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공급망 박람회 연설서 '중국 AI 찬가'… 엔비디아, 로봇 중심 피지컬 AI 동맹 시동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또 한 번 중국의 AI 기술력에 러브콜을 보냈다. 7월 16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중국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CISCE) 개막식에서 그는 "딥시크, 알리바바, 바이두 등 중국의 AI 모델은 월드클래스 수준"이라며 "AI 다음 물결은 로봇이며, 중국과 함께 미래를 열겠다"고 밝혔다.

중국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CISCE) 개막식 연설 중인 젠슨 황 CEO 사진=연합뉴스

이 발언은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로봇 중심의 피지컬AI 분야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엔비디아의 피지컬AI 전략, 中서 '로봇팀' 실험 본격화

젠슨 황은 이날 "향후 10년 안에 공장은 AI와 소프트웨어로 구동되고, 로봇들이 팀을 이뤄 사람과 함께 일할 것"이라며 피지컬AI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엔비디아는 자사의 옴니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중국 로봇 기업들이 공장 설계 및 운영을 가상공간에서 시뮬레이션하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이번 박람회에는 갤봇, 엑스휴머노이드, 부스터로보틱스, AI로보틱스 등 엔비디아 칩을 탑재한 중국 휴머노이드가 대거 전시됐다.

16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회 중국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에서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 부스에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전시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현장에서는 H20 칩의 수출 재개 이후 엔비디아의 입지가 다시 강화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H20은 미국 정부 규제에 맞춰 사양을 낮춘 AI 칩으로, 젠슨 황은 이번 방문 직전 "허가 절차는 신속히 진행될 것이며 이미 많은 주문이 접수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왜 지금 중국인가… 젠슨 황의 ‘전략적 친중’ 배경

젠슨 황의 중국 밀착 행보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에는 150만 명 이상의 AI 개발자와 1만 개 이상의 로보틱스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고 추정되며, 오픈소스 AI 모델과 커뮤니티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6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회 중국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에서 선보인 중국 IT기업 레노버의 휴머노이드 로봇.  사진=연합뉴스

그는 이번 연설에서 “중국의 오픈소스 AI는 전 세계 진보의 촉매제이자, AI 안전을 위한 국제 협력의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개발자 커뮤니티를 글로벌 AI 생태계의 필수 축으로 인정한 셈이다.

이러한 접근은 미중 간 기술 통제 국면을 우회하는 일종의 전략이기도 하다. 젠슨 황은 미국 내 강경한 수출통제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대한 몇 안 되는 글로벌 CEO 중 하나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태도에 우호적으로 반응하며, 엔비디아를 ‘협력 가능한 미국 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중국-엔비디아 연대’의 그림자, 한국 피지컬AI 산업은?

한국 피지컬AI 산업은 중국과 미국 양측의 기술 및 공급망 전략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AI 칩 설계부터 휴머노이드 완제품까지 빠르게 수직계열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젠슨 황의 ‘친중 메시지’는 한국 기업에 두 가지 상반된 시사점을 준다.

첫째, 피지컬AI 협업 파트너로서 중국 시장 진입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엔비디아 중심의 개발 생태계(CUDA, Omniverse, Isaac Sim 등)에 정통한 한국 개발자와 스타트업은 중국 제조사와의 공동 개발 기회를 노려볼 만하다.

둘째, 중국의 급속한 기술 흡수와 대규모 R&D 투자는 중장기적으로 한국 기업의 입지를 위협할 수 있다. 특히 AI 센서, 액추에이터, 핵심 제어 소프트웨어 등에서 ‘Made in China’ 대체재가 빠르게 확산될 경우, 한국 기업의 기술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

기술·정치 경계선 위의 ‘피지컬 AI’… 한국의 생존 전략은?

젠슨 황의 행보는 단순한 CEO의 외교 활동이 아닌, AI의 피지컬AI로의 전환을 둘러싼 글로벌 기술전략의 방아쇠다. 이제 AI는 코드와 서버를 넘어, 실제 세상의 행동자(robotic agent)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중국은 거대한 실험장이자 파트너가 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지금이야말로 로봇용 AI 칩, 국산 제어기, 모션플래닝 기술 등 핵심 부문에서의 ‘기술 자립’과 글로벌 협력망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중립적 기술국가’로서의 위치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엔비디아-중국-미국 삼각축 사이에서 균형적 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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