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용 챗봇부터 신약 개발까지…엑사원, 기술을 실제 산업으로 연결하다

LG AI 토크 콘서트 2025에서 발표 중인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  사진=LG 제공, 연합뉴스
LG AI 토크 콘서트 2025에서 발표 중인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  사진=LG 제공, 연합뉴스

엑사원 4.0, LLM을 넘어 멀티모달로

LG AI연구원이 개발한 초거대 인공지능 ‘엑사원(EXAONE)’이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경계를 넘어 멀티모달 하이브리드 AI로 진화했다. 지난 22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AI 토크 콘서트 2025’에서는 텍스트, 이미지, 도표, 수식 등 다양한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는 ‘엑사원 4.0 VL(비전 랭귀지)’가 공개됐다.

LG에 따르면 엑사원 4.0 VL은 미국 메타의 최신 모델 ‘라마 4 스카우트(LLaMA 4 Scout)’보다 앞선 성능을 구현했다. 단순한 질문응답을 넘어 복잡한 전문 문서와 시각적 데이터를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어, 기업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전문 리포트 생성에 탁월한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의료에 특화된 엑사원 딥

범용 LLM 기반인 엑사원과 달리, ‘엑사원 딥(EXAONE Deep)’은 의료 및 바이오 산업에 최적화된 특화형 AI다. ‘엑사원 패스 2.0’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인 이 모델은 유전자 정보와 병리 이미지를 분석해 신약 후보 물질을 제안하고, 질병 진단 시간을 기존 2주에서 단 1분 이내로 단축시킨다.

LG는 이 기술을 유럽과 미국의 글로벌 제약사들과 공동 연구 중이며, AI 기반 정밀의료와 신약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는 목표다. 엑사원 딥은 단순한 의료 보조 AI가 아니라, 바이오 산업의 임상시험 전 단계를 혁신할 핵심 엔진으로 자리잡고 있다.

수익화 이끄는 3대 AI 솔루션

LG의 AI 전략은 단순한 기술 데모를 넘어 실질적인 B2B 수익 모델 구축에 집중돼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기업 맞춤형으로 설계된 ‘엑사원 3대 솔루션’이 공개됐다.

챗엑사원(ChatEXAONE) 기업·공공기관·연구소를 대상으로 베타 오픈한 AI 챗봇. 보안 강화 및 기업 전용 인터페이스를 통해 LG CNS, LG유플러스 등과 이미 1,000억 원 규모 수주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엑사원 데이터 파운드리 60명의 데이터 전문가가 3개월간 수행할 작업을 1명이 하루 만에 처리하는 데이터 생성 자동화 플랫폼. 실증 사업 결과, 데이터 생산성 1,000배, 품질 20% 이상 향상시켰다.

엑사원 온프레미스 AI 서버부터 모델까지 통합 제공하는 보안 강화형 풀스택 솔루션. 기업 내부망 환경에서의 AI 도입을 가능케 한다.

이로써 LG는 초거대 AI를 단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고객 맞춤형 패키지로 통합 제공하는 전방위 B2B 전략을 본격화했다.

LG 트윈타워에서 시연 중인 엑사원  사진=LG 제공, 연합뉴스
LG 트윈타워에서 시연 중인 엑사원  사진=LG 제공, 연합뉴스

글로벌 협업으로 확장 가속

LG는 글로벌 시장 공략의 첫 신호탄으로 영국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과 협력해 ‘AI 투자 보고서 생성 사업’을 올 3분기 시작 예정이다. 엑사원은 스몰캡, 나노캡 등 정보 부족 기업의 재무정보, 뉴스, 공시 자료를 분석해 인수합병(M&A)이나 투자 판단을 돕는 보고서를 자동 생성한다.

이외에도 로봇과 제조 장비 등에 엑사원을 내장하는 ‘피지컬 AI’ 프로젝트도 논의 중이다. LG는 AI가 현실을 인식하고 환경을 변화시키는 기술로 확장되고 있으며, 제조업 기반의 하드웨어 강점을 살린 산업형 AI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라고 밝혔다.

그룹 전환 이끄는 ABC 엔진

엑사원 프로젝트는 단순한 AI 제품이 아니라, LG그룹의 미래 비전인 ABC(AI·Bio·Cleantech) 전략을 이끄는 축 중심 플랫폼이다. 구광모 회장은 “모든 계열사가 AI를 통해 전환(AX)되고,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강조한 바 있다.

LG는 정부의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지원사업에도 참여하고 있으며, 국가 차원의 GPU 인프라 구축과 데이터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제언했다. 이는 LG가 기업 단위를 넘어 국가 AI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하겠다는 포부로 읽힌다.

플랫폼과 피지컬AI를 아우르는 기업으로의 대전환

LG의 ‘엑사원’ 전략은 초거대 모델의 기술력과 산업 적응성을 동시에 확보하며, 하드웨어 중심 기업에서 AI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특히 엑사원과 엑사원 딥의 이중 전략은, 범용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아우르며 기업 고객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함을 갖췄다.

이 밖에도 LG AI연구원은 엑사원을 LG그룹 외 다른 기업으로도 제공·확산하고, 피지컬(물리적) AI까지도 엑사원을 발전, 접목한다는 목표다.

이홍락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 겸 CSAI(최고AI과학자)가 엑사원의 미래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LG 제공, 연합뉴스
이홍락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 겸 CSAI(최고AI과학자)가 엑사원의 미래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LG 제공, 연합뉴스

이홍락 공동 연구원장은 "AI가 현실을 인식하고 판단하며 실제 환경을 바꾸는 피지컬 AI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낼 것"이라며 "우선 로봇이나 공장 장비, 제조에 도움이 되는 피지컬 AI를 고려하고 있으며 계열사와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가 추진 중인 '독자적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LG AI연구원은 AI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이 가장 시급하다고 봤다.

이 AI사업개발부문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인프라가 압도적으로 부족한데 국가 차원에서 인프라를 해줘야 기업들이 그 인프라 위에서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 데이터 관련 규제들도 과감하게 오픈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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