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믿음 2.0’ vs SKT ‘A.X 4.0’…국가 주권형 AI 본격 가동

글로벌 AI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의 대표 통신사들이 ‘한국형 AI’ 깃발을 들었다. 지난 3일, SK텔레콤과 KT는 자사가 자체 개발한 한국어 특화 LLM(거대언어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본격적인 ‘소버린 AI’ 생태계 구축에 시동을 걸었다. 두 기업의 행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도하는 국가 주권형 AI 전략과 맞물려 국내 기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민관 협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SKT ‘A.X 4.0’ – GPT-4o 능가하는 한국어 효율

에이닷엑스 4.0의 대규모 학습을 진행한 SK텔레콤 자체 구축 슈퍼컴퓨터 '타이탄'  사진=SKT 제공, 연합뉴스
에이닷엑스 4.0의 대규모 학습을 진행한 SK텔레콤 자체 구축 슈퍼컴퓨터 '타이탄'  사진=SKT 제공, 연합뉴스

SK텔레콤은 자체 LLM ‘A.X 4.0’을 글로벌 AI 오픈 플랫폼 허깅페이스(Hugging Face)에 공개했다. 이 모델은 알리바바의 Qwen 2.5 기반 위에 SKT가 한국어 특화 데이터를 추가 학습시켜 탄생한 결과물이다. 파라미터 수 기준으로 표준 모델은 720억 개, 경량 모델은 70억 개다.

SKT는 A.X 4.0이 GPT-4o보다 약 33% 높은 한국어 문장 처리 효율을 기록했다고 밝혔으며, 한국어 언어 이해 벤치마크인 KMMLU에서 78.3점, 한국 문화 이해 벤치마크 CLIcK에서는 83.5점으로 각각 GPT-4o를 앞섰다. 해당 모델은 현재 SK텔레콤의 A. 통화 요약 서비스에 적용 중이며, 향후 SK 그룹 전반의 서비스에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KT ‘믿음 2.0’ – 한국 사회 맥락을 품은 LLM

KT 자체 개발 LLM 믿음  사진=KT 제공, 연합뉴스
KT 자체 개발 LLM 믿음  사진=KT 제공, 연합뉴스

KT 역시 같은 날 자체 개발 LLM ‘믿음 2.0’을 공개하며 AI 주권 확보 행보에 동참했다. 2023년 출시한 믿음 1.0의 후속 버전으로, 이번에는 115억 파라미터의 ‘Base’와 23억 파라미터의 ‘Mini’ 모델이 함께 선보였다. KT는 한국어의 문법 구조, 사회적 맥락, 문화적 요소 등을 정교하게 반영하는 자체 토크나이저까지 개발해 적용했다.

KT는 믿음 2.0에 국내 출판물, 법률·특허 문서, 사전 등 방대한 한국 특화 데이터를 학습시켰다고 밝혔다. 사회·문화적 문항 이해도에서 경쟁사 대비 높은 성능(81.2점)을 기록했으며, 향후 고성능 ‘믿음 프로’ 모델도 개발 중이다. KT는 AI 활용을 요약 등 단순 작업에서는 ‘믿음’, 복잡한 추론과 멀티모달 영역은 GPT 기반 모델로 이원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할 예정이다.

‘소버린 AI’의 실험대…기술·철학의 차이 부각

KT와 SKT는 기술 전략에서 뚜렷한 차이를 드러낸다. SKT는 초거대 글로벌 오픈 모델(Qwen)을 한국화하는 전략을 택한 반면, KT는 모델 자체 구조부터 한국어 데이터 중심으로 설계해 ‘내재적 한국화’를 시도했다.

또한, SKT는 고성능 추론형·멀티모달 모델을 곧 공개할 예정이며, KT는 Microsoft와의 협업을 통해 GPT-4 기반의 한국 특화 모델을 출시하는 병행 노선을 택했다. 이는 각각 온프레미스 구축 및 클라우드 협업 생태계를 겨냥한 상이한 전략으로, 기업 고객의 선택지를 다양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지원 가속화…국산 AI 생태계 '시동'

이번 양사의 모델 공개는 정부가 추진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와 궤를 같이 한다. 통신사로서 AI 원천 기술을 자체 보유하고자 하는 KT의 전략과, 다양한 SK 그룹 계열사 서비스에 적용 가능한 범용 AI를 구축하려는 SKT의 전략 모두 소버린 AI 개념과 부합한다.

두 기업은 향후 한국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전반에 한국형 AI 확산을 목표로, 공공문서 학습 규제 완화, NPU 기업과의 협업, 멀티모델 공개, SI 기반 서비스 사업화 등 다방면에서 국산 AI 산업 생태계 확장을 꾀하고 있다.

‘한국형 AI’, 글로벌 패권 틈새를 파고들다

KT와 SKT의 LLM 오픈소스 공개는 단순한 기술 데모를 넘어 국가 전략과 산업 철학이 맞물린 중대한 이정표다. 글로벌 초거대 모델 중심의 AI 흐름 속에서 한국 고유의 언어와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AI 모델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그리고 기업의 AI 전환 시장에서 실질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관련기사
저작권자 © KMJ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