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下)“가상과 현실 더욱 융합되는 ‘높은 단계’ 메타버스 시대 올 것”

“개별 기술들의 한계가 보완되는 시점에 메타버스가 한 번 더 주목받는 시대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융합미디어 전문가인 이창범 덱스터크레마 연구소장은 메타버스의 향후 발전방향을 묻는 질문이 이렇게 답했다.

그는 온라인에서만 존재하는 ‘낮은 단계’의 메타버스가 아닌 개별 기술이 더욱 발전해 가상과 현실이 혼합되는 ‘높은 단계’의 메타버스가 이뤄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했다. 아울러 메타버스에 대한 대중적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HMD(Head Mount Display) 기술의 발전을 제시했다.

(이전 기사: ‘융합미디어’ 기획자가 바라보는 AI시대, 이창범 덱스터크레마 소장 )

이창범 덱스터크레마 연구소장.(사진=코리아메타버스저널)
이창범 덱스터크레마 연구소장.(사진=코리아메타버스저널)

그간 참여해온 프로젝트 가운데 인상 깊거나 기억에 많이 남는 것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릴께요.

개인적으로는 좋은 프로젝트를 했다는 자부심이 많은 사람인데요.(웃음) 가장 기억이 나고 어려웠던 프로젝트는 2019년 CES에서 진행됐던 현대모비스의 프로젝트였어요. 최근 모빌리티 산업에서 자율 주행에 대한 관심이 많잖아요.

현대모비스도 오래전부터 모비스의 기술을 선보일 수 있는 특화된 콘셉트 카를 만들어 오고 있었죠. 당시에는 모터쇼나 CES 등에서 선보이는 컨셉트카는 그냥 서 있으면서 일부의 기능만을 보여주거나, 누군가 등장해서 기능들을 설명해 주고 디스플레이 등의 미디어를 통해 알리는 방식이죠.

그런데 제가 참여했던 프로젝트에선 3면의 LED월(Wall)이 있는 무대에서 콘셉트 카 모델을 실제 움직일 수 있게 구현했죠. 그리고 LED월의 영상은 콘셉트카의 움직임과 싱크(sync)되어 콘센트카의 움직임에 따라 시점 등이 변화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제작했어요.

뿐만 아니라 영상에서의 상황에 따라 실제 콘셉트카에 적용된 라이팅 기술과 센싱 기술이 작동되기도 하고요. 말그대로 영상 콘텐츠 속 가상 세계와 현실의 콘셉트카가 서로 상호작용 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완성되지 않은 콘셉트카를 실제 움직일 수 있도록 구현하기위해 기술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많았는데 완성을 해냈고 해당 프로젝트가 좋은 반응을 얻어서 서울과 상하이 모터쇼에서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로봇을 이용한 삼성전자 서비스마케팅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도 기억에 남네요. AI에이전트를 통해 미래의 삶에서 모바일의 비전을 보여주는 주제였어요. 여기선 로봇 암(arm)을 활용했는데요. 로봇이 카메라를 들고 3개의 디오라마 세트를 비추면 증강현실(AR) 콘텐츠가 나와 스크린에 실시간으로 투영되는 방식이었죠. 2017년경의 일이었습니다. AR콘텐츠는 당시에도 있었지만 여기에 로봇이라는 테크를 추가한 것이죠.

질문의 방향을 메타버스로 바꿔보겠습니다. 앞으로 광고나 마케팅 분야에서 메타버스가 폭넓게 활용되려면 어떤 점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많은 전문가들이 (아직까진) 기술적인 한계가 있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이를 극복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HMD(Head Mount Display)가 (착용이) 불편하다는 점도 있고 또 HMD를 착용하면 TV만큼의 퀄리티가 안 나온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그리고 가상공간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을 다 따라가기 위해선 통신기술이 그만큼 뒷받침 돼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생각만큼 되지 않았던 거죠.

