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문 사장, 해상도·가격·생태계 혁신으로 XR 대중화 시동

삼성이 공개한 프로젝트 무한.사진=삼성전자
삼성이 공개한 프로젝트 무한.사진=삼성전자

애플 비전프로 실패, 삼성의 새로운 기회

2024년 2월 출시된 애플의 XR 기기 ‘비전프로’는 첫 등장부터 화제를 모았지만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3500달러(약 490만 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과 600g의 무게는 소비자의 외면을 불렀고, 첫해 판매량은 40만~50만 대에 그쳤다. 당초 애플이 목표로 한 80만 대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 같은 실패는 XR 시장의 잠재력을 보여줌과 동시에, 대중화에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 분명히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시장 반응을 철저히 분석했다. 단순히 기술력을 앞세운 프리미엄 전략만으로는 부족하며, 현실적으로 사람들이 “쓰고 싶은 XR”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무한’, 대중을 겨냥한 합리적 가격 전략

삼성전자가 2025년 10월 선보일 첫 XR 기기 ‘무한’의 예상 출고가는 200만 원대 후반이다. 이는 비전프로의 절반 수준으로, XR 대중화를 위해 가격 장벽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음을 보여준다. 초기 생산 물량은 약 10만 대로, 시장 반응에 따라 점차 확대될 계획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XR 플랫폼이 자리잡기 위해선 연간 1천만 대 이상 판매가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삼성전자의 가격 전략은 당장의 수익성보다 생태계 확장을 우선시한 선택으로, XR 시장 진입 초반 승부를 좌우할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

초고해상도 OLEDoS 디스플레이, ‘어지럼증 없는 몰입감’

‘무한’은 OLEDoS 패널을 적용해 4K 해상도와 3800ppi 초고밀도 디스플레이를 구현한다. 이는 애플 비전프로(3391ppi)를 능가하는 수치로, 더 자연스럽고 선명한 화면을 제공한다. 픽셀 밀도가 높아질수록 XR 착용 시 발생하는 어지럼증 현상이 크게 줄어들며, 사용자는 더욱 몰입감 있는 경험을 누릴 수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은 “무한은 디스플레이 품질과 센서 정확도를 동시에 개선해 현실감을 극대화했다”며 “멀티모달 AI를 통해 외부 장면을 눈으로 직접 보는 것처럼 구현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에서 발언하는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 사장.  사진=연합뉴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에서 발언하는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 사장.  사진=연합뉴스

개방형 플랫폼, XR 생태계 속도전

삼성전자는 XR 생태계 확장을 위해 개방형 전략을 선택했다. 비전프로가 애플의 폐쇄적 생태계에 묶여 성장 속도를 제한받았다면, ‘무한’은 퀄컴, 구글과의 협업을 통해 생태계를 넓힌다.

퀄컴의 XR 전용 칩셋 스냅드래곤 XR2+ 2세대 탑재, 구글의 안드로이드 XR 운영체제 적용, 구글 생성형 AI 제미나이 활용이 가능하다. 

개방형 플랫폼은 글로벌 개발자의 참여를 촉진하고, 앱과 콘텐츠 확보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더 다양한 서비스를 경험하게 되며, 삼성은 XR 생태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XR 산업의 전환점, 삼성 ‘무한’의 도전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XR 시장 점유율은 글로벌의 2.6%에 불과하지만, 대기업의 XR 기기 진출로 확대 가능성이 높다. XR 산업은 기기뿐만 아니라 부품, 소프트웨어,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이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활성화된다.

삼성의 ‘무한’은 이러한 XR 밸류체인의 본격적 확산을 이끌 잠재력을 가진다. 스마트폰 시대 이후 차세대 성장 동력을 찾는 삼성전자의 행보가 XR에서 결실을 맺을지, 업계와 소비자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테크인싸 칼럼니스트  tlswnqo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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