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자사 음성비서 ‘시리(Siri)’에 구글의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Gemini)’를 탑재하기 위한 협상을 연간 10억 달러(약 1조 4천억 원) 규모로 추진 중이다. 이는 애플이 자사 생태계 내부의 기술 완결성을 유지하면서도,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부 대형 모델을 전략적으로 도입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애플, 시리에 구글 제미나이 탑재 추진…‘1조 4천억 원 규모’ 계약 마무리 단계
블룸버그 통신은 11월 5일(현지시간), 애플이 구글과의 협상을 통해 제미나이 AI 모델을 시리 전면 개편 프로젝트에 도입하기로 하고 연 10억 달러 규모의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협력은 애플이 기존 자체 모델보다 훨씬 높은 언어 이해도와 연산 성능을 갖춘 제미나이 1.5 프로 버전을 활용해, 내년 공개 예정인 차세대 시리(Siri) 서비스를 완성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분석된다.
제미나이는 1조 2천억 개의 매개변수를 가진 초대형 AI 모델로, 인간의 대화 맥락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고 복잡한 질의에도 자연스럽게 응답할 수 있다. 애플은 이 모델을 자체 클라우드 서버 환경에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며, 사용자 데이터가 구글로 직접 전달되지 않도록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모델은 ‘임시 해법’…애플, 2026년 자체 AI 모델 공개 예정
블룸버그는 이번 제휴를 “임시적 해결책”으로 규정했다. 애플은 향후 자체 AI 모델을 완성하는 대로 구글 모델을 대체할 계획이다.
현재 애플 내부에서는 1조 개 매개변수 규모의 클라우드 기반 AI 모델이 개발 중이며, 이는 2026년 상반기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즉, 애플은 단기적으로는 구글의 기술을 통해 Siri 성능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라는 독자 생태계 안에서 완결형 AI 솔루션을 구축하려는 이중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AI 동맹’의 이면, 경쟁과 공존의 묘한 균형
흥미로운 점은, 두 회사가 동시에 경쟁 관계에 있다는 사실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기반으로 AI 비서를 강화하고 있고, 애플은 iOS 기반에서 폐쇄적 AI 경험을 구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구글의 기술력을 빌려 시리 의 두뇌를 재설계한다는 점은 “AI 경쟁에서의 생존을 위한 전략적 공존”으로 해석된다.
테크 분석가들은 이번 협력이 “검색 엔진 동맹에서 AI 엔진 동맹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지적한다.
앞서 애플은 구글 검색엔진을 아이폰(iPhone)의 기본으로 설정해 연간 200억 달러의 수익을 올려왔다. 이번 제미나이 계약이 성사되면, 양사는 음성비서 및 생성형 AI 분야에서도 ‘검색–대화–생성’의 삼중 연합 구조를 갖추게 된다.
AI 프라이버시 논란과 브랜드 메시지 리스크
애플은 “사용자 데이터는 절대 외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외부 AI 모델을 사용한다는 사실 자체가 애플의 핵심 브랜드 가치인 ‘온디바이스 보안’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전문가들은 애플이 프라이버시 강조 메시지를 유지하면서도, 실제로는 구글 모델이 작동하는 복합적 시스템을 어떻게 투명하게 설명할지가 향후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협상은 애플이 “모든 것을 스스로 만드는 기업”이라는 전통적 철학을 잠시 내려놓고, “AI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현실적 전략”을 택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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