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대체’ 그 경고와 낙관 사이, 젠슨 황과 아모데이 정면 충돌

AI 산업을 대표하는 두 인물이 ‘일자리 대체’를 둘러싸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가 “AI가 사무직의 절반을 없앨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자,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거의 모든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같은 기술을 바라보는 이들의 정반대 시각은 단순한 의견 차이를 넘어, AI 산업의 철학과 전략의 분기점을 드러내고 있다.

AI는 일자리를 없앤다?…아모데이의 ‘충격 발언’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  사진=위키미디어커먼즈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  사진=위키미디어커먼즈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지난 5월, 미국 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AI가 초래할 미래에 대해 거침없는 전망을 내놨다. 그는 “향후 1~5년 내에 AI가 초급 사무직의 절반을 대체할 수 있으며, 미국의 실업률이 10~2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기술, 금융, 법률, 컨설팅 등 전통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화이트칼라 분야가 이제 AI에 의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모데이는 단순한 우려 수준을 넘어, AI 개발 기업으로서 “다가올 일에 대해 솔직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앤트로픽이 개발한 AI 에이전트 ‘클로드’는 마우스 커서를 직접 조작하고 컴퓨터 인터페이스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 최신 버전인 ‘클로드 오푸스 4’와 ‘클로드 소네트 4’는 코딩과 고차원적 추론 능력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이러한 기술 발전이 곧 인간의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AI는 암을 치료하고, 경제를 성장시키며, 예산을 균형 있게 만들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그 결과 20%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함께 제시했다. 기술의 양면성을 외면하지 말고 사회적 대비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거의 동의 못 한다”…젠슨 황의 낙관적 반격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연합뉴스

이에 맞서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비바테크’ 기자회견에서 아모데이의 주장에 날 선 반응을 보였다. 그는 “그의 주장 대부분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AI를 둘러싼 세 가지 주요 논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첫째는 AI 독점론이다. 황은 “그는 AI가 너무 위험해서 자신들만이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며, 특정 기업에 AI 개발 권한을 집중시키려는 움직임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둘째는 비용 장벽론이다. AI 기술이 너무 비싸 일반 기업이나 개인이 접근할 수 없다는 주장도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셋째는 대량 실업론이다. 황은 “기술이 발전하면 일부 일자리는 사라지겠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더 많이 생겨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가 안전하고 책임감 있게 개발되기 위해서는 개방성과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닫힌 방에서 개발하면서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아모데이의 접근을 비판했다.

충돌의 배경엔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

이처럼 극명한 입장 차이는 두 CEO의 철학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들이 이끄는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각각의 메시지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앤트로픽은 자사의 AI 모델 ‘클로드’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이다. 사람의 업무를 대체하는 에이전트형 AI가 기업의 핵심 성장 동력이다.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수익이 커지기 때문에, 기술의 위험성과 사회적 충격에 대해 선제적으로 경고함으로써 규제 대응과 신뢰 확보 전략을 구사하는 셈이다.

반면 엔비디아는 GPU와 AI 인프라를 공급하는 하드웨어 중심 플랫폼 기업이다. AI가 다양한 산업에 확산될수록 엔비디아의 칩 수요도 급증한다. 기술의 대중화가 곧 매출 증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AI를 둘러싼 공포보다는 낙관적인 서사를 강조해야 할 필요가 있다. AI로 인한 대규모 실업 가능성이 정치적 규제 논의로 번지는 것은 엔비디아에겐 리스크가 된다.

‘다른 결론, 같은 전제’…AI는 조건부 현실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두 CEO가 정반대의 결론을 말하면서도 동일한 전제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AI의 미래는 정해진 운명이 아니라, 정책, 기술 개발 방식, 사회적 대응이 만들어가는 조건부 현실이라는 점이다.

아모데이는 위험을 경고하며 사회적 대비를 요구하고, 황은 기술 낙관론을 통해 개방 생태계를 강조한다. 그러나 양측 모두 ‘기술의 방향은 우리가 정한다’는 입장을 바탕에 두고 있다. AI의 발전이 불러올 결과는 기술 자체보다, 그것을 다루는 인간의 의지와 준비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다.

변화는 피할 수 없다, 대응이 중요하다

AI가 일자리를 바꾸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위기일지 기회일지를 가르는 준비와 대응이다. 정부는 규제 일변도보다는 전환기 노동 시장에 필요한 재교육과 안전망 설계에 집중해야 하며, 기업은 기술 도입의 윤리적 책임을 고민해야 한다. 노동자는 AI 시대에도 가치 있는 역량을 기르기 위한 학습과 전환에 나서야 한다.

젠슨 황과 다리오 아모데이의 논쟁은 단지 AI 리더 간의 말싸움이 아니다. 그것은 산업 전략의 충돌이며,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신호다. 그리고 그 신호는 우리 모두가 귀 기울여야 할 메시지이기도 하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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