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현재’로, AI 대전환 시대를 선언하다

5년 만에 돌아온 ‘인터넷의 여왕’ 메리 미커(Mary Meeker)의 신호탄이 울렸다. 전설적인 벤처캐피털리스트이자 BOND 파트너인 그녀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발표한 『Trends: Artificial Intelligence』 리포트는 단순한 기술 요약을 넘어 AI가 산업, 경제, 인간 삶의 기반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인터넷의 여왕' 메리 미커  사진=위키미디어커먼스
'인터넷의 여왕' 메리 미커  사진=위키미디어커먼스

챗GPT는 새로운 인터넷이다

리포트는 오픈AI의 챗GPT를 ‘신인터넷’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평가했다. 출시 단 2개월 만에 1억 가입자를 확보했고, 17개월 만에 주간 사용자 수 8억 명을 넘겼다. 이는 페이스북(4년), 넷플릭스(10년 이상)와 비교했을 때 전례 없는 속도다.

더 나아가 확산의 방향 자체도 과거와 다르다. 챗GPT 사용자의 90%는 이미 북미 외 지역에서 나오고 있다. 이는 인터넷이 같은 수준의 글로벌 확산에 23년이 걸린 것과 대조된다. 전통적 플랫폼 확산 공식을 AI가 파괴하고 있다는 의미다.

자본, 기술, 노동이 AI에 수렴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미국 6대 빅테크 기업의 연간 설비투자 규모는 2,120억 달러(약 288조 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AI 인프라(데이터센터, GPU, 모델 훈련)에 투입됐다.

흥미로운 점은 AI 활용의 문턱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성능 AI 모델 훈련에는 여전히 수십억 달러가 들지만, 실제 사용하는 데 필요한 추론 비용은 2년 사이 99.7% 하락했다. 이로 인해 AI는 더 이상 ‘거인의 장난감’이 아니다.

중국과 오픈소스, ‘미국 중심’ AI 구도를 흔든다

미커는 경쟁 구도에 있어서도 균열을 포착한다. 미국의 오픈AI, 메타와 같은 기업 외에도 중국과 오픈소스 진영이 급속히 부상 중이다. 중국 딥시크(DeepSeek) 같은 기업은 모델 성능에서 미국 못지않고, 국가 전략으로 AI를 밀어붙이는 중국은 산업용 로봇 설치 대수에서도 미국을 추월했다.

특히 메타가 주도하는 라마(LLaMA) 시리즈 같은 오픈소스 모델은 생태계 전반의 혁신 촉진자로 기능하고 있다.

수익성·일자리 재편 

AI 선도 기업들은 현재 ‘고성장, 고비용, 고평가’의 딜레마 속에 있다. 오픈AI의 경우 연 매출은 37억 달러지만, 컴퓨팅 비용은 50억 달러를 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전히 이익보다는 생태계 선점을 위한 게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일자리 면에서는 AI 관련 채용 공고가 448% 증가한 반면, 일반 IT 직군은 9% 감소했다. 이는 AI가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AI를 쓰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대체한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물리 세계로 확산되는 AI, 도시와 인간 행동까지 바꾸다

AI는 더 이상 화면 속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자율주행 자동차, 물류 로봇, AI 국방 솔루션까지 AI로 작동한다. 테슬라의 FSD(완전자율주행)는 33개월 만에 누적 주행 거리 100배 증가, 웨이모는 샌프란시스코 차량 공유 시장에서 27%를 차지했다.

미커는 이 현상을 "AI가 인간 행동 양식과 물리적 세계를 직접 설계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한다. 특히 아직 인터넷을 쓰지 않은 26억 인구는 앞으로 브라우저 대신 챗봇과 대화하며 온라인 세계에 입문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은 UX의 근간이 흔들릴 미래를 예고한다.

새로운 것 없는 ‘리포트’, 그러나 상징은 막강하다

본드 '트렌드 인공지능' 보고서 .  이미지=본드
본드 '트렌드 인공지능' 보고서 .  이미지=본드

실제로 이번 보고서의 데이터와 인사이트는 대부분 업계가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업계는 이를 “메리 미커가 AI를 ‘공식 인증’한 셈”이라며 공신력을 부여한다. 이는 ‘1990년대 인터넷’, ‘2000년대 모바일’, ‘2010년대 소셜 플랫폼’의 흐름을 관통해온 하나의 시대 종결자이자 새로운 시대의 개막자로서 미커의 존재감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의미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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