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달러 투자에도…AR 헤드셋 ‘비전프로’ 한계

애플의 비전프로  사진=애플
애플의 비전프로  사진=애플

애플이 상징적인 XR 헤드셋 ‘비전프로(Vision Pro)’ 프로젝트를 사실상 멈췄다. 2024년 2월 시장에 내놓으며 야심차게 XR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지만, 지나치게 무겁고 비싼 가격, 부족한 콘텐츠로 외면받으면서 판매량도 기대치에 한참 못 미쳤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애플이 목표한 80만 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2만~37만 대 사이에서 판매가 마무리됐다.

애플 내부에서도 “과도하게 설계된 기술”이라는 평가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주, 차세대 모델 N100의 개발을 중단하고 팀 인력을 다른 프로젝트로 전환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스마트 글래스로 승부수 띄워

애플은 이제 가볍고 일상에서 활용 가능한 ‘스마트 글래스’ 개발에 집중한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두 가지 제품 라인을 동시에 추진 중이다.

N50 모델은 아이폰과 연동되지만 디스플레이는 없는 버전. 내년 공개를 거쳐 2027년 정식 출시가 목표다. 디스플레이 탑재 모델은 메타가 최근 공개한 제품과 유사하게, 카메라·스피커·AI 음성 제어 기능이 들어간다. 당초 2028년 발매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앞당기려 노력 중이다.

업계는 애플이 스마트 글래스에서 음성 기반 AI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며, ‘애플 생태계’와의 연결성을 극대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 글래스가 차세대 컴퓨팅 패러다임을 주도할 가능성 높아

애플의 변화는 단순한 제품 포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프로젝트를 접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혁신의 아이콘’ 애플이 현실적 제약에 부딪혔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메타·구글 등 경쟁사들이 치고 나가는 스마트 글래스·AI 웨어러블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셈이다.

향후 몇 년간은 헤드셋 중심의 XR 기기보다, 더 작고 가볍고 ‘AI 어시스턴트’ 기능을 앞세운 스마트 글래스가 차세대 컴퓨팅 패러다임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의 시선은 이제 ‘아이폰의 뒤를 이을 차세대 혁신 기기’로서 애플 스마트 글래스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쏠려 있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관련기사
저작권자 © KMJ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