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LG·네이버, K-LLM 삼국지 개막
국산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들이 한국어 특화 성능을 앞세워 글로벌 대형 언어모델(LLM) 시장에 본격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카카오의 ‘카나나’, LG의 ‘엑사원’, 그리고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는 각각 고유한 강점과 개발 철학을 바탕으로, 한국형 AI 생태계의 ‘대표 모델’ 자리를 두고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6월 20일부터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공모 사업을 공식 추진하면서, 정부 주도의 K-AI 육성 전략과 맞물린 민간 주도 LLM 경쟁은 더욱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카카오 ‘카나나’, 구조부터 학습까지 자체 설계…한국어 성능 1위
카카오는 지난 6월 24일, 자사 모델 ‘카나나-1.5-8B-Instruct’가 미국 AI 플랫폼 웨이트앤바이어스(Weights & Biases, W&B)가 운영하는 한국어 LLM 평가 리더보드 ‘호랑이(Horang-i)’에서 파라미터 80억 개 이하 모델 부문 1위(점수 0.69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카나나’는 모델 구조와 학습 데이터를 모두 자체 설계·구축한 ‘프롬 스크래치’ 방식으로 개발됐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이는 해외 LLM을 단순 파인튜닝하는 방식과 달리, 데이터 주권과 한국어 환경 최적화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접근이다.
카카오는 이미 지난 24년 5월, 파라미터 21억·80억 규모 모델 두 종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상업적 활용도 허용한 바 있다. 회사 측은 “‘카나나’는 중형 규모의 범용 언어모델로, 번역·추론·질의응답·구문 해석 등 다양한 벤치마크에서 글로벌 모델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뛰어나며, 비용 대비 성능을 고려한 민간 응용 서비스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LG ‘엑사원’, 전문가용 추론 능력과 글로벌 활용성 결합
LG AI연구원은 오는 7월 예정된 토크콘서트를 통해 최신 통합 모델 ‘엑사원 4.0’을 공개할 계획이다. 이 모델은 지난 24년 12월 선보인 ‘엑사원 3.5’와 25년 3월 발표된 추론 특화형 ‘엑사원 딥(Deep)’을 통합한 형태로, 고난도 전문 영역과 일반 대화형 LLM 기능을 모두 아우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엑사원’은 과학, 수학, 바이오, 의료 등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에서 정밀한 추론 능력을 발휘하며, 특히 암 병리 이미지 분석에 특화된 ‘엑사원 패스(PATH)’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5)에서 공개돼 글로벌 바이오 산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해당 모델은 엔비디아의 의료 AI 플랫폼 ‘MONAI’에 등록돼 출시 2주 만에 1만 회 이상 다운로드되며 실용성을 입증했다.
또한, 엑사원은 허깅페이스 기준 누적 다운로드 310만 회를 기록하며 국내 AI 모델 중 가장 활발히 활용되고 있으며, 파생 모델도 180개 이상이다. 25년 4월에는 스탠퍼드대학교가 선정한 ‘주목할 만한 AI 모델’에 한국 모델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 검색·쇼핑·광고 연계 중심의 서비스형 AI
네이버는 2023년 8월, 생성형 AI 플랫폼 ‘하이퍼클로바X’를 정식 출시했다. 기존 한국어 특화 모델 ‘하이퍼클로바’를 업그레이드한 이 모델은, 네이버 검색·쇼핑·광고·뉴스 등 다양한 자사 서비스에 실시간 연동 가능한 상용화 중심의 LLM으로 설계됐다.
‘하이퍼클로바X’는 한국어와 일본어에 최적화된 성능을 갖추고 있으며, 기업 고객을 위한 API 및 SaaS 플랫폼(예: 네이버 웍스, NOW 등)과의 결합을 통해 B2B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를 ‘사용자 맞춤형 생성형 AI’로 정의하며, 법률·의료·교육 등 분야별 특화 모델도 개발 중이다.
또한, 향후 일본과 동남아 시장을 타깃으로 다국어 학습 기반 모델을 확장하는 로드맵도 공개한 바 있다.
