 넘어서, 실제 물리 공간과의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만든다. 즉, 무한은 단순한 ‘보는 기기’를 넘어 ‘공간을 이해하고 반응하는 기기’로 진화하고 있다.

초고해상도 OLEDoS 디스플레이…현실보다 선명한 가상

무한의 또 다른 핵심은 약 3,800ppi(픽셀 밀도)를 자랑하는 1.3인치 OLEDoS 디스플레이다. 이는 일반적인 VR 기기 대비 수 배 이상 높은 수치로, 텍스트 읽기, 문서 작업, UI 조작 등에서 스크린도어 현상 없이 생생한 시각 경험을 제공한다.

OLEDoS는 OLED를 실리콘 기판에 증착한 차세대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기술로, 명암비와 색 정확도에서도 LCD 기반 VR 디스플레이를 압도한다. 이는 XR 기기를 업무용·생산성 도구로 확장시키려는 삼성의 전략을 뒷받침하는 기술적 기반이 된다.

생태계의 열쇠는 ‘Android XR’…삼성-구글 연합의 진짜 시작

하드웨어가 아무리 뛰어나도, 소프트웨어와 콘텐츠가 받쳐주지 못하면 XR 기기의 가치는 반감된다. 이를 인식한 삼성은 구글과 손잡고 ‘Android XR’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구글은 이미 유튜브, 구글 맵스, 제미나이 등을 XR 환경에 맞춰 재구성 중이며, 무한은 그 실험적 결과물을 가장 먼저 적용받는 기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은 또한 갤럭시 생태계와의 연동을 통해 스마트폰, 워치, 이어버드 등과의 통합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단일 XR 기기가 아니라 ‘갤럭시 멀티 디바이스 허브’의 확장판으로 무한이 자리 잡게 되는 셈이다.

10월 22일 온라인 공개 예정…가격은 최대 3,000달러 예상

삼성은 무한을 오는 10월 22일(한국 기준) 온라인 행사를 통해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외신은 이 제품이 초기 10만 대 생산, 가격대는 1,800~2,900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격대는 애플의 Vision Pro(3,499달러)보다는 저렴하지만, 일반 소비자에게는 여전히 고가다.

결국 성공 여부는 개발자 친화성, 콘텐츠 확보, 초기 체감 품질에서 결정될 것이다. 삼성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 데모를 보여줄 수 있는지, 실제 소비자 환경에서의 안정성은 어떤지에 따라 XR 시장의 흐름이 바뀔 수 있다.

XR 전쟁의 새로운 플레이어, 삼성…‘무한’의 다음은 어디로?

애플, 메타, HTC가 각축전을 벌이던 XR 시장에 삼성이라는 거물이 본격적으로 참전하면서 판도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삼성은 디스플레이, 모바일 칩, AI, 폼팩터 디자인까지 종합 제조 역량을 갖춘 유일한 XR 후발주자다.

‘무한’은 이름처럼 하드웨어의 한계를 넘어선 몰입감, 사용자와 공간의 무한 연결, 그리고 새로운 메타버스 게이트웨이가 될 수 있을까? 3년간 조용히 준비해온 삼성의 정답은 이제 곧 드러난다. .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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