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DI, XR 생태계 연구 보고서…미국 95.6점, 한국 75.4점 평가
‘기기·콘텐츠·플랫폼’ 모두 취약 평가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 인프라를 보유한 한국이 확장 현실(XR) 글로벌 시장에서는 기술 강국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핵심 경쟁 요소인 기기, 콘텐츠, 플랫폼 부문에서 뚜렷한 약점을 드러내며, 글로벌 주요 4개국 중 최하위 수준의 경쟁력 점수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 9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간한 『디지털 심화에 따른 몰입형 서비스 생태계 연구 보고서』는 '국가별 XR 산업 동향 및 경쟁력 제고 방안' 연구를 인용해 이 같이 분석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미국(95.6점)이 XR 산업 전반에서 가장 높은 경쟁력을 보였고, 이어 중국(85점), 일본(78.8점), 그리고 한국(75.4점) 순이었다.

한국, 통신 1등이지만 기기·콘텐츠는 후진국

한국은 5G 기반 초고속·초저지연 통신 인프라에서 92.5점이라는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나머지 항목인 XR 기기, 콘텐츠, 플랫폼에서는 글로벌 표준을 따라잡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LG유플러스 등 일부 대기업이 XR 관련 하드웨어 및 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시장에 영향력을 확산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은 XR 시장에서 미국보다는 낮은 점수를 받았으나, 강력한 정부 정책과 스타트업 중심의 산업 생태계가 강점으로 작용했다. 일본은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콘텐츠와 기기 부품 경쟁력은 우수했으나, 플랫폼과 정책적 뒷받침이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AI 페퍼스 페퍼스타디움 실감형 콘텐츠   이미지=엘리펙스
AI 페퍼스 페퍼스타디움 실감형 콘텐츠   이미지=엘리펙스

올림플래닛, 산업형 XR의 가능성을 보여주다

XR 산업의 체계적 성장을 위해 정부와 민간의 유기적 협력이 강조되는 가운데, XR 테크 기업 올림플래닛의 움직임도 주목받고 있다. 이 기업은 실감형 솔루션 '엘리펙스(ELYPECS)'를 통해 다양한 산업 분야의 B2B 고객을 확보하며 기술력과 적용 사례를 동시에 확대 중이다.

특히 XR 기반 가상공간에서 실제 제품 시연과 브랜딩, 사용자 경험(UX)을 통합하는 방식은 단순 콘텐츠 소비를 넘어 산업용 XR 활용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글로벌 전시회 참가와 해외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플랫폼과의 전략적 연계를 시도하고 있다.

XR 생태계, 단발성 지원 아닌 ‘지속 가능한 전략’ 필요

보고서는 “한국은 XR 산업의 선도국이 되기 위해 단발성 기술 이벤트나 일회성 정책 발표에서 벗어나, 지속적이고 전략적인 생태계 구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XR 기기·플랫폼·콘텐츠 분야의 구조적 취약성을 개선하기 위한 집중형 R&D 투자와 글로벌 파트너십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한 “강점인 통신 네트워크 기반을 발판으로 삼아, 글로벌 XR 플랫폼과 협력하여 해외 시장 공략을 확대해야 한다”며 정부 및 대기업의 전략 방향 전환을 촉구했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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