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스트리머 레피돌 인터뷰

아티손즈 2기 레피돌라이트 (이하 사진=레피돌 제공)

버튜버가 늘면서 버추얼 업계 소식을 궁금해 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들을 위해 업계 소식과 새로운 사업, 유명 버튜버들의 활동을 정리해서 뉴스 형태로 전달하는 버튜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티손즈 2기생으로 치지직에서 활동 중인 레피돌라이트(이하 레피돌)도 그 중 하나다. 지난 4월부터 매주 월요일 아침·저녁으로 버추얼 뉴스를 전달하는 레피돌을 만났다.

뉴스 진행 중인 레피돌
뉴스 진행 중인 레피돌

버튜버로서의 경쟁력을 고민하다 시작한 뉴스

"우선 뉴스 대본을 보내드릴게요"

디스코드로 만난 레피돌은 기자에게 직접 작성한 대본부터 건넸다. 11가지 주제와 버추얼 분야의 각종 차트를 정리한 대본으로 어림 잡아도 6,000자가 넘었다. 어떻게 이 많은 분량을 준비했냐고 물었다. 레피돌은 "그래서 뉴스 전날에는 잠을 거의 자지 못한다"고 답했다.

레피돌은 "방송 뉴스는 아나운서, 기자, 프로듀서 등이 분업화되어 있지만 저는 모든 일을 혼자서 해야 한다. 그래서 자료 조사부터 원고 작성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아침 방송은 밤을 거의 새고 진행한다. 저녁 방송을 하기 전까지 시간이 있으니 그때 잠을 잔다"고 말했다.

레피돌은 버추얼 업계의 소식을 뉴스 형태로 방송한다. 어떤 소속사에서 새로운 버튜버를 모집한다거나 어떤 버추얼 아이돌이 오프라인 콘서트를 개최한다는 내용이 많다. 특이한 점은 방송 횟수. 같은 방송을 아침 9시와 저녁 9시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다. 이유를 묻자 레피돌은 "방송 뉴스도 전날 저녁 방송을 다음날 아침에도 하지 않냐"며 웃었다.

레피돌은 "인터넷 방송은 아침보다 저녁이 많다. 저녁은 기본으로 하되 뉴스 특성상 아침에도 방송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출근길에 라디오로 뉴스를 듣는 것처럼 버추얼 뉴스를 들려주는 것이다"라며 "다행히 시청자들 반응이 좋아 힘들어도 계속 하게 된다"고 말했다.

레피돌은 현생에서 뉴스를 전공하거나 관련 업무를 해본 경험이 없다. 콘텐츠 기획을 좋아해서 여러가지를 시도하다 뉴스에 이르렀다. 레피돌은 "예전보다 버튜버들이 많아졌다. 버튜버로서 경쟁력을 고민하다 뉴스를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레피돌이 작성한 원고 일부
레피돌이 작성한 원고 일부

혼자서 버추얼 업계의 소식을 조사하기 힘들지 않은지 물었다. 레피돌은 "그래서 제보가 중요하다"며 "처음에는 혼자 준비했다. 그런데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이 '이런 소식도 다뤄주세요'라며 제보를 주기 시작하더라"고 말했다. 레피돌은 직접 만든 구글 제보 양식도 보여줬다. 내용 작성란과 자료 첨부란 등이 잘 분류되어 있어 언론사가 사용하기에도 손색이 없었다.

그렇다면 뉴스 방송을 통해 얻는 수익은 얼마나 될까. 레피돌은 "마이너스. 절대적으로 마이너스"라며 선을 그었다. 소통 방송을 할 때와 달리 뉴스 방송을 할 때의 채팅창 분위기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라는 특성 때문일까. 시청자들이 정말 뉴스를 보는 것처럼 '시청'을 한다. 대본을 읽는 와중에 도네이션을 해서 정보 전달의 흐름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기자는 수익을 벌기 위해서 자극적인 뉴스를 만들 수도 있지 않냐고 물었다. 레피돌은 "사이버 레카 채널을 한다면 돈을 벌 수는 있다"면서도 "저처럼 정보 전달에 집중하는 방송도 필요하지 않겠나. 그리고 저는 개인세가 아니라 기업세다. 함부로 방송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소속사 입장에서는 수익이 나지 않는 뉴스보다 게임이나 소통 방송에 집중하길 원하지 않을까. 레피돌은 "이건 회사마다 다른데 저희 회사는 소속 버튜버들의 의사를 존중해주신다. 오히려 원하는 콘텐츠를 할 수 있게끔 지원을 많이 해주신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회사가 특이한 게 대표님도 방송을 하신다. 그래서 저희 입장을 이해해주시는 게 아닐까"라며 웃었다.

또한 회사의 권유에 따라 치지직 외에도 유튜브 채널을 신경쓰는 편이라며 "이미 버추얼 방송을 보는 분은 치지직이나 SOOP에서 검색을 하겠지만 아직 보지 않는 분들은 유튜브에서 검색을 한다. 유튜브를 잘 관리하면 새로운 팬을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능과 음악으로 콘텐츠 확장 

뉴스로 주목을 받았지만 레피돌은 사실 콘텐츠 기획 전반에 관심이 많다. 최근에는 MBC 무한도전에서 영감을 받은 '마인크래프트 현상금 술래잡기' 방송도 진행했다. 7명의 버튜버가 출연해서 현상금을 가진 술래 한 명을 잡는 게임을 하며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방송이었다.

레피돌은 "TV 프로그램은 시청자가 출연자의 활동을 보기만 하지 개입할 수는 없다. '마인크래프트 현상금 술래잡기'는 API라는 요소를 도입해서 시청자들이 게임에 개입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콘텐츠도 준비하고 있다. 올해 말 내년 초 발매를 목표로 8월부터 펀딩을 시작하는 아티손즈 멤버들과의 오리지널 곡이 그것이다. 레피돌은 "저는 솔직히 노래를 잘 부르는 편이 아니지만 기대하는 팬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콘텐츠와 다양한 활동을 좋아하는 레피돌의 목표는 무엇일까.

"뉴스와 예능이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제가 하는 역할은 비슷해요. 진행자 역할요! 여러 정보를 연결하고 사람들을 조율하는 진행자 역할을 잘하고 싶어요. 유재석님처럼요"

레피돌의 영상은 유튜브 채널 @LEPI_DOLL에서 볼 수 있다.

[주간 버튜버]는 주목할 만한 버추얼 스트리머·버추얼 아이돌을 인터뷰하는 시리즈입니다. 소개하면 좋겠다 싶은 버튜버가 떠오른다면 smkwon@kmjournal.net으로 제보해주세요. 담당 기자가 인터뷰하겠습니다.

권상민 기자 smkwo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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