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출시된 구글 그래스  사진=구글
2013년 출시된 구글 그래스  사진=구글

구글 글래스의 좌절, 그러나 사라지지 않은 꿈

스마트 안경의 역사는 2013년 구글 글래스에서 시작됐습니다. 카페에서 눈앞에 뜨는 내비게이션, 음성 명령으로 찍는 사진은 ‘미래의 일상’처럼 보였죠. 하지만 사생활 침해 논란과 어색한 디자인은 대중의 거부감을 샀고, 결국 구글 글래스는 조용히 퇴장했습니다. 실패로 끝났지만, ‘눈 위의 컴퓨터’라는 개념은 산업계에 씨앗을 남겼습니다.

메타, ‘패션+AI’로 시장을 다시 열다

2021년 메타는 레이밴 스토리를 통해 다시 불을 붙였습니다. 단순히 사진과 음악을 즐기는 수준에서 출발했지만, 2025년 등장한 레이밴 디스플레이는 판도를 바꿨습니다. 메시지·번역·길안내가 눈앞에 바로 뜨고, 손목의 뉴럴 밴드로 조작까지 가능한 구조였죠. 과거 구글 글래스가 놓쳤던 ‘멋’과 ‘실용’을 동시에 잡으면서 시장의 성장 신호탄이 됐습니다.

레이벤 메타 디스플레이와 뉴럴 밴드. 사진=메타
레이벤 메타 디스플레이와 뉴럴 밴드. 사진=메타

시장 데이터가 말해주는 변화

2025년 상반기 VR 헤드셋 출하량은 14% 감소했지만, AR 스마트 안경은 110% 급성장했습니다. 특히 AI 기능 탑재 제품이 전체의 78%를 차지했습니다. 이제 스마트 안경은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니라, 손을 쓰지 않고도 AI와 상호작용하는 일상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삼성·구글, ‘프로젝트 무한’과 ‘해안’으로 맞불

삼성전자는 구글과 손잡고 본격적으로 XR 시장에 뛰어듭니다. 다음달 공개될 XR 헤드셋 ‘프로젝트 무한’은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와 퀄컴 최신 칩셋을 탑재한 프리미엄 기기입니다. 가격은 200만 원대 후반으로 예상되죠.

삼성 프로젝트 무한 사진=삼성전자
삼성 프로젝트 무한 사진=삼성전자

여기에 멈추지 않고, 올해말 혹은 내년 초에는 ‘해안(HAEAN)’이라는 안경형 기기도 출시할 계획입니다. 특히 패션 브랜드 젠틀몬스터와의 협업은 메타-레이밴 조합을 정면 겨냥한 전략으로, ‘쓰고 싶은 안경’을 통해 대중성을 확보하려는 시도입니다.

중국 기업들의 질주

엑스리얼(Xreal), 샤오미는 이미 시장 점유율을 크게 확보했습니다. 샤오미는 40g 초경량 모델을 내놓고, 알리바바는 AI 비서 ‘쿼크’를 탑재한 안경으로 생태계 확장을 노립니다. 2010년대 스마트폰 시장에서처럼, 빠른 출시와 저가 전략으로 글로벌 기업들을 압박하는 구도가 재현되고 있습니다.

아마존·애플의 합류로 전선 확대

아마존은 물류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전용 모델부터 내놓고, 소비자용 풀컬러 안경 ‘제이호크’를 준비 중입니다. 반면 애플은 2027년 ‘애플 글라스’를 수백만 대 규모로 출하할 예정입니다. 아이폰·비전 프로와의 연동이라는 강력한 생태계 무기를 통해 프리미엄 수요를 선점할 가능성이 큽니다.

스마트폰 이후를 향한 본격 경쟁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된 지금, 글로벌 빅테크는 모두 ‘다음 플랫폼’을 찾고 있습니다. 스마트 안경은 스마트폰을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지만, 스마트폰 의존도를 줄여주는 새로운 중심축이 될 수 있습니다.

삼성·구글의 언팩 행사와 메타의 신제품은 이 흐름을 공식화하는 신호탄입니다. 스마트폰이 ‘포켓 컴퓨터’였다면, 스마트 안경은 ‘페이스-온 컴퓨터’로 진화해, 다시 한 번 우리의 일상을 재편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테크인싸 칼럼니스트  tlswnqo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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