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공모에 15개 컨소시엄 도전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지원사업’에 국내 대표 ICT·AI 기업과 유망 스타트업, 연구기관들이 대거 참여하며 뜨거운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네이버, LG, SK텔레콤, 카카오 등 대형 기술 기업은 물론, 업스테이지, 루닛, 코난테크놀로지 등 기술 기반 스타트업까지 총 15개 컨소시엄이 제안서를 접수했다. 정부는 이들 가운데 5개 ‘정예팀’을 선발해 3년간 GPU, 데이터, 인재 등 핵심 자원을 집중 지원할 예정이다.
LG와 네이버, 독자 LLM 양강 체제 굳히기 나서
이번 공모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두 주체는 네이버클라우드와 LG AI연구원이다. 두 곳 모두 범용 LLM을 이미 서비스화한 경험이 있으며, 정부 주요 정책 실무자 배출 기업이라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LG AI연구원은 초거대 AI 모델 ‘EXAONE’을 중심으로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과 인프라를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네이버클라우드는 GPU 임차사업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상황에서, 외부 기업 영입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GPU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리스크를 고려해 자체 기술력만으로 완성도 높은 모델을 제안하겠다는 방침이다. 네이버 본사는 참여기관으로서의 기술적 후방 지원에 나섰다.
업스테이지·SKT·코난, 차세대 AI 도전장
업스테이지는 최근 공개한 차세대 모델 ‘솔라 프로 2’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AI 분석기관 아티피셜애널리시스의 지능지표에서 58점을 기록하며 전 세계 12위에 이름을 올렸고, 일론 머스크가 관련 내용을 직접 공유해 관심을 끌었다. 이번 공모를 통해 국가 단위 프로젝트에서도 존재감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SK텔레콤은 자체 개발한 LLM ‘에이닷엑스 3.1’을 기반으로, 크래프톤·리벨리온·서울대·KAIST 등 다양한 분야의 파트너사와 함께 대규모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통신과 미디어, 게임, 반도체 등 복합 기술을 아우르는 전략을 내세웠다.
코난테크놀로지는 사이냅소프트, 알체라, 페블러스 등과 함께 제조업 중심의 특화 LLM을 개발하고자 한다. 소버린 AI를 활용한 해외 진출도 전략의 한 축으로, 단순히 기술 내재화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확장성을 강조하고 있다.
의료·게임·바이오 특화 기업도 속속 참전
이번 공모에는 업종 특화형 AI 기업들도 다수 포함됐다. 의료 AI 전문기업 루닛은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트릴리온랩스, 카카오헬스케어와 협업하며 임상데이터 기반 LLM 개발을 추진 중이다. 게임회사 엔씨소프트의 AI 자회사인 NC AI는 자체 모델 ‘바르코’를 바탕으로 30B 규모 이상 초거대 모델 개발 경험을 강조한다.
이 밖에도 바이오넥서스, 사이오닉AI, 정션메드, 모티프테크놀로지스, 파이온코퍼레이션 등이 주관사로 참여해 분야별 전문성과 기술력을 앞세워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오픈소스 베껴선 안 된다”…정부, 진짜 독자성 요구
과기정통부는 이번 사업에서 독자 모델 설계·개발 능력을 최우선으로 평가한다. 오픈소스 기반 파인튜닝만으로 만든 모델은 심사에서 제외되며, 설계부터 학습, 배포까지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팀이 우선 선정된다. 단, 상용화 경험이나 파인튜닝 모델 운영 실적은 기술력 항목에서 일정 부분 인정된다.
이번 공모에 제출된 제안서는 먼저 서면 평가를 통해 15개 팀 중 10개 팀으로 압축되고, 이후 5개 팀이 정예팀으로 최종 선정된다. 이르면 8월 초, 정부는 정예팀과 협약을 체결하고 개발 지원에 착수할 계획이다. 선정된 팀은 4개월 뒤인 12월 말까지 1차 모델 성과를 공개해야 하며, 국민 참여 방식의 공개 시연 및 평가도 병행될 예정이다.
최종 2팀만 살아남는다…K-AI 타이틀 쟁탈전
정예팀에 선정된 5개 팀은 2027년까지 6개월 단위로 성과 평가를 받고,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2개 팀만이 ‘K-AI 모델’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 정부는 이들 최종 2개 팀에 후속 지원과 글로벌 공동 연구 기회를 제공하며, 장기적인 AI 산업의 국가대표로 육성할 방침이다.
이번 공모는 단순한 기술개발 사업을 넘어, 한국형 AI 생태계 구축과 글로벌 수준의 독자 LLM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전략 프로젝트다. 양강 체제를 형성한 대형 플랫폼 기업과 기술 기반 스타트업, 연구기관 간의 치열한 기술 경쟁이 향후 K-AI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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