근데 (메타버스 발전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AI가 너무 빠르게 발전하고 있잖아요. 애플의 비전프로 이후 메타나 국내 대기업 등 다른 곳에서도 (HMD) 출시를 준비하고 있고요. 그러니까 보급화가 되어 갈 거라고 봐요. 통신기술도 나날이 좋아지고 있고요. (초고해상도 콘텐츠) 레이턴시(latency)와 (대용량의) 트래픽 이슈가 개선되고 있잖아요. 그런 면에서 보면 (분명 메타버스 기술도)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재 몰입형 콘텐츠, 즉, VR이나 XR, 메타버스가 어느 정도 위치에 와 있고 앞으로는 어떻게 발전할 것이라고 보시나요.

메타버스나 몰입형 콘텐츠를 위한 개별적 요소들이 정말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요. 대표적인 것이 AI인데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발전 속도가 오늘과 내일이 다를 정도로 빠르죠. 어느 시점에선 그렇게 발전되는 요소들이 모이는 때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지금 느껴지는 개별 기술들의 한계가 보완되는 시점에 메타버스가 한 번 더 주목받는 시대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있는데요. 제각각 나뉜 메타버스의 정의를 정리하는 것입니다. 제가 쓴 논문에서도 ‘메타버스는 존재 방식에 따라 인지하는 것이 다 다르더라’라는 게 결론이기도 해요. 누군가 메타버스는 온라인에서만 존재하는 가상공간이라고 하는데 그럼 현실에 증강되는 AR은 왜 메타버스에 포함 되냐고 제가 묻거든요. 그럼 전문가분들도 한참 고민하시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제 결론은 이러해요. 메타버스는 높은 단계와 낮은 단계가 있는데 온라인에서만 존재하는 가상세계를 낮은 단계의 메타버스라고 한다면 개별 기술들이 더 발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고 가상과 현실이 더욱 혼합되는 높은 단계의 메타버스가 이뤄지는 시대가 올 거라고요.

그렇다면 메타버스가 그렇게 발전하기 위해선 어떤 요소가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많은 사람들이 HMD 기술을 언급합니다. 한 때 도시형 테마파크라는 개념이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요. (실제) 테마파크는 넓은 부지도 필요하고 관람객들이 가기엔 좀 멀잖아요. 도심에서 접근성도 좋고 즐길 수 있는 어트랙션이 마련되면 좋겠죠.

그래서 물리적인 공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HMD를 착용하고 즐기는 VR어트랙션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죠. 실제 국내 테마파크에서 운영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HMD를 착용하면 크고 무거운데다가 헤어스타일이 눌리고, 여성분들 같은 경우엔 메이크업이 지워지기도 하고. 이런 불편한 경우들이 많았죠.

메타버스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유행했지만 이건 모바일이나 웹 중심이었지 HMD 중심은 아니었잖아요. 손발이 자유로워야 몰입의 개념에 더욱 다가갈 수 있는데 말이죠. 그래서 HMD 기술이 훨씬 더 발전해야 (메타버스에 대한) 접근성이 더욱 좋아진다고 생각해요. 손발을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여기에 감각적인 부분도 추가할 수 있으니까요.

AI도 중요한 요소에요. 인위적으로 세팅해 놓은 환경보다는 AI를 통해 실시간으로 변하는 가상세계에 들어간다면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겠죠. (메타버스 구현을 뒷받침하는) 통신기술도 중요하고요.

마지막으로 혹시 하시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얼마전 창간한 코리아메타버스저널을 향한 말씀도 부탁드립니다.

몰입의 개념에 대해 명확히 짚고 넘어가고 싶어요. 두 가지로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플로우(flow)에 대한 몰입의 개념, 그리고 이머전(immersion)의 개념을 구분해서 접근하는 방향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 기술들이 더욱 완성도가 높아질 때 이용자가 원하는 니즈에 맞게 접근할 수 있을 거란 생각입니다.

그리고 코리아메타버스저널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건 (산업의) 비전과 트렌드를 널리 알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높은 공신력을 바탕으로 높은 신뢰도를 자랑하는 미디어가 되기를 바랍니다.

문용필 기자 eugene@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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