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치치직, 10월 15일부터 콘텐츠 가이드라인 개정
버추얼 스트리머에게 인간 스트리머와 같은 수준의 규제 적용키로
이달 15일 네이버 치지직이 발표한 콘텐츠 가이드라인 개정안이 버추얼 팬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내달 15일부터 적용되는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이제 버추얼 스트리머도 인간 스트리머와 같은 기준으로 규제한다"는 것.
그동안 플랫폼 입장에서 버추얼을 어떻게 볼 것인가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인간 스트리머의 규제는 비교적 쉽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다고 해도 공통으로 느끼는 "선 넘는 노출 수위"는 있게 마련이다. 스트리머도 의상 형태와 멘트 수위, 후원을 받았을 때의 리액션 등에서 "이렇게 하면 채널 정지되겠다"고 느끼는 선이 존재한다.
버추얼 스트리머는 그 선이 애매하다. "새로운 기술이라 참고할 규제 사례가 없다" 류의 얘기가 아니다. 버추얼 문화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문화적 흐름을 말하는 거다.
버추얼 스트리머, 일본 서브컬처에서 유래한 문화
플레이브 등 일부 예외 사례를 제외하면 국내 버추얼 씬은 기본적으로 일본 서브컬처의 영향을 받는다. 아바타 외모는 일본 애니에서 보던 것과 비슷하고 일본식 이름과 일본 노래 커버도 흔하다. 버추얼 시청자들도 일본 애니와 코스프레, 동인지 등에 익숙하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특징도 아니다. 오늘날 버추얼 문화 자체가 키즈나 아이를 비롯해 일본 서브컬처에서 유래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일본 애니나 게임 속 여성 캐릭터가 어떻게 생겼는지 우리는 대체로 안다. 몸매는 실제 인간 여성보다 과장되게 표현되어 있다. 사람이 입기에는 민망한 수위의 의상도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버추얼 스트리머로도 계승됐다. 특정 신체 부위가 부각된 아바타와 아바타를 소재로 소위 높은 농담이 오가는 방송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비키니를 입은 아바타를 아크릴 스탠드나 피규어 형태로 판매하기도 한다. 치지직의 새로운 콘텐츠 가이드라인은 필요하다면 이러한 문화를 제재할 수도 있다는 의도로 읽힌다.
치지직과 다른 SOOP의 포지셔닝
이를 두고 혹자는 치지직이 지나치게 '선비짓'을 하는 거 아니냐고 지적할 수 있다. 코스프레와 일본 애니, 서브컬처 문화를 전부 규제할 거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걱정할 게 없다. 우리에겐 SOOP이 있다.
최근 치지직의 성장으로 월간 활성 이용자 수에서 밀렸지만 SOOP에는 치지직에서 느낄 수 없는 특유의 문화가 존재한다. 보다 자유로운 표현과 왁자지껄한 분위기다. SOOP은 인터넷 방송이 '음지' 취급을 받던 시절부터 이 문화를 키워왔다. 네이버와 달리 대중성은 떨어져도 팬덤의 취향에 맞는 방송을 허용한다.
치지직의 이번 개정안은 자연스럽게 두 플랫폼의 포지셔닝을 구분케 한다. 점잖은 치지직은 지자체의 버추얼 스트리머가 활동하는 온 가족을 위한 플랫폼, 자유로운 SOOP은 일본 애니와 코스프레를 즐기는 MZ 시청자를 위한 플랫폼이다.
이러한 포지셔닝의 분화는 버추얼 씬의 성장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 일본 애니를 즐기지 않는 버추얼 스트리머와 시청자를 유입시키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버추얼은 젊은 덕후나 인방 시청자가 주로 즐긴다"는 편견을 깨고 "모든 세대가 즐기는 문화다"는 인식을 만들 것이다.
버추얼 스트리머도 인간과 같은 잣대로 심사하겠다는 치지직의 콘텐츠 가이드라인이 기대되는 이유다.
테크곰도리 칼럼니스트 akck363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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