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AI’ 기치 내건 네이버 출신 연구자의 새로운 실험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강 비서실장, 김현종 국가안보실 1차장.  사진=연합뉴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강 비서실장, 김현종 국가안보실 1차장.  사진=연합뉴스

15일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에 내정된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은 단순한 '민간 전문가' 이상의 인물이다. 그는 지난 10년 가까이 한국 테크 씬에서 '소버린 AI'의 실현 가능성을 연구·실험해온 최전선의 주자였다.

이번 정부 인사는 그 연장선에서, AI 기술 주권과 글로벌 주도권 확보라는 국가적 미션을 정부 차원에서 본격화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논문 100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한국 AI는 누구의 것인가”

하정우 수석은 AI 연구자이자 전략가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후 2015년 네이버랩스에 입사해, 2017년부터는 네이버의 AI 브랜드 ‘클로바’의 리서치 리더를 맡으며 본격적으로 대형 언어모델 및 딥러닝 아키텍처 개발을 이끌었다.

특히 네이버 AI랩 연구소장(2020~2023) 재임 기간에는 글로벌 3대 AI 학회(ICLR, NeurIPS, ICML)에서 10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며 네이버를 '글로벌 AI 영향력 6위' 기업으로 끌어올리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는 단순한 연구 성과보다도, 한국형 AI 생태계 구축에 대한 문제의식을 더 크게 갖고 있었다. '소버린 AI' 즉, 외국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는 자립적 AI 기술과 생태계를 꾸리는 것이 그의 핵심 지론이다.

하이퍼클로바X 프로젝트가 그 대표 사례다. “한국어에 특화된 초거대언어모델 개발은 단순한 기술 진보가 아니라, 문화적 주권의 문제”라는 그의 발언은 네이버가 왜 AI에 집요하게 투자해왔는지를 대변한다.

정책 수립자에서 생태계 디자이너로… 민관 연계 교두보 구축하나

대통령실 직속 AI미래기획수석은 단순한 자문 역할이 아니다. AI산업 관련 예산·제도 기획, 초거대AI와 반도체 전략, 국제 협력까지 포괄하는 실질적 컨트롤타워 기능을 띤다. 이 자리에 하정우 수석이 낙점된 건 정부가 ‘정치가 아닌 기술 기반의 AI 전략’을 꾀하려 한다는 신호로 읽힌다.

그는 이미 네이버 시절부터 서울대, KAIST 등과의 산학 공동연구 및 인재 교류를 통해 AI 인재 허브의 중심에 있었다. 이제 그 무대가 민간에서 공공으로 넓어졌다. AI 인프라의 국가 단위 재편, AI 안전성과 규제 설계, AI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 구축 등 다양한 방향성이 예측된다.

‘국가대표 AI 브레인’의 다음 장, 테크 씬은 주목 중

업계는 그를 “연구와 산업의 언어를 동시에 아는 드문 전문가”로 평가한다. 실제로 그는 기술적 깊이와 정책적 넓이를 모두 갖춘 인물로,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여러 공공기관 자문에도 참여한 바 있다. 이번 임명으로 AI 생태계 전반, 특히 ‘한국형 AI 모델 개발’과 ‘데이터 주권 확보’ 등 굵직한 담론에 정책적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향후 하 수석이 구상 중인 '한국형 AI 국가 전략'은 기술력 확보에 그치지 않는다. 인재, 데이터, 컴퓨팅 인프라, 글로벌 연대까지 포함한 총체적 설계도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테크 씬은 지금, 그가 정부라는 새로운 실험실에서 어떤 모델을 설계할지 주목하고 있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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