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연구자에게 저커버그가 직접 이메일을 보냈다. 연봉은 최소 1천만 달러, 전략적 투자는 143억 달러. 메타의 AI 인재 스카우트가 상상 이상의 스케일로 전개되고 있다. 반면 앤트로픽은 철학과 자율성을 앞세워 오픈AI·딥마인드 출신 인재들을 빠르게 흡수 중이다. 초거대 AI 패권을 건 인재 전쟁이 본격화됐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사진=위키미디어커먼즈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사진=위키미디어커먼즈

메타, CEO가 직접 나선 ‘초지능’ 인재 전쟁

마크 저커버그가 직접 이메일을 보냈다. 대상은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연구자들. 조건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최소 1천만 달러(약 135억 원)에 이르는 연봉과 함께, ‘초지능(Superintelligence)’ 팀 합류 제안이 따라붙었다.

외신에 따르면 메타는 현재 약 50명 규모의 비밀 AI 팀을 구성해 오픈소스 AI 모델 ‘라마(LLaMA)’를 전면 재설계 중이다. 이 팀은 오픈AI, 딥마인드, 앤트로픽과 정면 승부를 겨냥한 차세대 초거대 AI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인재 확보에 CEO 본인이 직접 나섰다는 점이다. 메타는 원하는 인재를 50~100명 수준의 리스트로 정밀 타깃팅한 뒤, 직접 이메일과 WhatsApp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AI 전문가들은 “이직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는데도 흔들릴 정도의 파격 제안이었다”고 말했다.

알렉산더 왕 영입과 143억 달러 투자

메타의 공격적인 행보는 이미 성과로 이어졌다. 최근 메타는 스케일AI(Scale AI)의 창업자이자 CEO였던 알렉산더 왕(Alexandr Wang)을 영입했다. 그는 20대에 스케일AI를 유니콘으로 키운 인물로, 미국 국방부와 오픈AI 등과의 협업을 통해 고품질 데이터 생태계를 주도해왔다.

그를 영입하기 위해 메타가 단행한 전략적 투자는 총 143억 달러(약 19조 원) 규모에 달한다. 이는 단순한 고용이 아니라, 메타의 AI 주도권 탈환을 위한 본격적인 전면 반격이라는 해석에 힘을 싣는다.

인재 유출과 내부 위기감

그러나 메타의 이런 과감한 전략은 내부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벤처캐피털 시그널파이어(SignalFire)의 보고서에 따르면, 메타는 2024년 한 해 동안 AI 인력의 4.3%가 이직 또는 창업으로 유출됐다. 이는 구글(5.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반면 앤트로픽(80%), 딥마인드(78%)는 높은 인재 유지율을 보여주고 있다. 메타는 67%, 오픈AI는 64%에 그쳐 인재 유출 문제가 뚜렷하다.

 

앤트로픽, ‘가치 중심 조직’으로 인재 빨아들이는 중

앤트로픽 로고  이미지=앤트로픽 홈페이지
앤트로픽 로고  이미지=앤트로픽 홈페이지

앤트로픽의 전략은 메타와는 정반대다. 오픈AI의 공동 창업자들이 ‘AI 안전성 철학’을 이유로 분리 독립해 설립한 이 조직은 ▲자율성 중심 연구 환경 ▲관료주의 배제 ▲기술 철학 중심 문화로 차별화되고 있다.

앤트로픽은 최근 오픈AI와 딥마인드 출신 인재들을 중심으로 핵심 연구진을 대거 채용했다. 오픈AI 공동창업자인 존 슐먼, 딥마인드 수석연구원 닐 하우스비, 보안전문가 니콜라스 칼리니 등이 잇따라 합류하며 기술적 경쟁력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오픈AI 에서 앤트로픽으로의 인재 이동은 8배 많았으며, 딥마인드 출신은 무려 11배에 달했다.

조직문화와 보상구조, 차원이 다른 설계

앤트로픽은 기존 빅테크 조직과는 결이 다르다. 직책 중심 승진 구조가 없고, 초기 입사자에게는 스톡옵션과 제한주(RSU)를 혼합 지급하며 일정 기간 후 현금화 기회까지 제공한다. 창업 2년 만에 80%의 유지율을 기록하며, AI 업계 평균(40~50%)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채용 규모에서도 기세가 매섭다. 현재 약 200여 건의 채용 공고를 운영 중이며, 기업 가치는 약 615억 달러(약 84조 원)로 평가된다. 오픈AI의 330건 채용에 비해 숫자는 적지만, 성장 속도는 빠르다.

AI 주도권 전쟁, 이제는 ‘사람’이 중심이다

초거대 AI 개발의 본질이 기술력에서 인재로 이동하고 있다. 메타는 보상과 규모로, 앤트로픽은 철학과 자율성으로 각기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양측 모두 ‘사람’이 전장을 결정짓는 핵심이라는 공감대 위에 서 있다.

AI 인재 확보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 그리고 이 전쟁의 승자는 단순히 가장 많은 돈을 쓴 조직이 아니라, 가장 많은 ‘신뢰’를 얻은 조직이 될 것이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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