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노리는 스트리밍과 XR의 결합, 성공 조건은 무엇인가
네이버가 올 하반기 내놓을 XR(확장현실) 플랫폼
그 중심에는 의외로 익숙한 이름이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스트리밍 서비스 ‘치지직(CHZZK)’이다. 지난해 출범한 치지직은 트위치 대체재로 출발해, 빠른 송출과 편리한 결제, 네이버페이 후원 시스템을 무기로 성장해왔다. 이제 네이버는 이 치지직을 XR 플랫폼으로 확장하며, 스트리밍의 다음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흐름을 보면 전략은 비교적 선명하다.
삼성전자 · 구글 · 퀄컴이 함께 개발 중인 XR 디바이스 ‘프로젝트 무한’과 맞물려, XR 생태계의 주도권을 초반에 잡겠다는 계산이다. 단순히 기기를 보급하는 것만으로는 이용자를 끌어올 수 없기에, XR에서 즐길 만한 콘텐츠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 역할을 치지직이 맡겠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XR 전용 콘텐츠를 위한 인프라도 이미 쌓아왔다.
가상 환경에서 리허설이 가능한 ‘비전스테이지’, 버추얼 스트리머 제작과 송출을 지원하는 ‘모션스테이지’, 3D 아바타 콘텐츠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프리즘 라이브 스튜디오’까지. 이 세 가지 축은 스트리머 방송을 단순한 영상에서 몰입형 체험으로 바꿀 수 있는 도구들이다. 여기에 K-팝과 게임, 버추얼 아티스트 IP를 연결하면, 치지직은 단순 스트리밍을 넘어 XR 생태계의 허브로 진화할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치지직 XR은 XR 기기에서만 매력적인가, 아니면 PC와 모바일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인가?XR 기기에서만 가능한 경험은 분명히 있다. 공연장 한가운데 서서 무대를 360도로 바라보는 감각, 옆자리 팬과 실시간으로 눈을 마주치는 듯한 교감, 손짓이나 시선으로 스트리머와 반응을 주고받는 상호작용. 이는 평면 화면으로는 절대 재현할 수 없는 몰입이다. XR의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XR 기기 보급은 아직 초기 단계다.
만약 치지직 콘텐츠가 XR에서만 구현된다면, 이용자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대중 확산을 위해서는 PC와 모바일에서의 경험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 위에서, XR은 ‘결정적 체험’을 제공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PC에서는 K-팝 공연을 평면 중계로 보지만, XR에서는 무대 위 시점으로 들어가는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마치 콘서트를 TV로 보는 것과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것의 차이처럼 말이다.
결국 치지직 XR의 성패는 “왜 XR로 봐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데 달려 있다.
K-팝 XR 공연, 버추얼 스트리머와의 가상 교감, e스포츠 경기의 XR 관람 같은 콘텐츠가 바로 그 답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이 경험이 XR 기기에서는 압도적으로 차별화되고, PC와 모바일에서도 여전히 충분히 즐길 만해야 한다는 점이다.
네이버가 치지직을 XR 플랫폼의 중심에 세운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이미 자리 잡은 스트리밍 생태계 위에 XR 제작 인프라와 K-팝·게임 IP를 얹는 순간, XR의 킬러 콘텐츠 후보군이 현실화되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PC와 모바일은 확산의 통로로, XR은 몰입의 무대로 설계할 것. 이 두 축이 균형을 이룰 때, 치지직은 단순한 스트리밍 플랫폼을 넘어 XR 시대의 진정한 킬러 콘텐츠 무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비즈인사이트 칼럼니스트 yoian@naver.com
- [칼럼] 네이버의 버튜버 규제가 기대되는 이유
- "(치지직에서) SOOP으로 이적할 버튜버를 찾습니다"
- [버추얼 현장] ②치지직 가이드라인 개정... 버튜버 노출 문화 없어질까
- 삼성 ‘프로젝트 무한’에 올라탄 네이버 ‘치지직 XR’…K-콘텐츠 XR 생태계 본격 시동
- [테크핫템] 삼성 ‘프로젝트 무한’…AI가 현실을 덧입히는 첫 안드로이드 XR
- "숲보다 훨씬 높네" 네이버 치지직, 역대 최다 유저 수 달성
- 업비트, 몰입형 가상공간 제작하는 전국민 공모전 개최한다
- 삼성전자 XR ‘무한’, 애플 비전프로 한계 넘는다
- “좀비 세상 속 버튜버 생존전쟁”… 치지직, ‘좀버이드2’로 실시간 인터랙티브 서바이벌 연다
- 베일 벗은 ‘치지직 XR’…네이버, 120조 원 XR 시장 정조준
- [비즈인사이트] 할인보다 경험을 판다...블랙프라이데이의 새로운 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