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 AI 기업을 찾아서, 15편 포티투닷

포티투닷 로고

"자율주행은 끝난 기술이 아니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자회사인 포티투닷(42dot)은 단순한 기술 벤처를 넘어,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시대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완전 인수 이후 현대차·기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포티투닷은, 이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소프트웨어 심장을 만들어내는 'AI 소프트웨어 공룡'으로 탈바꿈 중이다.

네이버 출신 창업자의 귀환…현대차에 합류하다

포티투닷의 시작은 2019년, 네이버 CTO이자 네이버랩스 CEO였던 송창현 대표의 창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차의 초기 투자로 설립된 이 회사는, 고가의 라이다에 의존하지 않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지향하며 독자적인 기술 노선을 고수했다. 2022년, 현대차(2750억 원), 기아(1350억 원)의 대규모 출자에 따라 완전 인수됐고, 이후 TaaS 본부와 AI, 자율주행 부문 인력을 흡수하며 본격적인 내화 전략이 시작됐다.

PV5부터 시작…양산차에 실린 첫 기술

포티투닷 PBV  사진=포티투닷

2025년 7월 현재, 포티투닷은 기아의 새로운 PBV(Purpose Built Vehicle) 'PV5'에 차량 관제 솔루션 ‘플레오스 플릿(PLEOS FLEET)’을 탑재했다. 이 기술은 단순 차량 추적 시스템이 아닌, 실시간 경로 최적화·AI 예측 관리 기능을 담은 통합 관제 플랫폼이다. 이는 자율주행 기술이 점진적으로 시장에 스며드는 첫 번째 단계다.

2026년에는 본격적인 자율주행 플랫폼 '페이스카(FACE CAR)'를 통해 엔드투엔드(E2E) 방식의 SDV 차량이 공개될 예정이다. 차량 자체가 하나의 ‘러닝머신(Learning Machine)’이 되는 이 기술은, 테슬라의 FSD(Fully Self Driving)와 경쟁하는 수준으로, 현대차그룹의 미래 전략의 상징이기도 하다.

1조6000억 원의 승부수…지분율 98% 확보

2025년 7월 기준, 현대차와 기아는 포티투닷에 총 1조6000억 원을 출자하며 각각 59%와 39%의 지분을 확보했다. 사실상 완전 자회사로 편입된 것이다. 롯데렌탈이 보유한 잔여 지분 2%도 매각 여부가 주목된다. 이는 단순한 기술투자가 아니라, 현대차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핵심 기술 내재화를 위한 의도된 전략으로 분석된다.

‘이디스’에서 ‘커넥트’까지…자체 AI 어시스턴트 성장

포티투닷은 단순 자율주행 솔루션 기업이 아니다. 이미 기아의 니로 플러스에 최초로 탑재된 음성 AI ‘이디스’를 시작으로, 독자적인 인공지능 기반 UX 기술도 확보해왔다. 최근에는 ‘커넥트(CONNECT)’라는 이름의 통합 SDV 플랫폼을 개발 중이며, 이 시스템은 2026년 공개될 '페이스카'에 탑재될 예정이다. 차량이 도로에서 배우고, 상황을 판단해 스스로 진화하는 ‘AI 중심 차량’ 개념이 현실화되는 셈이다.

글로벌 무대 겨냥…스마트시티까지 넘본다

포티투닷의 비전은 SDV를 넘어서 '스마트시티 자율주행 생태계' 확장에 있다. 카타르 프로토콜캐피탈, 신세계프라퍼티 등과 손잡고 카타르 도하 및 한국 화성에 차량 호출·통합 운행 플랫폼을 실증하는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과거 청계천 자율주행 셔틀, 'TAP!' 호출 서비스는 현재 중단 상태지만, 향후 글로벌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서의 부활이 기대된다.

‘SDV 전쟁’의 선봉에 선 포티투닷

현대차는 2033년까지 SDV 전략에 14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단순한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 수준을 넘어, AI 기반 자율주행, OTA 무선 업데이트, 데이터 기반 러닝머신 구현 등 자동차의 ‘탈기계화’를 겨냥한 대전환이다. 포티투닷은 이 거대한 전환의 전위로, 현대차 AVP본부와 함께 자율주행 기술의 진화를 선도하고 있다.

‘자율주행의 침묵기’를 끝낼 키 플레이어

지난 몇 년간 자율주행 기술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 보였다. 하지만 포티투닷의 존재는 그 흐름이 다시금 부상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SDV 플랫폼, 스마트시티 적용, 대규모 양산차 탑재까지… 이 모든 것이 맞물려 포티투닷은 단순한 자율주행 스타트업이 아닌,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두뇌'로 진화하고 있다.

"포티투닷은 SDV 시대의 ARM이 될 수 있을까?"

2026년, 페이스카가 이 질문에 첫 번째 대답을 내놓게 될 것이다.

테크풍운아 칼럼니스트  scienceaza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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