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클로바는 소버린으로, 루시아는 에이전트로, 솔라는 오픈소스로
2022년 11월, 챗GPT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정말 쓸만할까?” 하는 의심을 품었다. 하지만 불과 2년 반 만에 생성형 AI는 상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우리의 일상에 파고들었고, 이제는 한국산 LLM(Large Language Model)들도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달라진 건 경쟁의 방식이다. 누가 더 큰 모델을 만들었느냐, 누가 더 빠르냐를 겨루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지금의 관전 포인트는 명확하다. ‘이걸 어디에 어떻게 쓸 거냐?’ 성능 경쟁에서 전략 경쟁으로 중심축이 이동한 것이다.
국내 LLM 시장은 현재 세 가지 전략 축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솔트룩스의 ‘루시아’, 업스테이지의 ‘솔라’, 네이버클라우드의 ‘하이퍼클로바X’가 그 주인공이다. 세 모델은 각각의 철학과 전략을 바탕으로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먼저 솔트룩스는 ‘말하는 AI’를 넘어 ‘행동하는 AI’를 표방하며, 루시아3를 새롭게 선보였다.
루시아3는 질문에 답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목적에 맞는 작업까지 수행하는 자율형 AI 에이전트를 지향한다.
루시아3는 언어 이해와 생성을 담당하는 ‘루시아3 LLM’, 복잡한 질문 속에서 스스로 추론 경로를 조절하는 ‘루시아3 딥’, 이미지나 표, 문서 등 비정형 데이터를 처리하는 ‘루시아3 VLM’ 등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됐다.
이를 통해 단순한 정보 제공에 그치지 않고, 기업 고객이 루시아를 API로 연동해 보고서를 자동으로 작성하거나 데이터 기반 분석을 수행하는 등 실질적인 업무 자동화가 가능해졌다. 특히 도메인 특화 성능을 강화해 글로벌 LLM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려는 전략도 눈에 띈다.
솔트룩스는 “질문에 답하는 AI에서, 일을 대신하는 AI로”라는 전략 기조를 앞세우며 에이전트 중심의 방향을 분명히 했다.
업스테이지는 전혀 다른 길을 택했다.
지난 5월 중순 공개한 ‘솔라 프로2’는 107억 파라미터 규모의 오픈소스 모델로,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깅페이스에 전체 공개했다. 여기서 핵심은 ‘경량화된 고성능’이다. 솔라 시리즈는 추론 속도, 비용 효율성, API 연동성 등을 고려한 B2B 친화적 설계를 바탕으로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처럼 기술 도입이 쉽지 않은 기업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다양한 산업군에서 솔라 기반 LLM의 상용 적용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솔라 시리즈는 국산 LLM 최초로 AWS 마켓플레이스에 등재되며 글로벌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고, 교육기관과 연구소에는 클라우드 기반 AI 솔루션을 무상으로 제공하며 생태계 확장도 병행하고 있다. 업스테이지는 “AI는 소수만의 전유물이 되어선 안 된다. 모두가 쉽게 접근해야 진짜 혁신이 일어난다”는 철학을 앞세워, 개방과 확산 중심(오픈소스)의 전략을 착실히 실행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보다 다층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다.
먼저, ‘하이퍼클로바X 시드 모델’ 3종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개발자 커뮤니티를 빠르게 확산시켰고, 공개 한 달 만에 30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진짜 전략은 그 뒤에 있다.
바로 ‘온서비스(On-Service) AI’와 ‘소버린(Sovereign) AI’라는 투트랙 전략이다. 온서비스 AI는 네이버의 검색, 쇼핑, 광고 등 자사 플랫폼에 AI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식이다. 상황에 따라 최적화된 경량·모듈형 모델을 유연하게 적용해 LLM의 실효성을 극대화한다. 반면 소버린 AI는 기업이 자체 환경에서 직접 모델을 배포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돼, 데이터 주권을 중요하게 여기는 B2B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네이버는 동남아, 중동 등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장기 전략도 병행하고 있으며, ‘한국형 초거대 AI’라는 상징성과 함께 추론에 특화된 모델도 추가로 공개할 계획이다.
결국 루시아, 솔라, 하이퍼클로바X는 서로 다른 전략과 철학을 지녔지만, 지향하는 바는 같다. “한국어에 강하고, 한국 시장에 적합하며, 실전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AI.” 그리고 이 목표는 단순한 모델 성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AI가 인간의 삶과 업무에 본격적으로 파고드는 이 시점에서, 국산 LLM 경쟁은 이제 진짜 출발선에 섰다고 볼 수 있다. 기술보다 전략이 더 중요해진 시대, 앞으로의 2년은 누가 더 날카로운 전략을 세우고, 실제로 잘 실행해내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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