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AI 시대, 누가 한국의 대표 모델을 만들 것인가

국가 주도의 인공지능 프로젝트인 ‘소버린 AI’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주요 AI 기업들이 저마다 ‘국가대표 모델’을 자처하고 나섰다. 한국어에 특화된 파운데이션 모델을 자체 개발해 기술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연구개발을 넘어 대한민국 AI 산업의 향방을 가늠할 핵심 경연장이 되고 있다.

이번 선발전에 참여하거나 참여를 검토 중인 기업은 LG AI연구원, 네이버, KT, SK텔레콤, NC소프트, 코난테크놀로지, 업스테이지, 솔트룩스, 이스트소프트, 카카오 등으로, 대기업과 AI 스타트업이 고르게 포진해 있다. 이들의 기술력은 실제 어느 수준에 와 있을까?

특허 출원량으로 본 기술개발 속도… KT가 1위

기술력은 단순한 서비스 구현 수준만으로는 온전히 평가하기 어렵다. 연구개발의 활발함과 전략 방향은 특허 출원 데이터를 통해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AI 관련 특허 출원은 KT가 70건으로 가장 많다.  이미지=patspoon
AI 관련 특허 출원은 KT가 70건으로 가장 많다.  이미지=patspoon

최근 특허 전문 분석기관 키워트(keywert)의 ‘keyValue’ 평가에 따르면, KT가 AI 관련 특허 출원 70건으로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실적을 기록했다. 뒤를 이어 네이버가 56건, LG AI연구원이 36건, SK텔레콤이 29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솔트룩스, 업스테이지, 코난테크놀로지 등 중견 AI 기업들도 대기업 사이에서 의미 있는 출원 실적을 올리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는 AI 기술 경쟁이 일부 대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규모의 기업들이 기술 주도권을 놓고 치열하게 겨루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기술의 질’로 본 경쟁력… B등급 이상 특허 7개 기업이 보유

특허는 양도 중요하지만 질이 더욱 중요하다. keyValue 평가에서는 특허의 권리성, 기술성, 활용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9단계로 등급을 부여한다. B등급 이상 특허는 기술성과 시장성을 고루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B급 이상의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은 네이버이다.  이미지=patspoon
B급 이상의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은 네이버이다.  이미지=patspoon

B등급 이상의 특허를 다수 보유한 기업은 네이버, 솔트룩스, SK텔레콤, KT, NC소프트, 업스테이지, 이스트소프트로 총 7개사에 달했다. LG AI연구원의 경우 최근 3년간 특허 출원이 급격히 증가했지만, 등록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향후 평가 반영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소버린 AI 핵심은 ‘추론·에이전트·멀티모달’

이번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술 키워드는 세 가지다.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을 의미하는 ‘추론(Reasoning)’, 스스로 도구를 선택해 문제를 해결하는 ‘에이전트(Agent)’, 텍스트와 이미지 등 다양한 정보를 동시에 이해하는 ‘멀티모달(Multimodal)’ 기술이 그것이다.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로 압도적 기술력 증명

네이버는 한국어 초대형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HyperCLOVA X)’를 중심으로 멀티모달 추론, 고도화된 언어 처리, 실용적 AI 응용에 집중하고 있다. 등록 특허의 43%가 B등급 이상으로 평가됐으며, 멀티턴 대화 생성, 문서 요약, 비정형 문서 정보 추출 등 실질적 기능 구현에 필요한 기술이 고루 포함됐다.

대표 특허인 ‘GAN 기반 멀티턴 대화 응답 생성 시스템’은 B+ 등급을 획득해 기술성, 활용성 모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네이버는 양과 질을 고루 갖춘 기술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AI 산업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KT, 유일한 A등급 특허로 독창성 인정받아

KT는 ‘믿:음 2.0’을 통해 한국어에 최적화된 자체 LLM을 공개하며, 질의 해석, 지식 그래프, 멀티도메인 챗봇 등 실용성 높은 AI 기술을 확보했다. 특히 질의어 처리 기술은 keyValue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유일한 사례로, 독창성과 권리성 모두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해당 특허는 복잡한 질의에 대한 분석과 정보 제공에 초점을 맞췄으며, 실제 서비스로의 연결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업스테이지, OCR 원천기술로 빅테크급 성능 확보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는 자체 개발한 한국어 특화 LLM ‘솔라(Solar)’를 기반으로 OCR(문자인식) 관련 특허에 집중하고 있다. 테스트 기반 모델 배포 방법 등 핵심 기술 3건이 모두 B등급을 받아 기술성과 활용성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거뒀다.

특히 ‘모델 성능 비교 후 최적 모델만 배포’하는 기술은 효율성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사례로, AI 경량화와 상용화 가능성 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글로벌 특허 경쟁력도 ‘네이버’가 선두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서 기술력을 입증받은 기업은 네이버였다. 총 76건의 해외 특허를 보유하며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해외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특히 일본에서는 39건을 보유 중이며, 미국, 유럽, 중국 등에도 다수의 특허를 등록했다.

네이버가 AI 관련 해외 특허 76건으로 최다 건수다.  이미지=patspoon
네이버가 AI 관련 해외 특허 76건으로 최다 건수다.  이미지=patspoon

해외 등록 특허 중 A등급 6건, B+등급 8건, B등급 10건으로 확인되며, 기술의 질적 측면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솔트룩스는 중소기업 중 유일하게 미국과 PCT(국제 특허 협력조약) 진출에 성공하며, AI 기술의 해외 확장 가능성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네이버 독주, LG 추격… AI 기술 패권 경쟁 가열

최근 특허 출원 흐름을 보면 네이버는 안정적인 기술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독주 체제를 구축한 반면, LG AI연구원은 최근 출원량이 급증하며 급속히 추격 중이다. SK텔레콤은 점진적인 기술 확대를 꾀하고 있으며, KT와 솔트룩스는 출원량 감소로 다소 주춤한 양상이다.

현재까지는 네이버가 압도적이지만, 성장세는 LGAI연구원이 빠르다.  이미지=patspoon
현재까지는 네이버가 압도적이지만, 성장세는 LGAI연구원이 빠르다.  이미지=patspoon

전문가들은 “향후 AI 산업의 리더는 단순한 기술 성능보다 이를 뒷받침하는 특허 전략과 상용화 역량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며, “AI 기술 주권을 둘러싼 경쟁은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전망했다.

테크풍운아 칼럼니스트  scienceaza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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