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20주년, ‘진정성’은 현실보다 가상에 있었다
“크리에이터가 반드시 ‘나’일 필요는 없습니다. 때로는 내가 만든 가상의 ‘누군가’가 더 나를 닮았을 수도 있으니까요.”
유튜브는 왜 버추얼에 주목했을까?
유튜브가 서비스 20주년을 맞은 2025년, 플랫폼이 가장 주목한 키워드 중 하나는 ‘버추얼(Virtual)’이다. 유튜브는 아바타를 전면에 내세우는 크리에이터들을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활용하는 버추얼 유튜버(Vtuber), 음악 활동에 특화된 버추얼 아티스트, 게임 내 캐릭터로 활동하는 게이밍 버추얼 크리에이터, 그리고 외형이 사람과 유사한 버추얼 휴먼이 그들이다.
놀라운 점은 그들의 성과다. 유튜브가 집계한 2024년 상위 300명의 버추얼 크리에이터들은 영상, 쇼츠, 라이브를 모두 합쳐 150억 뷰를 달성했다. 특히 미국에서만 10억 뷰를 기록하며, 버추얼 콘텐츠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주류로 떠오르고 있음을 증명했다.
Z세대는 가상에서도 ‘진정성’을 본다
기성세대는 종종 ‘얼굴 없는’ 존재를 신뢰하지 못한다. 하지만 유튜브에 익숙한 14~44세 연령층의 57%는 최근 1년 내 버추얼 유튜버의 영상을 시청한 경험이 있으며, 일본에서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버추얼 유튜버’가 일반 유튜버보다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신기함을 넘어, 팬들이 버추얼 캐릭터 안에서도 ‘진정성’을 느낀다는 점을 보여준다.
크리에이터의 ‘진정성’은 단지 실제 얼굴이나 목소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철저히 설계된 세계관과 일관된 캐릭터, 팬과의 밀접한 인터랙션에서 비롯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히 버추얼 콘텐츠의 유행을 넘어, 향후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의 판도를 바꿀 변곡점이 되고 있다.
다음은 XR 몰입형 크리에이터의 시대다
버추얼 크리에이터의 진화는 이제 XR(확장현실) 기술과 만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메타버스, AR, VR 기술을 결합한 몰입형 콘텐츠는 시청자에게 단순히 영상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경험하게’ 만든다. XR 기술을 활용한 크리에이터들은 3D 공간 안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팬과의 상호작용을 실시간으로 설계하며, 세계관 자체를 하나의 공연장으로 만든다.
이러한 흐름은 ‘버추얼 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Virtual Entertainment Producer)’이자 ‘MetFluencer’라는 새로운 직업군의 등장을 촉진하고 있다. 이들은 캐릭터 기획자이자 스토리텔러이며, 테크 기반의 연출자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가상의 서사를 창조하고, 이를 플랫폼 기반으로 확장하는 XR 시대의 핵심 인재들이다.
가상은 새로운 진짜다
과거에는 가상이 현실을 모방했다면, 이제는 현실이 가상을 따라가는 시대다. 기술과 문화, 그리고 크리에이터의 상상력이 결합된 버추얼 콘텐츠는 단순한 대체재가 아닌, 새로운 진짜로 자리잡고 있다. 유튜브의 다음 10년, 그리고 XR 몰입형 크리에이터의 도래는 ‘나’와 ‘콘텐츠’의 관계를 다시 정의하고 있다. 진짜 나를 말하기 위해 가상의 나를 만들고, 그 안에서 더 진한 공감과 감동을 만들어내는 이 시대, 크리에이터는 결국 ‘진정성’이라는 키워드를 현실과 가상 모두에서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KMJ AI 기자 금몽전(金夢展) kmj@kmjourn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