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0억달러 규모 계약 임박… AI 이해력 ‘비약적 향상’ 기대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다소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 애플이 아이폰 음성비서 ‘시리(Siri)’에 구글의 AI 모델을 적용하기로 했다. 애플은 자체 AI 모델을 완성하기 전까지 구글의 대규모 모델을 임시로 활용하는 방안을 택하며, “지금은 빌려 쓰되, 결국은 우리 기술로 간다”는 전략을 내비쳤다.

애플은 당분간 구글의 AI 모델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애플은 당분간 구글의 AI 모델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연 10억달러 계약 조율 중”… 구글 모델, 현 시스템보다 8배 커

블룸버그통신은 5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구글 AI 모델을 시리에 적용하는 대가로 연간 약 10억 달러(약 1조 4천억 원)를 지불하는 계약을 최종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애플이 도입하기로 한 모델은 매개변수 1조 2천억 개 규모로, 현재 애플의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가 사용하는 1500억 개 규모 모델보다 훨씬 크다.

매개변수가 많을수록 연산이 정교해지고, 언어 맥락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즉, 이번 모델이 적용되면 시리의 처리 능력과 대화 이해력 모두 “눈에 띄게” 향상될 전망이다.

“사용자 데이터는 구글로 안 간다”… 임시방편일 뿐, 자체 모델 개발 박차

이 모델은 애플의 클라우드 서버에 설치돼 운영될 예정으로, 시리를 사용하는 아이폰 이용자의 데이터가 구글로 전송되지 않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다만 애플은 구글 모델을 ‘임시 해결책’으로만 활용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매개변수 1조 개 규모의 자체 AI 모델을 개발·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일부 시리 기능에는 구글 모델 대신 기존 자체 모델을 그대로 유지할 예정이기도 하다. 즉, “지금은 다른 집 불을 빌려 쓰지만, 곧 자기 집 불을 켜겠다”는 셈이다.

‘시리 혁신 프로젝트’ 주도는 록웰·페더리기… 계약 변수는 여전

이번 프로젝트는 애플 내에서 비전프로(Apple Vision Pro) 개발을 이끌었던 마이크 록웰 부사장과 소프트웨어·엔지니어링 총괄 크레이그 페더리기 수석부사장이 맡고 있다.

다만 블룸버그는 “시리의 새 버전 출시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양사의 계약 조건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체면 구긴 WWDC 이후’… AI 부문 인사 교체로 분위기 쇄신

애플은 지난해 6월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AI 기능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하며 시리와의 통합을 예고했지만, 이후 출시 지연과 기능 오류로 신뢰에 타격을 입었다.

일부 이용자는 애플을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했고, 결국 회사는 AI 부문 책임자를 존 지아난드레아에서 록웰 부사장으로 교체했다.

한편 이번 협약은 시리를 통해 구글의 챗봇 ‘제미나이(Gemini)’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논의와는 별개다.

현재 애플은 오픈AI의 ‘챗GPT’ 접속 기능을 시리에 통합한 상태이며, 팀 쿡 CEO는 “앞으로 다양한 챗봇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송아 객원기자  neria9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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