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훈 장관 지명에 들뜬 AI 업계

LG와 네이버 출신의 인공지능 실무자들이 정부 요직에 연이어 중용되며, 기술이 국정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소버린 AI'를 향한 한국형 전략이 본격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실무형 AI 리더, 과기정통부 수장으로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불과 일주일 전 네이버클라우드 CTO 출신 하정우가 대통령직속 AI미래기획수석으로 임명된 데 이어, 산업 현장에서 검증된 AI 전문가들이 국가 기술 정책의 키를 쥐게 됐다.

배 후보자는 LG그룹의 산업용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 시리즈를 개발하고 상용화한 주역이다. 특히 올해는 중국 ‘딥시크’를 능가하는 고성능 추론 모델을 오픈소스로 자체 개발해 공개, 글로벌 기술 자립 경쟁에서도 한국의 입지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소버린 AI’ 드라이브…“국산 파운데이션 모델 다섯 개는 있어야”

이번 인사는 단순한 기술 인재 영입이 아니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소버린 AI’ 전략, 즉 국내 기술로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신호탄이다.

배 후보자와 하 수석은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 산하 ‘초거대AI추진협의회’에서 함께 활동하며, AI 산업계와 정부의 가교 역할을 해왔다. 이들은 한국형 LLM 개발을 위한 데이터 확보, 인프라 투자, 규제 개선 등 실행 과제를 함께 논의해온 파트너이기도 하다.

배 후보자는 지난 20일 울산에서 열린 ‘AI 글로벌 협력 간담회’에서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파운데이션 모델 5~6개는 확보해야 한다”며 정부 주도의 기술 주권 전략을 강조했다.

산업용 AI 수출, 현실화 되나

배 후보자가 이끈 ‘엑사원’ 시리즈는 교육·제조·R&D에 특화된 산업용 AI로, 국내 AI의 수출 가능성을 보여준 모델로 손꼽힌다. 특히 2023년 ‘엑사원 3.0’은 미국 스탠퍼드대 HAI의 ‘주목할 만한 AI 모델’로 등재되며 기술 완성도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AI 업계 관계자는 “배 후보자는 연구와 사업, 정책을 아우를 수 있는 드문 통합형 리더”라며 “제조업 기반의 산업용 AI를 수출 산업으로 키울 수 있는 실전형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젊은 기술 리더십, 정책 속도 낸다

1976년생인 배 후보자와 1977년생인 하 수석은 모두 40대의 기술 세대다. 이들은 기존 정책 중심 관료형 인사와 달리, 현장의 언어와 기술을 이해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업계 기대가 크다.

최근 AI 글로벌 협력 간담회에서도 두 사람은 기업들과의 실시간 소통에 나서며, “정부와 산업계의 거리감이 확연히 줄었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사진=연합뉴스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사진=연합뉴스

실행력 있는 정부, 산업계 출신 대거 중용

AI 정책 핵심 인사 외에도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중기부 장관 후보자),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국무조정실장 후보자) 등 산업계 출신이 정부 전면에 포진하면서, 이재명 정부는 “실행 중심 국정”이라는 기조를 더욱 분명히 하고 있다.

AI 업계는 이번 인사를 통해 “인재는 있는데 전략이 없다”는 시대가 끝나고, 기술과 전략이 함께 움직이는 국정 체계가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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