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는 갤럭시로, 영포티는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판이 바뀌다
2010년대 초반, 스마트폰은 단순한 기기가 아니었습니다. 손에 쥔 폰 하나가 그 사람의 감각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이었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애플(Apple) 아이폰이 있었습니다. 금속과 유리의 완벽한 비율, 버튼 하나까지 계산된 미니멀리즘, 그리고 “Think Different”라는 스티브 잡스의 브랜드 철학까지. 아이폰은 기술이 아니라 디자인으로 문화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한편, 삼성 갤럭시는 ‘더 큰 화면·더 많은 기능’이라는 스펙 중심 흐름에서 출발했습니다. 대체로 기능적으로는 앞섰지만, 감성이나 이미지 측면에서는 아이폰의 ‘힙함’을 따라가야 했죠.
그러나 이 구도가 10년 만에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디자인의 정점, 아이폰의 시대
10년 전, ‘디자인’은 스마트폰 경쟁의 핵심이었습니다.
아이폰은 매년 새로운 소재와 비율을 도입하며 “폰의 아름다움은 완성형이다”라는 메시지를 던졌고, 삼성은 그 뒤를 좇으며 프리미엄 소재·곡면 디자인으로 따라갔습니다.
그 시절 소비자는 카메라 수치보다 모서리·재질·아이콘의 감각을 먼저 따졌습니다.
아이폰은 그 미학의 정점에서 젊음, 세련됨, 자유로움을 상징했고, 삼성은 “기능 많지만 감성은 덜했다”는 평가가 따라붙었습니다.
변화의 시발점, 덕질·콘서트·카메라 문화
그런데 스마트폰 경쟁이 그 흐름만으로 머물지 않았던 결정적 이유 하나가 등장합니다. 바로 K-pop 콘서트 문화와 덕질 문화였습니다. 10·20대 MZ세대 팬들이 대형 공연장에 가면서 생긴 새로운 요구는 ‘멀리 있는 아이돌을 내 손으로 찍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갤럭시 울트라 시리즈가 전환점이 됩니다.
갤럭시 울트라 모델에 탑재된 고성능 망원·줌 카메라의 10배 광학, 100배 디지털 줌 기능은 팬덤 사이에서 빠르게 화제가 됐습니다.
심지어 콘서트 전날 또는 당일에 갤럭시 울트라를 렌탈해서 가는 문화까지 생겼습니다. “아이돌 본 무대 찍으려면 갤럭시 울트라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긴 겁니다. 렌탈 시장에서는 S24 울트라 모델이 콘서트 필수템으로 자리 잡았고, 팬들은 “아이폰으로는 그 거리에서 찍히지 않는다”는 평가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즉, 디자인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던 갤럭시의 ‘MZ세대 선택지’로의 이행이 카메라 기능×덕질 문화라는 교집합에서 시작된 겁니다.
이 변화는 ‘폰은 나의 스타일’이었던 과거를 넘어 ‘폰은 나의 기록·공유·경험 장치’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었습니다.
AI 시대, 디자인을 넘어 ‘기능 실용’으로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의 경쟁 축은 최근 디자인→기능→AI 및 사용 경험(UX)으로 넘어갔습니다.
삼성은 갤럭시 AI를 통해 ‘보여주는’ 기능이 아닌 ‘써먹는’ 기능을 강하게 밀었습니다.
덕질용 망원 카메라에서 시작된 갤럭시 울트라의 강점이, 회의 요약·실시간 번역·서클 투 서치 등의 AI 유틸리티로 확장된 셈입니다. 이는 단순히 ‘카메라 좋다’에서 ‘AI가 내 삶을 바꾼다’로 가치 사슬이 올라간 흐름입니다.
반면 애플은 여전히 완성도 높은 디자인과 생태계 통합을 유지하고 있지만, “단지 좋다”에서 “더 빠르다·더 개인화된다”로의 체감 변화에서는 다소 뒤처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덕분에 아이폰은 기술적 충격보다는 감성·정체성의 선택지로 더욱 고착되었습니다.
재배치된 이미지...갤럭시는 젊음을, 아이폰은 향수를 품다
결과적으로 다음과 같은 브랜드 이미지 재편이 일어납니다.
갤럭시가 ‘기능·경험 중심’, ‘덕질·공유 중심’, ‘MZ세대 중심’ 이미지로 급부상한 반면 아이폰이 ‘감성·멋 중심’, ‘정체성 중심’, ‘영포티(Young Forty) 중심’ 이미지로 수렴했습니다.
한마디로, 갤럭시는 “10대·20대가 콘서트장에 들고 가는 폰”으로 자리잡으면서 힙한 브랜드로 탈바꿈했고, 아이폰은 “좋아하던 브랜드를 계속 쓰는 중년층의 아이콘”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디자인의 왕좌는 아이폰, ‘기록·공유·경험’의 왕좌는 갤럭시
10년 전, 아이폰은 디자인으로 스마트폰 왕좌에 올랐습니다.
2025년, 갤럭시는 카메라 기능으로 콘서트 문화를 바꾸었고, 이어서 AI 및 경험 중심 기능으로 시장을 다시 쓰고 있습니다.
아이폰은 여전히 “시간과 추억을 가장 잘 보관해주는 폰(기록의 지속성)”, 갤럭시는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잘 포착하는 폰(경험의 즉시성)”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다음 10년의 스마트폰 왕좌를 차지하는 것은 어느쪽이 될까요?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