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AI는 더 이상 단순히 데이터를 처리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이제는 세상과 상호작용하고, 물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지난 19일, 대만 타이베이 컴퓨텍스(COMPUTEX) 2025 무대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은 청중들 앞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기조연설에서 강조한 키워드가 ‘AI 칩’도, ‘GPU 서버’가 아닌 ‘피지컬 AI(Physical AI)’였다.
황은 피지컬 AI 기반의 차세대 로봇 생태계를 언급하며, NVIDIA의 GR00T와 Isaac Lab을 통해 인간형 로봇이 직접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학습하는 것이 AI의 다음 진화 단계임을 강조했다.
‘AI는 곧 모니터에서 나와 현실 세계로 갈 것이다’는 선언처럼 들렸다. 그리고 이미 Figure AI, Sanctuary AI, Agility Robotics, 그리고 한국의 마음AI까지. 관련 기업들은 이미 피지컬 AI 전쟁을 시작했다.
구글의 선택은 ‘로봇’이 아닌 ‘시점’이었다
2025년 5월 20일, Google I/O 무대. 선다 피차이는 AI의 미래를 말하며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는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는 AI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로봇공학은 다음 세대의 컴퓨팅 플랫폼이 될 겁니다.”
하지만 이날 구글이 공개한 기술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아닌, 카메라와 마이크가 장착된 스마트 안경 기반의 멀티모달 AI 비서였다. 구글은 로봇 제어 자체보다는 AI가 사람의 눈과 귀, 언어를 대체하거나 보조하는 스마트 인터페이스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구글과 엔비디아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을 뿐, 같은 미래를 향하고 있다. 모두 AI가 현실 세계와 상호작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AI에 ‘손과 발’을 주려 하고, 구글은 ‘눈과 귀’를 확장하려는 차이가 존재할 뿐이다. 목적지는 같다. AI가 이제는 텍스트나 이미지가 아닌, 실제 세계 속에서 ‘행동’하고 ‘작동’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피지컬 AI, 실전에 돌입한 기술 기업들
-Figure AI: 실리콘밸리의 선두주자
피지컬 AI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트업을 꼽으라면 단연 Figure AI다.
OpenAI,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로부터 6억 7,5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산업 현장에 실제 로봇을 투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해냈다.
그들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Figure 01’은 지난 2024년, 테슬라 공장에서 인간 작업자와 함께 일하는 모습이 영상으로 공개되며 전 세계 테크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그리고 2025년, Figure는 ‘Helix’라는 이름의 자체 개발 AI 시스템을 공개했다. Helix는 기존에 사용하던 OpenAI 기반의 대형 언어모델 구조에서 벗어나, 현실 환경에서 로봇 제어에 최적화된 전용 인공지능 아키텍처다. 초당 200회 속도로 반응하며, 손가락과 관절, 몸통을 조정해 정밀한 움직임을 실행할 수 있다.
그 결과 Figure 02는 사용자의 음성 명령을 이해할 뿐 아니라, 사물을 인식하고, 문을 열고, 정리하고, 필요에 따라 다른 로봇과 협업까지 수행할 수 있게 됐다. 현장에 투입될 준비가 된 AI 로봇이라는 뜻이다.
-마음AI: 감성과 산업을 동시에 겨눈 한국형 피지컬 AI
‘마음AI’는 로봇의 손과 발보다, ‘마음’에 집중한다. 이 회사는 감성 대화형 AI, 자율주행, 멀티모달 제어를 융합한 ‘WoRV’라는 모델을 발표하며 인간과의 정서적 상호작용에 집중하고 있다. 단순한 기능 수행이 아닌, 사용자의 감정 변화에 반응하고 동행하는 AI를 설계하고 있다.
하지만 마음AI는 감성만 다루지 않는다. 극한의 현장과 거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피지컬 AI를 실험 중이다.
국방 분야에서는 무인지상로봇 UGV(Unmanned Ground Vehicle)에 WoRV를 탑재해, 자율 정찰, 경계 작전, 위험 대응까지 수행 가능한 AI 전술 로봇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단순한 무장 로봇이 아닌, 결정·판단·행동의 루프를 가진 전장형 AI다.
농업 부문에서는 AI 수확 로봇을 통해 수박, 배추 등 비정형 농작물의 이미지 인식과 물리적 수확을 수행하며, AI 기반 농장 자동화 시스템으로 확장 중이다. 정형화된 공장 환경이 아닌, 자연 속의 변수들에 적응하는 피지컬 AI를 시험한다.
퀄컴과의 협업도 눈에 띈다. 마음AI는 퀄컴의 로보틱스 SoC(System on Chip) 기반 하드웨어 플랫폼과 협력해, 초경량 모바일 엣지 AI 로봇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 협업은 곧 ‘움직이는 AI’를 소형화·범용화시킬 수 있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AI의 다음 전장은 현실이다”
이제 질문은 명확해졌다.
AI는 우리와 대화할 수 있는가? Yes, 이미 하고 있다.
AI는 우리 곁에서 걸을 수 있는가? Yes, 이제 막 시작됐다.
그렇다면, 누가 가장 먼저 우리의 일상에 함께 할 것인가? 라는 물음에 답할 시간이다.
피지컬 AI는 지금, 검색창 뒤, 챗봇 뒤, 서버 뒤에서 세상을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전쟁의 승자는 더 빠른 알고리즘이 아니라, 더 인간다운 행동을 학습하는 AI가 될 것이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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