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 5개 팀 2차 선발을 거쳐, 2027년까지 최종 2개 팀 선발

2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발표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1차 평가 결과에서 10개 컨소시엄이 예선을 통과했다. 이들은 총 15개 참가팀 중 기술력과 생태계 기여 가능성, 컨소시엄 구성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받아 선정되었으며, 향후 발표 평가를 거쳐 최종 5개팀으로 압축된다. 이번 발표는 단순한 서면 평가를 넘어, 향후 대한민국 인공지능 생태계의 주도권을 둘러싼 실질적인 전초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진=연합뉴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진=연합뉴스

10개 팀, 본선 무대에 올랐다

과기정통부는 다음 기업들을 예선 통과자로 발표했다. 네이버클라우드, LG AI연구원, 카카오, SK텔레콤, KT, NC AI, 업스테이지, 모티프테크놀로지스, 코난테크놀로지, 그리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들은 모두 AI 파운데이션 모델의 기술적 완성도, 적용 가능성, 생태계 확장성, 그리고 프로젝트 실행 계획의 구체성을 기준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이번 선발은 단순 기업 경쟁이 아니라, AI 인프라, 알고리즘, 서비스 적용 역량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총력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빅테크, 침묵으로 응수

네이버클라우드, LG AI연구원, 그리고 카카오는 이번 예선 통과에 대해 공식 입장을 자제하고 있다. 이는 향후 발표 평가에서 핵심 전략이 노출될 경우 경쟁 우위를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클라우드는 "프로젝트 멤버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전하며, 내부 컨소시엄 조율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대규모 데이터와 연산 인프라를 보유한 만큼, 공개 경쟁보다는 평가 직전까지 전략 수위를 조절하는 ‘지능형 대응’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통신사, 정면 승부 선언

SK텔레콤과 KT는 예선 통과 직후 공식 성명을 통해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SKT는 "최선을 다해 남은 선발 과정을 준비하겠다"고 밝혔고, KT는 “AI 원팀이 대한민국 대표 AI 기술을 이끌 수 있도록 하겠다”며 생태계 확대에 대한 포부도 함께 언급했다. 이들 통신사는 AI 플랫폼을 단독 개발하는 동시에, 자사 5G·클라우드 인프라와 연계한 상용화 가능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NC AI, 독립 전환의 분기점

NC소프트의 AI 기술을 계승한 NC AI는 “AI 전문기업으로 새롭게 도약하는 첫 관문을 통과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회사 측은 14년간의 AI 연구 이력을 강조하며, 발표 평가에서도 기술력의 연속성과 독립적 가치 창출을 어필할 계획이다. 이는 전통 게임 개발사가 AI 독립 기업으로 진화하는 전환점이라는 점에서 업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코난테크놀로지, 철저한 준비형 플레이어

코난테크놀로지 측은 “처음부터 발표 평가를 염두에 두고 자료와 시연 영상을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실제로 5분 이내의 영상 제출, 기술 시연 장면 구성, 영문 자료 준비 등 발표 전환 조건을 미리 분석하고 철저히 준비해온 점이 강점으로 부각된다. 평가 시점이 다가오며 기술력과 함께 ‘준비된 전략형 플레이어’라는 인상도 함께 주고 있다.

스타트업 언더독의 반란

신생 기업 모티프테크놀로지스는 업계 인지도가 낮았음에도 기술력으로 예선을 통과했다.

2025년 2월 설립된 모티프테크놀로지스는 AI 스타트업 ‘모레(MOREH, 분석리즘 참고)’의 R&D 자산을 인계하며 출범했다. 모레는 2022년부터 생성형 AI 기술을 기반으로 텍스트 자동화, 검색 최적화, LLM 파인튜닝 분야에서 다수의 PoC(개념 검증)를 추진한 기업이다. 이후 AI 전문성에 집중하기 위해 조직을 모회사-자회사 체계로 분할했고, 이때 기술 전문 인력이 중심이 되어 모티프테크놀로지스를 신설했다.

모티프는 모레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고도화해온 한국어 특화 경량 LLM과 지식 기반 응용 서비스 모델을 중심으로 평가에 나섰으며, 발표 평가에도 "기술만으로 증명해보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AI 생태계 내에서의 인지도는 아직 낮지만, 실전 기술력과 기획 역량에서 경쟁사 못지않은 내공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KAIST, 실력 하나로 승부

이광형 총장은 “KAIST는 자본력은 부족할 수 있으나, 기술 실력만큼은 국내 최고 수준”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학계 유일의 예선 통과 주체로서, 연구 중심 기반의 접근과 순수 기술 개발 역량이 평가에서 강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KAIST는 특히 모듈화된 AI 모델 설계와 투명한 공개 원칙 측면에서 차별성을 확보하고 있다.

발표 평가, 실전 시작...살아남을 단 두 개의 팀은?

10개 통과팀은 오는 7월 30일~31일, 발표 평가에 참여한다. 각 팀은 5분 이내의 시연 영상(국문·영문 포함)과 영문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며, 해외 전문가가 참여하는 심사단에서 기술의 글로벌 완성도와 경쟁력을 검증받는다. 이후 사업비 심의·조정 과정을 거쳐 8월 초 최종 5개팀이 선정된다.

최종 5개 팀에 선정되더라도 끝이 아니다. 각 팀은 6개월마다 평가를 받고, 단계별 탈락과 구조 조정을 거쳐 2027년까지 최종 2개만이 살아남는다. 따라서 이번 발표 평가는 '끝이 아닌 시작'이며, 모델 성능뿐 아니라 데이터 윤리, 경량화 기술, 실용화 가능성 등 다층적인 기준이 본격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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