여전히 강력한 챗GPT…하지만 ‘한국어 맥락 이해’는 약점
OpenAI의 챗GPT는 여전히 생성형 AI 분야의 글로벌 기준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신 GPT-4o 모델은 텍스트, 음성, 이미지 등 멀티모달 입력을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등 주요 기업형 AI 서비스와도 폭넓게 연동되고 있다.
다만 한국어 처리 정확도와 지역 문화 맥락 이해에 있어서는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한국어를 가장 잘 아는 AI’를 지향하는 국산 모델들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흐름도 분명해지고 있다.
누가 진짜 ‘K-LLM 대표’인가…범용과 특화 전략의 충돌
국산 생성형 AI 모델들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한국형 LLM 대표 자리를 놓고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각 모델은 개발 방식과 활용 전략에서 상이한 노선을 취하며, 범용성과 전문 특화형이라는 양대 축으로 나뉘어 경쟁력을 구축하고 있다.
카카오는 개방성과 범용성, LG는 전문성과 기술 신뢰성, 네이버는 서비스 연계성과 실용성을 중심 전략으로 내세워 각자의 방식으로 ‘K-LLM 대표’ 지위를 노리고 있다. 단일 모델의 독주보다는, 이들 모델이 상호보완적 생태계를 구축하며 공존하는 전략이 보다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향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정부가 주관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은 지난 6월 20일부터 본격 추진 중이며, 이들 모델은 해당 사업의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향후 1차 심사 결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공식 발표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생성형 AI는 이제 단순한 대화 모델을 넘어, 데이터·언어·산업 주권을 아우르는 국가 전략의 핵심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 국산 LLM들이 기술적 정체성과 실용성을 어떻게 조화롭게 결합해 나가느냐가, 향후 K-AI 생태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결정지을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 "카톡 없는 AI 카나나, 챗GPT 이길 수 있을까?"
- 카카오, 언어모델 ‘카나나’ 연구성과 리포트 공개
- “AI는 인사에서 시작된다”…정부, 산업형 리더로 ‘소버린 AI’ 속도 낸다
- 2조 ‘실탄’ 가진 빌라스 다르, LG AI연구원서 엑사원 3.5 집중 탐색
- LG AI연구원, 암 진단용 AI 모델 '엑사원패스' 엔비디아에 공급
- LG, 자체개발 추론 AI '엑사원 딥' 공개
- “이제 클로바가 아니라 청와대다”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 발탁
- 국산 LLM 삼국지, 루시아, 솔라, 하이퍼클로바X의 전략 전쟁
-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클로바X 시드 오픈소스 모델 한 달 만에 30만 다운로드 돌파
- AI, 이제 보고, 듣고, 말한다...‘그녀’는 현실이 됐다
- [분석리즘] “엔비디아 독점 깨다” 퓨리오사AI, 국산 칩으로 AI 주권을 설계하다
- NC AI-샌드박스네트워크, 크리에이터 글로벌 진출에 맞손
- '국가대표 AI' 전쟁터 열린다…GPU와 오픈소스가 판 가른다
- CJ ENM, AI로 제작한 애니메이션 '캣 비기' 공개
- GPT-4.1 이겼다...네이버 ‘씽크’, 추론 AI 시대의 게임체인저
- 게임인재단, AI를 활용한 한국 전통 문화 콘텐츠 발굴한다
- 챗GPT, 올해 상반기 국내 앱 설치 1위…AI 시대 주인공으로 떠올라
- 운전자 심리까지 반영하는 AI 내비게이션...카카오모빌리티, ‘실행 기반 경로 추천 기술’ 상용화
- [분석리즘] 국가대표 AI 선발전… 기술력으로 승부수 던진 기업들
- 국가대표 AI 모델, 누가 K-AI 이름을 차지할까
- LG의 초거대 AI 전략, ‘엑사원 생태계’로 수익화 드라이브
- 네이버클라우드, 상업용 무료 추론모델 공개…“국내 AI 생태계 확장 신호탄”
- K-AI 국가대표 10개 팀 압축…기술력·전략 본게임 시작
- [국가대표AI 선발전] 카카오, ‘카나나’ LLM으로 도전장…한국어 성능 1위+오픈소스 전략으로 승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