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가 내비게이션 경로 안내 품질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실제 서비스에 적용했다. 기존 알고리즘이 놓치던 ‘운전자의 선택’을 학습해 최적 경로를 제시하는 차세대 기술로, 관련 논문은 국제 저널(SCI)에도 등재되며 기술적 신뢰도를 인정받았다.
‘이탈’도 데이터다…운전자 행동 반영하는 AI 알고리즘
카카오모빌리티는 7월 14일, 운전자의 실제 주행 반응을 학습해 경로 안내에 반영하는 AI 기반 경로 추천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2024년 11월부터 카카오내비에 적용했다고 밝혔다. 핵심은 ‘운전자가 내비게이션의 경로를 얼마나 따랐는가’라는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 도로의 실질적인 통행 가치를 학습하는 방식이다.
기존 내비게이션은 도로 폭, 제한 속도, 차선 수와 같은 물리적 조건에 기반한 경로 탐색만 가능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불법 주정차, 복잡한 골목길, 진입 불편 구간 등 ‘비정형 불편 요소’로 인해 운전자가 안내 경로를 외면하는 경우가 많았다.
강화학습 ‘멀티암드밴딧’으로 도로별 ‘불편도’ 추정
이번에 도입된 기술의 핵심은 강화학습의 일종인 ‘멀티암드밴딧(Multi-Armed Bandit, MaB)’ 기법이다. 카카오모빌리티 AI연구개발팀은 운전자가 경로에서 벗어나는 데이터를 학습해, 각 도로 구간에 내재된 ‘불편도(disutility)’를 추정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즉, 이용자 이탈이 잦은 구간은 ‘선호되지 않는 구간’으로 학습되며, 이 정보는 향후 경로 계산에 반영된다.
이 기술은 서울대학교 김동규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 결과로 SCI급 저널인 ‘Transportation Research Part C (TRC)’에 논문으로 게재되며 국제적 학술 신뢰성도 확보했다.
내비게이션 순응도 향상…실제 도로에선 어떤 변화가?
실제로 이 AI 기반 경로 추천 알고리즘을 적용한 이후, 카카오내비에서 안내한 경로에 대한 이용자 순응도(경로 준수율)는 눈에 띄게 향상됐다. ‘빠른 경로’는 64.2% → 70.9% (6.65%p 상승), ‘고속도로 우선’, ‘큰길 우선’ 경로는 약 1~2%p 상승했다.
특히, 복잡한 진입 조건을 가진 올림픽대로 진입 구간, 환승센터 인근 혼잡 구간, 이면도로가 많은 동네 등에서 AI 기술이 기존 경로 안내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데 효과를 보였다.
인프라 없이 실시간 개선…“도시 전체가 학습 대상”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이 기술의 강점으로 별도의 인프라 구축 없이도 도로 단위의 경로 효용성을 스스로 학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로 추천 품질이 지속적으로 향상되는 구조이며 ▲실시간 경로 개선 ▲평균 주행 시간 단축 ▲운전자 스트레스 및 피로도 감소 ▲사용자 만족도 제고가 기대된다.
기술·데이터·심리의 융합, ‘AI 내비’의 새로운 시대
논문의 제1저자인 김푸르뫼 카카오모빌리티 연구원은 “내비게이션이 참고하는 물리적 지도 정보와 운전자들이 실제 느끼는 경로 체감 사이의 ‘불일치’를 수치화해 그 격차를 줄이는 것에 집중했다”며, 사용자 행동을 중심으로 한 경로 추천 알고리즘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향후 이 기술을 기반으로 교통 약자 고려 경로, 배송 최적화, 자율주행 경로 선택 등으로 응용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