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추론 AI’ 전면전… 미스트랄 vs 실리콘밸리, 그리고 한국의 변수
11일(현지시간), 프랑스 인공지능 스타트업 미스트랄(Mistral)이 런던 테크 위크에서 유럽 최초의 추론형 AI 모델 '마지스트랄(Magistral)'을 공개했다. CNBC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이 발표를 두고 “생성형 중심 AI의 시대가 저물고, 사고 중심 AI가 도래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마지스트랄’은 단순 생성이 아닌 ‘사고의 흐름’을 따라가는 체인 오브 소트(chain-of-thought) 방식을 채택해, 수학·코딩·과학 등 고난도 논리 작업에 최적화된 모델이다. 오픈소스로 제공되는 ‘스몰(Small)’과 API·클라우드 기반의 ‘미디엄(Medium)’으로 이원화된 제품 전략을 택했다.
10배 빠른 응답 속도, 벤치마크 성능은?
공개된 마지스트랄 스몰 모델은 240억 파라미터를 탑재해 영어, 프랑스어, 아랍어, 중국어 등 다국어 지원이 가능하다. 그러나 벤치마크 결과는 기대보다 냉정했다.
수학·물리·코딩 테스트에서 구글 ‘제미나이 2.5 프로’와 앤트로픽 ‘클로드 오퍼스 4’를 넘지 못했고, 프로그래밍 성능 역시 오픈AI 모델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미스트랄은 “경쟁 모델 대비 응답 속도가 10배 빠르다”며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의 우위를 주장했다.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이미 싸움은 시작됐다
미스트랄의 진입은 이미 불붙은 시장에 뒤늦은 참전이다. 오픈AI는 2023년 9월 ‘o1’을 시작으로, 2024년 ‘o3’, ‘o4 미니’까지 연달아 추론형 시리즈를 확장하며 시장을 장악했다.
‘o3’는 IQ 132를 기록하며 AGI(범용 인공지능) 후보 반열에 올랐고, 구글은 2025년 ‘제미나이 2.5 프로’로 성능 벤치마크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플래시’ 모델로 지연 시간까지 줄였다.
딥시크, 바이두, 샤오미, 알리바바도 자국형 추론 AI를 쏟아내며, AI 전쟁은 지금 ‘지능’ 그 자체를 놓고 다투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한국 기업들의 반격은 이미 시작됐다
한국 기업들 역시 추론형 AI에 대응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이 2025년 2월 공개한 ‘엑사원 딥(Exaone Deep)’은 32B 크기에도 딥시크 R1을 수학 영역에서 능가하며 ‘소형 고지능 모델’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경량형 7.8B는 오픈AI ‘o1 미니’보다 뛰어난 성능을 기록했고, 네이버는 이달 말 공개 예정인 ‘하이퍼클로바X 추론형’ 모델이 사실 검증 기준 심플QA에서 GPT-4o 수준(90.1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업스테이지와 SK텔레콤도 각각 ‘솔라 기반 확장형 모델’과 ‘A.X 4.1 프리뷰’로 시장에 진입을 예고하고 있다.
Reasoning AI, AGI를 향한 열쇠
기술 진화의 중심축은 이제 ‘많은 말을 잘하는 AI’가 아니라, ‘적은 말로 정확히 판단하고 사고할 수 있는 AI’로 이동하고 있다. Reasoning AI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AGI로 가는 필연적인 경로다.
업계 관계자들은 “추론형 AI는 산업 전반의 고차원 업무를 인간처럼 처리할 수 있는 첫 기술”이라며, “여기서 먼저 판을 깐 기업이 다음 세대의 기술 패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제는 누가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가의 싸움
2025년은 AI가 처음으로 말이 아닌 '생각'으로 경쟁하기 시작한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미스트랄의 등장은 유럽의 반격이자, 새로운 게임의 룰을 상징한다. 그리고 한국은 이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적지만 정교한 기술력’이라는 무기를 꺼내들었다.
생성형의 시대는 저물고, 추론형의 시대는 시작됐다. 이제 문제는 누가 더 빨리, 더 깊이, 더 정확히 생각할 수 있느냐가 될 것이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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