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는 왜 위기를 통제하지 못했나: 뉴진스 사태로 드러난 K팝 시스템 구조
뉴진스 5인의 복귀로 지난 몇 달간 이어진 논란은 겉으로는 일단락된 듯 보인다
이 사태가 남긴 핵심 질문은 오히려 더 분명해졌다. 그것은 “뉴진스라는 브랜드 IP는 누구의 것인가?”, 그리고 “하이브는 왜 이 갈등을 관리하지 못했는가?”에 대한 문제다. 이번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은 단순하다. 뉴진스(NewJeans)라는 이름, 그들이 발표한 음악, 그리고 브랜드 세계관의 법적 소유권은 회사 측에 있다는 점이다. 계약과 별개로 상표권과 음원 저작인접권은 기업의 자산이기 때문에, 브랜드의 실질적 주권이 다시 회사 쪽으로 정리된 셈이다.
하지만 법적 구조가 명확해졌다고 해서 브랜드의 정체성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뉴진스의 심미성과 세계관, 음악적 디렉션은 민희진 어도어 전대표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에, 그가 없는 환경에서 같은 질감의 결과물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바로 이 지점이 이번 사태의 두 번째 중요한 질문을 만든다. K팝은 한 개인의 크리에이티브 파워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산업이지만, 그렇기에 개인 중심 구조가 흔들릴 때 발생하는 리스크도 크다.
이번 논란은 하이브가 이러한 리스크를 조기 감지하거나 조정하지 못하면서, 위기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기도 했다.
내부 갈등 신호가 충분히 포착될 수 있었던 시점에도 적절한 중재 프로세스가 작동하지 않았고, 레이블 간 조율 장치는 사실상 무력화되었으며, 결국 기업 차원의 커뮤니케이션 실패가 법적 분쟁이라는 최악의 형태로 폭발했다.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위기관리 매뉴얼 자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하더라도 실행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시스템 레벨의 문제다. 이제 하이브(HYBE)는 창작자와 경영진, 아티스트와 조직, 레이블과 본사의 관계를 견제와 지원의 균형 속에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한 개인의 영향력은 존중하되, 그 영향력이 시스템 전체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작동하는 안전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제 시선은 다시 멤버들, 즉 뉴진스로 향한다.
이번 복귀 이후 어떤 공식 입장을 선택하느냐가 앞으로의 방향성에 큰 영향을 준다. 가능한 선택지는 세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첫 번째는 잘못했다는 형태의 직접적 사과다. 사실에 대한 오해가 있었고, 타 아이돌에 대해 피해를 준 부분에 대해서 사과하는 방식이다. 여론 진정에는 효과적이지만, 아직 법적 판단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책임을 떠안을 위험이 있다. 두 번째는 “잘못은 쌍방에게 있었지만 법적 구조상 어쩔 수 없었다. 계약 기간 동안은 최선을 다해 활동하겠다”는 현실적 접근이다. 팬덤의 감정선을 존중하면서도 회사와의 관계를 최소한의 균형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다. 세 번째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는 방식이다. 불필요한 논란 확산을 막는 장점이 있지만, 팬덤 내부의 해석이 양극화돼 피로감이 지속될 가능성도 크다. 세 가지 선택지 중에서는 두 번째, 즉 현실적이고 절제된 설명을 통해 팬덤에게 솔직함을 유지하면서도 회사와의 관계를 무리 없이 이어가는 방식이 가장 유리해 보인다. 이는 “우리는 우리의 역할을 다하겠다. 판단은 여러분에게 맡긴다”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며, 동시에 향후 활동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결국 브랜드를 살리는 힘은 아티스트의 퍼포먼스다.
IP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시스템의 균열이 어떻게 드러났는지, 회사와 창작자 사이의 역학관계가 어떠한지는 모두 중요한 논점이지만, 팬덤을 다시 결집시키는 결정적 요인은 언제나 결과물의 퀄리티다. 음악의 질, 퍼포먼스의 완성도, 멤버 개개인의 성장 곡선이 유지된다면 브랜드는 다시 살아난다. 반대로 이 출력값이 흔들리면 어떤 명분도 브랜드의 지속성을 보장하지 못한다. 이번 사태는 여러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지만, 동시에 한 가지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준다. K팝 브랜드의 생명력은 결국 아티스트가 만들어내는 실제 콘텐츠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뉴진스의 재시작은 이제부터다.
브랜드큐레이터 칼럼니스트 yoian@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