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스트리머 예니 인터뷰

예니 프로필 사진 
예니 프로필 사진 

매년 30여 팀의 케이팝 아이돌이 데뷔한다. 이중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이름을 알리는 팀은 극소수다. 대부분 주목받지 못한 채로 활동을 중단한다. 멤버들은 눈물을 머금고 음악이 아닌 다른 길을 찾는다.

모 아이돌 그룹에서 메인 보컬을 맡던 예니는 달랐다. 팀이 해체되자 음악을 계속할 방법을 고민했고 2024년 6월 버추얼 방송을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버추얼 아이돌 오디션 '브이리얼'에 출연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고 버튜버 데뷔 1주년을 맞아 미니 콘서트도 열었다. 버추얼을 무기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가는 예니를 만났다. 

24년 6월 21일 SOOP에서 첫 방송 중인 예니. 지금과는 사뭇 다른 외모가 눈에 띈다.
24년 6월 21일 SOOP에서 첫 방송 중인 예니. 지금과는 사뭇 다른 외모가 눈에 띈다.

전직 아이돌, 버튜버에 도전하다

202X년 예니가 속한 아이돌 그룹이 해체됐다. 예니는 음악을 계속 하고 싶었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다른 회사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그러나 어린 나이가 경쟁력인 아이돌 시장에서 스무 살을 넘긴 예니를 연습생으로 받아 줄 회사는 많지 않았다. 예니는 당시를 떠올리며 "오디션에서 춤을 추는데 심사위원분이 저를 보지도 않았다"며 "노래야 귀로 들을 수 있다지만 춤은 눈으로 보지 않으면 심사를 받을 수 없지 않나. '이 길은 어렵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예니의 고민을 아는 친구가 버추얼 방송을 해보지 않겠냐고 권했다. 예니는 버추얼은커녕 인터넷 방송도 본 적이 없었다. 혹시 하는 마음으로 검색해 본 버추얼 방송에 예니는 놀랐다. 버튜버들이 노래를 부르고 자체 앨범을 발매하며 오프라인 콘서트를 개최했다. 예니는 버튜버를 통해 꿈을 이어가겠다고 마음먹었다.

문제는 버튜버가 되는 방법. 버추얼 방송은 비용이 많이 든다. 편집용 컴퓨터와 방송용 마이크는 물론이고 온라인에서 나를 대신할 아바타, 아바타가 내 동작을 따라 하게 만들 모션캡처 장비가 필수다. 제대로 준비하려면 장비를 구입하거나 외주 인력을 고용하는 등 수백만 원이 든다.

예니는 돈이 넉넉하지 않았다. 음악을 하겠다며 서울로 올라와 자취를 했는데 부모님께 손을 벌리고 싶지 않아 생활비를 직접 마련했다. 아이돌 활동 중에 모은 돈은 금방 바닥났고 어렵게 구한 알바도 정산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예니는 "버튜버를 하기 직전이 금전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였다. 심할 때는 집에 전기가 끊긴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이에 버추얼 방송에 필요한 준비를 직접 해보기로 했다. 해외 사이트를 찾아보며 아바타 제작에 필요한 유니티와 블렌더를 독학했다. 코럴 핑크 컬러의 고양이 콘셉트 아바타를 만들고 아이폰의 페이셜 트래킹으로 모션을 캡처했다. 버추얼 문화에 익숙해지기 위해 유명 버튜버들의 방송도 모니터링했다. 2024년 6월 예니는 SOOP에서 첫 방송을 시작했다.

'전직 아이돌'을 내세운 방송 제목은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아이돌 시절 메인 보컬을 맡았기에 노래 실력도 자신있었다. 공을 들인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였고 처음엔 어색하던 소통 방송도 빠르게 적응했다. 고정 팬이 모였고 방송 수익이 늘었다. 예니는 그러나 생활비를 제외한 수익 대부분을 방송에 다시 투자했다.

브이리얼 오디션 중 프리스타일로 작곡 실력을 뽐내는 예니 (사진=브이리얼)
브이리얼 오디션 중 프리스타일로 작곡 실력을 뽐내는 예니 (사진=브이리얼)

버튜버를 넘어 버추얼 아이돌로

2025년 5월 버추얼 아이돌 오디션 '브이리얼' 공고가 올라왔다. 버추얼 콘텐츠 전문 기업 두리번이 제작하고 유명 케이팝 프로듀서들이 참여하는 브이리얼은 버튜버들 사이에서 화제였다. 아이돌을 꿈꾸던 예니는 고민하지 않고 지원했다. 1차 오디션에서 탄탄한 노래 실력과 밝은 에너지, 예의바른 태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즉석에서 작사 작곡을 해보라는 심사위원의 요구에 당황하던 순간도 잠시 꼭 아이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프리스타일로 불러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예니는 최종 오디션에서 아쉽게 탈락했다. 속상하지 않냐고 심정을 묻는 기자에게 예니는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라며 웃었다. "브이리얼은 초심을 찾게 해준 프로젝트"라며 "방송을 계속하면서 아이돌보다 스트리머에 가까워지는 걸 느꼈다. 브이리얼을 통해 아이돌 시절 제 모습을 다시 떠올렸다. 꿈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는 걸 깨닫게 해줬다"고 말했다.

브이리얼 하차 직후 예니는 개인 프로젝트를 공개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버튜버 데뷔 1주년을 맞아 직접 콘서트를 개최한 것. 소속사가 없었기에 공연 준비를 혼자 했다. 모션캡처 스튜디오를 대여하고 버추얼 무대 제작 등을 위한 전문 인력도 고용했다. 모든 비용은 자비로 충당했다. 예니는 "공연을 도와 주신 업체와의 계약 조건상 금액을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방송을 통해 모은 돈을 콘서트에 다 썼다"고 말했다. 아깝지 않냐는 질문에 예니는 "원래 아이돌이 하고 싶어 방송을 시작했으니까 괜찮다"며 웃었다.

예니는 비용을 많이 들였다는 사실보다 기대보다 적은 시청자 수에 속상함을 드러냈다. "제가 생각한 것보다는 시청자 수가 적었다"며 "제 SOOP 채널에서 콘서트를 볼 수 있으니 기자님이 많이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방송 1주년 기념 단독 콘서트 포스터
방송 1주년 기념 단독 콘서트 포스터

오프라인 콘서트를 하는 그 날까지

아이돌의 꿈이 또렷한 예니에게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이번엔 단독 콘서트를 열었지만 다른 분들과 함께 팀을 만들어서 활동하고도 싶어요. 브이리얼처럼요. 언젠가는 오프라인 콘서트도 하고 싶고요. 다른 버추얼 아이돌분의 콘서트를 본 적이 있는데 응원봉 흔들고 떼창 부르는 팬들 보고 울컥했거든요. 그 날이 올때까지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예니의 1주년 기념 단독 콘서트 영상은 SOOP 채널 '예니_ouo'에서 볼 수 있다.

콘서트 중인 예니
콘서트 중인 예니

권상민 기자 smkwo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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